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양궁신화.. "올림픽후 배우겠다는 문의 하루 100통"

정세영 기자 2021. 10. 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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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경기 용인에 자리한 주현정양궁클럽에서 주현정(왼쪽) 감독과 최순옥 코치가 학생들의 자세를 교정하고 있다.

■ 도쿄의 영광, 생활체육으로 꽃피다 - 양궁

올림픽 이어 세계선수권 휩쓸자

협회에 생활체육 문의 쏟아져

한 양궁클럽 수강생 3배로 폭증

양궁 매력에 푹 빠진 어린이들

“화살 ‘뿅∼’ 날아갈 때 기분 짱”

용인 = 글·사진 정세영 기자

엘리트스포츠와 생활체육은 공생관계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수 없다. 올해엔 도쿄올림픽의 선전 덕분에 코로나19에도 생활체육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도쿄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국가대표의 빛나는 활약은 성적에 관계없이 국민에게 감동을 안겼고, 자연스레 생활체육 붐으로 이어졌다. 코로나19 탓에 무척 조심스럽게, 방역 지침을 철저하게 준수하면서 생활체육은 뿌리를 더 깊이 내리고 있다.

특히 도쿄올림픽에서 전체 금메달 5개 중 4개를 휩쓸었고 여자부 3관왕(안산·사진)과 남자부 2관왕(김제덕)을 배출한 메달밭 양궁, 금 1개를 포함해 5개의 메달을 수확한 펜싱, 9년 만에 4강 신화를 다시 쓴 배구, 그리고 신유빈이란 차세대 월드스타가 투지를 불태웠던 탁구는 생활체육 인구가 크게 늘었다.

도쿄올림픽이 끝난 뒤 대한양궁협회에는 “양궁을 배우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하느냐”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18일 양궁협회 관계자는 “도쿄올림픽이 끝난 지 2개월이 넘었지만 지금도 꾸준히 협회로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면서 “특히 양궁대표팀이 9월 세계선수권에서 5개 전 종목을 석권하면서 양궁 생활체육 문의는 더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양궁 장비는 다른 종목에 비해 비싸다. 그리고 장소에 제한이 있다. 그래서 클럽 위주로 생활체육이 이뤄진다. 양궁협회에 따르면 서울, 경기, 부산, 제주 등 전국 각지에 생활체육으로 양궁을 즐길 수 있는 곳이 50여 군데 있으며 그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마성리에 있는 ‘주현정양궁클럽’은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양궁 단체전 금메달 멤버인 주현정 감독이 운영하고 있다.

지난 15일 만난 주 감독은 “도쿄올림픽 직후엔 거짓말이 아니고 하루에 100통 이상 신청 문의를 받았다”면서 “지난 3월 클럽을 개장했을 땐 4명으로 시작했고 올림픽 전에는 48명이었는데 지금은 120명까지 수강생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양궁은 특히 집중력 강화에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이 퍼져 학생 동호인이 많다. 주현정양궁클럽에 다니는 초등학생은 80명이나 된다.

주 감독에 따르면 대개 한 달 정도 보호장구 착용법과 이론 등을 배우면 혼자 사대에서 시위를 당길 수 있다. 양궁은 사대부터 표적까지의 거리가 70m다. 실내양궁장이고, 순수 아마추어이다 보니 사대에서 표적까지 거리가 초등학생 6m, 중학생부터 성인은 10m다. 짧은 거리지만 밴드 당기기, 슈팅, 그리고 센 활 당기기 등을 거치면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그리고 집중력은 물론 근력, 그리고 균형 감각이 부쩍 향상한다. 물론 업무, 학업 스트레스는 말끔히 날아간다.

주현정양궁클럽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2∼4명이 팀을 이뤄 주 1회, 1시간씩 강습이 진행된다. 초급부터 중급, 상급, 전문반 등 총 4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주 감독은 “9점 이상 과녁에 화살을 꽂고 활짝 웃는 수강생들을 보면 피로가 싹 가신다”고 말했다.

양궁은 선 채 활을 쏘기에 ‘팔심만 좋으면 된다’는 오해가 따른다. 주 감독은 “양궁은 하체와 코어, 어깨 등 온몸의 근육을 모두 활용하는 스포츠이기에 전신 근육이 고루 발달할 수 있다”면서 “최근 스마트폰 보급으로 늘어난 거북목 등의 자세 교정에도 좋은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양궁 ‘열공’ 중인 양이정(9) 양은 “도쿄올림픽에서 안산 언니가 금메달을 따는 장면을 보고 양궁을 배우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어요. 밴드를 당길 때는 약간 힘들지만, 화살이 ‘뿅∼’ 하고 날아갈 때마다 기분이 좋아져요”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아버지 양희장(43) 씨는 “도쿄올림픽이 끝난 뒤 체험 삼아 실내양궁장에 데려가 한 번 경험하게 했는데, 이정이가 ‘진짜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고 하길래 이 클럽을 찾았다”면서 “운동은 어렸을 때 흥미를 갖는 게 중요한데, 아이가 양궁을 시작한 뒤 몸도 마음도 더 씩씩해졌다”고 밝혔다.

주 감독은 “예전엔 양궁을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면서 “최근 아이들과 직장인들이 양궁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지고 있어 바람직스럽고 양궁 생활체육 저변 확대가 국제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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