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방정책으로 복수비자 확대..베트남人 4793명 귀국 안했다

정다슬 2021. 10. 1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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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거주 증빙자료로 임시 거주증도 인정
1만 8000여명 중 26%가 돌아가지 않아..2019년 6월 제도 중단
법무부 사증정보시스템 연계도 미비.."불법체류자 양산"
베트남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3월 23일 오전 하노이 주석궁 회담장에서 열린 한-베트남 단독 정상회담에서 쩐 다이 꽝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신남방 정책의 일환으로 실시했던 베트남 대도시 거주자에 대한 복수사증(비자) 확대 정책이 제대로 된 검증 과정을 거치지 못하면서 불법체류자를 양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다시 검증절차를 강화했지만, 여전히 4793명이 베트남에 돌아가지 않고 국내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감사원은 19일 주인도네시아 대사관, 주베네수엘라 대사관, 주에콰도르 대사관, 주카자흐스탄 대사관, 주아랍에미리트 대사관, 주베트남 대사관과 주요코하마 총영사관 등 7개 재외공관을 대상으로 비대면 감사를 실시한 결과, 주베트남 대사관이 실시한 ‘베트남 대도시 거주자 복수사증 제도’가 불법체류자를 양산시켰다고 지적했다.

2017년 베트남 다낭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문재인 대통령의 2018년 하노이 국빈방문 이후 주베트남 대사관은 신남방정책의 일환으로 하노이, 호치민, 다낭 등 소득수준이 높은 대도시 지역 출신 거주자를 대상으로 단계적 복수사증을 확대 발급할 것을 법무부에 건의했다. 인도적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소득수준이 높은 대도시 거주자들은 불법체류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하에 사증발급 조건을 완화한 것이다. 법무부는 이에 대도시 거주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자료를 요구했다.

문제는 대도시 거주 증명자료로 인정된 임시 거주증의 신빙성이 부실했다는 점이다. 임시 거주증은 호구부(상시거주증)와 거주지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 발급하는 것으로 거주지 주소, 거주허가 만료일, 거주 등록일 등이 표기돼 있다. 그러나 이같은 임시 거주증은 실제 거주 여부와 상관없이 쉽게 허위로 발급받을 수 있다. 실제 주베트남대사관은 2019년 5월부터 8월까지 사증 발급을 신청한 2048명이 주재국으로부터 임시 거주증을 허위로 발급받은 것을 확인해 베트남 공안부에 관련 자료를 통보했다.

2018년 12월 10일부터 2019년 5월 31일까지 임시거주증으로 대도시 거주자 복수사증을 발급받은 1만 8383명 중 26.1%인 4793명은 베트남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 불법체류 중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주베트남 대사관은 2019년 6월부터 대도시 거주자 복수사증 관련 지침을 변경해 임시 거주증을 대도시 거주자 사증신청 서류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도시 거주자 사증 발급 제도는 베트남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과 달리 중국의 경우 위조 방지칩이 내장된 시거민증원본을 입증서류로 제출받아 신분증 판독기로 확인하는 등 검증절차를 강화해, 2013년 9월 1일 실시 이래 불법체류자 비율은 0.04%에 불과하다.

주베트남 대사관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증 발급과정에서도 문제점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법무부가 공관의 사증발급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사증정보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서 불법체류 가능성이 있는 이들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공관장은 사증을 발급하는 경우 사증 발급을 신청한 외국인의 입국사증별 체류자격 해당 여부를 확인하게 돼 있다. 이때 체류자격을 간편하고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통합사증정보시스템이다. 그런데 일반연수 등을 목적으로 외국인을 초청하는 업체의 휴·폐업 여부나 법무부가 사증발급인정서를 발급하지 않은 이력 등이 확인되지 않고 있었다.

이에 따라 법무부로부터 사증발급인정서를 발급받지 못한 이후에도 대사관에 동일한 이유로 다시 사증을 신청해 발급을 받은 사례 등이 적발됐다. 감사원은 2018~2020년 3년간 19개 공관을 대상으로 이같은 사례를 조사한 결과 10개 공관에서 이같은 사례가 929명 적발됐다고 밝혔다. 이들 중 베트남인 6명은 지난 4월 기준 현재 한국에 불법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나머지 인원도 체류기관이 경과할 경우, 불법 체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지난 3년간 7개 공관의 전체 사증발급 건수는 68만 8384건이었으며 이중 불법 체류자는 1만 3180명이 발생했다. 사증발급 유형을 살펴보면 단기방문이 57만 7363건(89.2%)으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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