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SSG 타격코치에게 듣는 '2021 박성한 성장기'

안승호 기자 2021. 10. 19. 12: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경향]

SSG 랜더스 박성한. 정지윤 선임기자


일단 선물 하나는 확보됐다. 이진영 SSG 타격코치는 2021시즌을 준비하며 박성한(23)과 내기 하나를 했다. “타율 2할7푼을 넘기면 선물 하나를 하겠노라”고. 그런데 박성한은 이 코치가 제시한 기준점을 이미 훌쩍 넘어 시즌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다. 18일 현재 타율 0.299(371타수 111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이진영 코치는 지난 18일 기자와 전화인터뷰에서 “포지션이 유격수여서 타율 2할7푼 이상이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내 기대 이상으로 잘 해줬다”고 말했다. 여기에 기자의 부탁에 박성한의 한 시즌 성장 과정을 복기했다.

■고집 센 타자

박성한은 지난해 8월 상무에서 전역해 팀으로 돌아왔다. 그 이후로 박성한이 이슈가 됐다 하면 함께 거론된 선수가 LA 다저스의 강타자 코디 벨린저였다. 박성한은 타격폼부터 벨린저를 따라하려 했다.

이 코치는 “말하자면 벨린저에 꽂혀 있었다. 상무에서 2년 동안 연구하고 왔을 정도였다”며 “TV 중계 보고, 유튜브도보면서 하나씩 만들어간 모양인데, 내가 봤을 땐 본인 스타일과 신체조건에 맞는 수정 작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벨린저는 거포형 좌타다. 193㎝ 장신으로 우두커니 서 있다가 순간적인 풀스윙으로 큰 타구를 만들어낸다. 박성한이 키 180㎝로 내야수로 작은 키가 아니지만 무작정 홈런타자를 모방했다가는 엇나갈 수 있는 게 이 코치의 계산. 이 코치는 “방망이도 조금 짧게 쥐고, 전반적인 폼도 간결하게 하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성한은 누구의 조언이나 지도를 금방 받아들이는 스타일이 아니다. 이 코치는 이 대목에서 “고집에 엄청 센 편이다. 본인이 직접 체험해 느끼고 ‘맞다’고 확신해야 바꾸는 성격이다. 그래서 다른 선수보다 좀 오래 걸린 편”이라며 웃었다.

■욕심 많은 타자

어떻게 보면 코치에게는 조금 지도하기 어려운 선수일 수 있다. 그러나 박성한의 고집은, 오히려 선수생활의 강점이 될 것이라는 게 이 코치 부연 설명이다. 이 코치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선수도 있지만 성한이는 다르다”며 “왜 바꿔야하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고 든다. 이해하려고 하다보니 과정은 더디게 가도 한번 되면 그걸 자기 것으로 확실히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영 SSG 타격코치(왼쪽)가 조원우 벤치코치(가운데) 등과 함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사실, 박성한은 유격수로 공격에 대한 부담은 조금 덜한 자리에 있다. 그러나 박성한은 타격에 대한 욕심이 대단하다. 이 코치는 “뭐라도 할 때면 다시 체크하고, 궁금하면 다시 물어보고, 그게 됐다 싶어야 들어간다. 다른 선수들과 뭔가 다르긴 하다”며 “그런 노력이 타격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는 이유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눈이 좋은 타자

박성한의 또 하나의 강점은 ‘눈’이다. 선구안은 지도로 만들기 어려운 부문 중 하나다.

이 코치는 “눈이 좋다. 웬만한 볼에는 방망이가 잘 안나간다”며 “눈이 어떻게 보면 본인의 강점이데, 올해 그 강점을 잘 발휘한 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문학 LG전은 박성한의 ‘눈 야구’가 잘 부각된 경기였다. 3-4이던 9회말 1사 1·2루. 박성한은 헛스윙과 파울 등으로 볼카운트 0-2로 몰리고도 바깥쪽으로 벗어나는 커브를 잘 골라낸 뒤 바깥쪽 높은 존을 통과하는 커터를 살짝 밀어 좌전 동점 적시타를 쳐냈다.

박성한은 이미 리그 유격수 가운데 순위를 올려가고 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출발점에 있을 뿐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 궁금한 이유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