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세계적 원전 복귀 외면한 탈원전 망집

기자 2021. 10. 1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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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자는 바람에 유럽 에너지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유럽 10개국의 경제에너지 장관들은 "원자력은 저렴하고 안정적이며 독립적인 에너지원이므로 기후변화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탄소 배출이 없는 원전이 필요하다"며 유럽은 원자력이 필수라고 했다.

과연 우리 몫이 있을까? 우리 미래 원전이 설 자리가 있을까? 우리보다 먼저 가 본 유럽의 에너지 위기에서도 못 배운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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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바람이 자는 바람에 유럽 에너지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게다가 중국이 전력난을 겪으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유럽 대륙과 영국에서 10월 난방용 가스 가격은 1년 전보다 5배 이상 폭등했고, 영국의 전력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근 7배나 높은 수준이다. 유럽 풍력이 몰린 북해 해상 풍력발전소들이 수주 간 거의 개점 휴업하면서 전력 공급이 급감한 탓이다. 있다 없다 하는 간헐성 태양광·풍력의 비중을 높이는 경우 에너지 공급과 가격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고, 결국 비용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에너지 위기에 몰리자 유럽 각국은 석탄발전소를 긴급히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석탄을 퇴출할 것이므로 앞으로는 이런 응급처방은 불가능하다. 역시 화석연료의 대안은 원자력임이 재확인됐다. 당연히 24시간 전력을 공급하는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24시간 가동이 가능한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태양광·풍력 등 간헐성 재생에너지는 태생적으로 24시간 공급은 불가능하다.

유럽 10개국의 경제에너지 장관들은 “원자력은 저렴하고 안정적이며 독립적인 에너지원이므로 기후변화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탄소 배출이 없는 원전이 필요하다”며 유럽은 원자력이 필수라고 했다. 프랑스는 원전 기술 개발에 10억 유로를 투입하면서 폴란드에는 대규모 원전 건설을 제안했다. 영국도 원전 비중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탈(脫)탄소 에너지 정책으로 방향을 정했다. 그간 지지부진하던 신규 원전 건설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 정부는 여전히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면 만사 해결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야 에너지 가격 폭등을 막을 수 있다는 궤변도 나온다. 한국보다 바람의 질이 2배 좋은 유럽의 위기를 보면서도 우리의 위기를 모르고 있다. 탄소중립위원회는 한술 더 떠서 황당한 계획을 내놓는다. 2050년 우리나라 태양광 설비가 2050년 유럽연합(EU) 전체의 태양광 설비와 맞먹는 수준이니 현실성은 전혀 없다. 마치 우리나라는 하루에 해가 24시간 떠 있고, 바람도 24시간 불 것으로 여기는 듯하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이 신규 원전 건설, 미래 원전 연구·개발(R&D) 등에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원자력발전소 공급 능력을 가진 나라 중 유일한 탈원전 국가인 우리나라의 원자력은 고사하고 있다. 건설 중이던 원전까지 백지화하는 무모함 때문에 원자력 산업은 뿌리부터 죽어가고 있으며, 인력 양성과 R&D도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원전 수출을 성사시키기도 어렵지만, 성사되더라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과 같이 적기에 공사를 마무리할 가능성도 없어진다. 원전을 만드는 능력이 없어지니 국내에 가동하는 원전의 안전성도 위협받으며, 미래 원전 개발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탄소중립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이후 세계적으로 매년 30GW 안팎의 신규 원전 발주가 예상된다. UAE 원전 건설 프로젝트가 매년 5개 정도 착수되는 엄청난 규모다. 과연 우리 몫이 있을까? 우리 미래 원전이 설 자리가 있을까? 우리보다 먼저 가 본 유럽의 에너지 위기에서도 못 배운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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