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출현 잦은 북한산, 빠르게 대피할 '원뿔형' 시설 생겼다

정종훈 2021. 10. 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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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우이령길에 설치, 운영되는 야생동물 회피시설. 사진 국립공원공단

멧돼지가 종종 나타나는 북한산국립공원에 야생동물 회피용 시설이 처음 운영된다. 야생동물 생활 영역을 지켜주는 동시에 탐방객의 안전도 챙기는 '공존'을 모색한다는 취지다.

국립공원공단은 20일부터 야생동물 회피시설 한 개를 북한산국립공원 우이령길에 설치·운영한다고 밝혔다. 북한산 우이령길은 연간 탐방객이 7만명(지난해 기준)에 달하지만, 멧돼지 출현도 잦은 곳으로 꼽힌다. 이곳 무인센서 카메라에 멧돼지가 포착된 횟수는 2019년 91회에서 지난해 130회로 늘었다.

이를 고려해 멧돼지로부터 발생하는 피해를 줄여줄 비상용 시설을 탐방로 근처에 두기로 했다. 김의경 국립공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회피시설 자체가 멧돼지 등에 위해를 주기보다 사람과 공존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보니 야생동물 보호지역 내 탐방로가 있는 북한산 우이령길에 먼저 설치하게 됐다. 사람들은 야생동물을 위해 피해 주고, 야생동물은 서식지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리를 이용한 야생동물 퇴치 장치. 버튼을 누르면 경보음이 울리는 식이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이번에 생긴 회피시설은 2m 높이의 원뿔 형태다. 멧돼지 등 야생동물이 갑자기 탐방객에게 접근하면 시설물을 사다리처럼 밟고 올라가서 피할 수 있다. 성인 남성 기준 4명까지 대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시설 위쪽에 설치된 경보기 긴급버튼을 누르면 큰 사이렌 소리가 갑자기 울려 야생동물을 쫓게 된다. 야생동물은 대개 소리가 나면 그 반대 방향으로 회피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버튼에서 손을 떼면 소리는 멈추게 된다. 또한 시설물 주변의 격자형 발판은 멧돼지 등 대형 동물의 발이 걸려 위협적 행동을 못 하도록 설계된 반면, 소형 동물들은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

멧돼지 발견 시 행동 요령. 자료 환경부

해당 시설은 멧돼지 서식실태조사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국립공원연구원과 강원대 연구진이 공동 발명했다. 지난해 특허 등록이 됐고, 실물 제작은 올해 이뤄졌다. 공단 측은 북한산에 설치된 시설이 야생동물 회피에 실제 효과가 있는지 분석한 뒤 전국 국립공원 확대 적용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최승운 국립공원연구원장은 "우연히 만난 멧돼지가 공격할 조짐이 보이면 회피시설처럼 멧돼지가 올라오지 못 하는 높은 곳으로 신속히 이동하거나 가방 등 갖고 있는 물건으로 몸을 보호하는 게 혹시 모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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