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전향적 검토가 이것이냐?" 뿔난 광주 마을버스 휴업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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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이럴 바엔 버스를 세우는 게 낫겠지.'
지난 18일 오전 광주광역시의 한 마을버스운송업체 대표 집무실.
한 업체 대표는 "현재 교통카드시스템으로도 마을버스 운송 수익을 파악할 수 있고, 이미 관련 용역 결과도 있다"며 "광주시가 지방선거가 끝나는 내년 6월에서야 재정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재정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이게 이 시장이 말한 '전향적 검토'냐"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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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이럴 바엔 버스를 세우는 게 낫겠지….'
지난 18일 오전 광주광역시의 한 마을버스운송업체 대표 집무실. 한동안 책상에 앉아 서류 한 장을 멍하니 내려보던 대표 A씨 미간이 잔뜩 좁아졌다. 무언가 결단을 내렸다는 표정이었다. 이어 법인 인감 도장을 꺼내든 그는 서류 서명란에 도장을 꾹 눌러 찍었다. 휴업 결정이었다. A씨는 이날 관할 구청에 휴업 신고서를 냈다.
광주 지역 마을버스운송사업자들이 결국 운행 중단을 선언했다. 19일 현재 이 지역 5개 마을버스 운송업체(11개 노선 75대) 중 4개 업체가 내달 10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휴업하겠다고 신고서를 냈다.
마을버스 운송업체들이 버스를 세우기로 한 건 적자 누적 때문이다. "가뜩이나 시내버스에 밀려 수익성이 낮은 노선을 운영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까지 맞아 승객이 더 줄면서 한계에 봉착했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5개 업체 마을버스 수익금은 42억8,511만 원으로 전년도 57억8,577만 원에 비해 26%나 줄었다. 북구의 경우 운송 수입금 감소율은 전년도에 비해 무려 64%에 달했다. 또 다른 업체 대표는 "'서민의 발'이란 이유로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마을버스를 운행해 왔다"며 "행정 당국은 언제까지 업체들의 희생만 강요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을버스 운송업체 휴업 결정엔 광주시의 우롱도 한몫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6일 "마을버스 재정 지원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앞서 이 시장이 업체 대표들에게 "적자가 나는데 왜 사업을 했냐"고 했다가 업체들이 발끈하자 내놓은 약속이다. 업체들은 기대를 걸었다. 사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나 광주시 조례에 적자 노선 운행에 대한 재정 지원 근거가 마련돼 있어 이 시장이 맘만 먹으면 재정 지원은 가능하다.
그러나 여전히 미적지근한 광주시 반응이 또다시 업체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광주시 담당 국장은 지난 13일 업체 대표들을 한 자리에 불러놓고 "내년 예산을 세우고 표준 운송 원가 타당성 용역을 하면 내년 6월쯤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하면서다. 한 업체 대표는 "현재 교통카드시스템으로도 마을버스 운송 수익을 파악할 수 있고, 이미 관련 용역 결과도 있다"며 "광주시가 지방선거가 끝나는 내년 6월에서야 재정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재정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이게 이 시장이 말한 '전향적 검토'냐"고 비난했다.
광주=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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