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호투 펼친 두산 현도훈 "어버이날 속상했던 기억, 다시 되갚았죠" [스경X인터뷰]

김하진 기자 2021. 10. 1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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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두산 현도훈이 지난 17일 잠실 KIA전 더블헤더 2차전을 마치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잠실 | 김하진 기자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은 두산 현도훈(28)을 보고 일컫는 말이었다.

두산은 지난 17일 비보를 접했다. 외국인 선수 워커 로켓이 결국 팔꿈치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고 20일 미국으로 떠나기로 했다.

선발진에 공백이 생긴 상황에서 두산은 이날 열린 KIA와의 더블헤더 1차전을 3-3으로 마치면서 4위 자리를 내줬다.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2차전 선발로 나선 투수는 현도훈이었다. 현도훈은 이전까지 1군에서 선발 등판 경기가 한 차례 밖에 없었던 선수였다. 최근 선발 등판은 2017년 5월8일 KIA전이었다. 당시 4.1이닝 7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3년만에 다시 맞이한 선발 기회에서 현도훈은 운명처럼 다시 KIA를 마주했다. 그리고 5이닝 2실점으로 설욕에 성공했다. 두산은 현도훈의 호투를 발판으로 5-2로 승리하며 3연패에서 탈출했고 다시 4위 자리를 빼앗아왔다.

현도훈은 부모님 생각부터 먼저 떠올렸다. 그는 “2018년에 선발 등판했을 때 어버이날이었다. 나도 속상했지만 나만큼 부모님도 속상해하셨다. 마침 복수하라고 만들어주신 것 같아서 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그 때 상대했던 최형우, 김민식과는 다시 마주했다. 특히 김민식에게는 홈런을 맞았던 아픔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두 번은 당하지 않았다. 두 차례 맞대결에서 안타 하나만 내줬다.

현도훈은 우여곡절 끝에 두산 유니폼을 입은 선수다. 신일중을 졸업한 뒤 어머니의 권유로 일본으로 떠났다. 야구도 하면서 일본어도 배워보라는 의미에서 겸사겸사 유학을 떠났다.

타지 생활은 힘들었다. 게다가 일본 학생 야구의 훈련량은 만만치 않았다. 현도훈은 “돌아오고 싶은 생각이 많았는데 창피해서 독기를 품고 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고등학교-대학교까지 졸업한 현도훈은 일본 사람들도 알아차리지 못할만큼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독립리그에서 야구 인생을 이어가던 현도훈은 육성선수로 두산에 입단했다. 입단 첫 해 1군에서 3경기를 뛰는데 그쳤고 이후에는 군 문제를 해결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면서 친구와 함께 운동을 하면서 실전 감각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그리고 올해 5월에 정식 선수로 계약했다. 8월 1군에서 구원 등판만 세 차례 했던 현도훈은 다시 선발의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사령탑에게 합격점을 받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현도훈을 향해 “선발로 씩씩하게 공을 던진 현도훈이 자신의 역할 이상으로 잘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현도훈은 다음에 다시 기회가 찾아오면 욕심을 보이고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이날 6회에는 삼진을 잡으려는 욕심에 볼넷과 안타를 내주기도 했던 그는 “지금 페이스가 좋아서 욕심 안 부리고 잘 던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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