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 PGA투어 연습장서 4시간 체류, 왜? [강혜원의 골프디스커버리]

2021. 10. 1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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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PGA투어 더 CJ컵 대회장에 반가운 얼굴이 등장했다. 한국과 미국투어에서 통산 17승을 거둔 최나연(33·사진)이다. 최나연은 이날 무려 4시간을 연습장 앞에서 꼼짝않고 머물렀다.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어떻게 연습하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둘러보기 위해서다.

“TV에서 보면 선수들이 무척 세게, 그리고 빠르게 치는 느낌인데, 실제로 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 다들 하나 같이 리듬, 템포를 가장 신경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대회장에서 백스윙 탑에서 일부러 한박자 멈추었다가 치는 선수들도 있었다. 최나연 본인도 요즘 그렇게 연습을 하고 있다며, PGA선수들의 연습을 열심히 지켜보고 관찰했다.

최나연은 올해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21년 LPGA 투어 대회가 3개 남았지만, 상금 순위에 들지 못해 시즌을 마친 상태다. 최나연은 내년에는 누적 상금 20위 안에 드는 시드를 사용해 LPGA에서 뛰게 된다. 기대한 만큼 성과가 안 나와서 실망스럽지만, 최나연은 여전히 연습하는 것이 너무 좋고, 내일이 기대가 된다.

20대인 골프 선수들은 30세만 되면 골프를 때려치고 은퇴할 거라고 입에 침이 마르게 얘기한다. 투어 생활이 힘들고 경쟁이 고된 탓이다. 최나연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막상 서른이 되면 생각이 달라지고 더 치고 싶을 거라고 하던 언니들 말이 맞았다고 최나연은 웃었다. 주변에서는 많이 이루었고. 이제 힘드니까 그만해도 되지 않냐고 하는데, 지금은 골프를 못 놓겠단다. 분명히 실력이 나아지고 있는데, 성적으로 증명되지 않는 게 화가 나기보다 오히려 슬퍼진다고 했다. 다시 한번 원하는 골프를 치고 떠나고 싶은 것이 최나연의 소망이다.

사람들은 최나연이 많이 변했다는 말을 한다. 밝아졌고 예전보다 많이 사람들이랑 소통하는 것 같다는 얘기다. 최나연은 지난 2016년부터 2018년 초까지 깊은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골프가 잘 안되다 보니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고 소심해져서 대인 기피증까지 왔었다고 한다. 그런 그를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준 건 동갑내기 친구들이었다. 바로 ‘V157’ 클럽이다. 박인비, 신지애, 이보미, 김하늘, 이정은5, 유소연, 최나연. 이렇게 7명의 선수들이 함께 만든 모임이다. 여기서 157은 그 모임을 만들 당시, 그들의 우승을 다 합한 숫자다. 어린 시절에는 바빠 서로의 소중함을 잘 몰랐었는데, 나이가 들고 함께 모여 고민을 토로하면서 진심어린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서로를 너무나도 잘 이해하기에 같이 모여 얘기를 시작하면 다들 휴지를 붙잡고 눈물바다가 된다고 했다. 최나연도 그 모임 안에서 많이 울고 위로받으며, 마음 치료가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고, 소통이 조금씩 쉬워졌다.

최나연의 골프에 대한 사랑은 변하지 않았어도, 그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예전에 우승권에 늘 있던 최나연은 요즘 겨우 예선을 통과하면 성적이 하위권이고, 예선 통과를 못할까봐 조마조마하면서 보낸 시간도 많았다. 이런 시간들이 진이 빠질 텐데도 아직도 골프를 놓치 못한다. 어떤 선수가 대회장에서 다른 선수 연습하는 것을 보며 4시간을 머물 수 있겠는가.

“제가 워낙 골프에 집착이 강해요. 더 연구해서, 더 보완하고, 더 잘하고 싶어요.”

한번은 최근 잘 치는 후배 선수들과 같이 앉아 있는데, 사람들이 그 선수들에게만 사인을 받고 자신에게는 사인을 요청하지 않더라는 믿기 힘든 말도 했다.

사람들은 결과만 보고 이야기한다. 최나연이 75타를 치고 나오면 ‘어, 얘 또 3오버파 쳤네.’ 그렇게 말할 뿐이다. 하지만 그 숫자 안에는 한 선수의 힘든 전투가 숨겨져 있다.

“제가 75타를 쳤지만, 76타를 치지 않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분들은 모르시니까요.”

최나연은 예전에는 늘 기록이나 통계 면에서 항상 성장하는 선수, 일관성 있게 상위권에 머물렀던 것으로 평가되곤 했는데, 이제 그건 물 건너간 것 같다며 웃었다. 지금은 그저 골프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성실했던 선수로 기억되면 족하다고 했다. 선수로 시합을 뛰면서 응원을 받고, 현장에 찾아온 팬들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어서 그것으로 기쁘고 정말 감사하다고. 유튜브로 소통하면서 골프를 더 재미있게 알려주고, 더 나누고 싶다고.

내년엔 최나연이 다시 한번 챔피언조에서 뛰면서 멋지게 우승하고 트로피를 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좋다. 최나연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고, 일관성 있게 골프를 사랑하는 멋진 선수이기에.

〈KLPGA 프로 · PGA투어 한국콘텐츠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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