'쓰러진 반도체굴기' 中 칭화유니 인수에 알리바바도 관심

이용성 기자 2021. 10. 1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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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칭화유니그룹(淸華紫光)이 파산 구조조정을 거쳐 매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의 영문판 차이신글로벌이 19일 보도했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4월 칭화유니 반도체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신화연합

중국 정부가 국가전략 차원에서 칭화유니의 파산을 방치할 가능성이 낮다는 업계의 평가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차이신에 따르면 칭화유니그룹은 전날 밤 공고를 내고 베이징시 제1중급인민법원 주재로 1차 채권인 회의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날 칭화유니그룹은 투자 신청 마감일인 지난 9월 5일까지 전략적 투자 의향자 7개 기관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칭화유니 측은 “1차 채권인 회의의 성공적 개최는 구조조정이 최후의 가장 중요한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며 “조속히 전략 투자자를 확정함으로써 그룹 부활의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 우량 자산을 떼어 매각하는 방식이 아닌 그룹 전체 일괄 인수를 원칙으로 한다고도 했다.

차이신은 채권단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략 투자자 참여 신청을 한 기관이 광둥헝젠(廣東恒健), 베이징전자홀딩스(北京電控), 우시(無錫)산업발전그룹 등 중국 각지의 국유기업 6개와 알리바바 등 총 7개라고 밝혔다.

민영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투자 의향을 밝힌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가 주업이지만 반도체 개발, 클라우드, 전기차, 첨단 물류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 분야를 넓히고 있다. 전략 투자자 참여 신청 기관들은 약 500억∼600억위안(약 9조2000억원∼약 11조원)에 칭화유니그룹을 인수하겠다는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1988년 중국 국립대 칭화대학이 설립한 칭화유니는 사실상 국유 반도체 기업이다.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직접 관리하는 중앙기업으로 메모리업체 양쯔메모리, 통신칩 설계전문업체 쯔광짠루이 등을 설립하며 종합 반도체그룹으로 성장했다. 2015년 삼성전자에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공급하며 중국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반도체 회사로 평가받았다.

칭화유니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휘청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13억 위안 규모 회사채를 갚지 못하면서 첫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냈고, 12월에는 4억5000만달러 짜리 외화표시채권을 만기에 상환하지 못했다. 그러나 칭화유니는 이후에도 6개월 넘게 경영을 지속해왔다. 중국에서는 기업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해도 곧바로 부도로 이어지지 않고 일정 기간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 속에 종합반도체 그룹으로 성장한 칭화유니가 무리한 확장 끝에 위기를 맞으면서 “칭화유니의 실패는 삼성·SK 등 한국 대기업의 성공 전략을 잘못 베낀 탓”이라고 분석한 블룸버그 통신의 과거 칼럼이 다시 주목받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월 ‘중국이 어떻게 한국을 완전히 잘못 베꼈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칭화유니가 한국 대기업처럼 지주회사를 통해 핵심 자회사를 통제하는 전략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복잡하고 불투명한 지배 구조를 바꾸지 못해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3000억 위안에 달하는 자산을 보유한 칭화유니였지만, 280여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

실제로 칭화유니는 본업인 반도체 외에도 클라우드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매년 늘려왔다. 그러나 신사업에 외형적 투자를 늘려가는 가운데 기술력을 쌓지 못해 고부가가치 반도체 영역에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칭화유니가 국가 차원의 목표 달성을 위해 과잉 투자를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칭화유니와 같은 중국 대기업은 한국의 대기업처럼 자체 사업 목표가 아닌 국가 전략을 위해 움직이다가 과도한 빚을 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칭화유니그룹의 새 주인을 결정할 전략 투자자 선정은 파산 절차를 감안하면 이르면 연말까지,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이뤄질 전망이다. 중국 증권시보는 입수한 회의 문건을 인용해 확정된 칭화유니그룹의 채무가 1081억8100만위안(약 20조원)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 기업에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마련하는 등 ‘반도체 굴기’를 지속하기 위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기술을 확보해야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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