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 프로포폴로 환자 사망케한 의사, 자격정지 고작 '53일'"

[국감브리핑] 마약류 관련 의료행위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
이용호 "처분기준 대폭 강화해 의료인 마약범죄 근절해야"

이용호 무소속 의원© 뉴스1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폐기된 프로포폴을 재사용해 패혈성 쇼크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이 자격정지 53일에 그쳐, 마약류 관련 의료행위에 대해 보다 강화된 처벌기준을 마련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9일 이용호 무소속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마약류 관련 의료행위에 대해 총 47건의 행정처분이 내려졌는데, 이중 면허 취소는 15건이었고, 나머지는 자격정지 7일에서 3개월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이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마약관리법)'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거나,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인 경우 면허를 취소하도록 되어있다. 또 '마약관리법' 제 32조 1항을 위반하여 처방전에 따르지 않고 마약류를 투약 또는 제공하면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보아 3개월 이하의 자격정지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행 규정에는 마약류와 관련된 의료행위에 대한 별도의 행정처분 규정은 따로 없다. 이 때문에 마약류와 관련해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자격정지 1개월에 해당하는 ‘그 밖의 비도덕적 진료행위’ 중 하나 정도로 취급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러한 처분 규정 미비로 인해 폐기된 프로포폴을 재사용하여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이를 숨기려고 진료기록부까지 허위기재한 의사 A씨는 자격정지 1개월22일을 받는 데 그쳤다.

또 사망한 환자에게 마약류를 처방하여 사망자의 아들에게 교부한 의사 B씨는 자격정지 1개월,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마약류 처방 후 그 처방전을 심부름 업체 직원에게 교부한 의사 C씨도 자격정지 1개월, 마약류인 페티딘 앰플을 235개 교부받은 후 자신의 팔에 직접 주사한 간호사 D씨는 자격정지 3개월, 자신이 처방받은 마약류를 타인에게 제공한 의사 E씨 역시 자격정지 1개월만 받는데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용호 의원은 “의료인들은 의료용 마약류를 실제 조제·관리·투약·처방하는 주체인 만큼 이들의 마약류 관련 의료행위에 대해 명확한 규정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함에도, 행정처분 규정도 따로 없고 이마저도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처분기준 역시 대폭 강화하여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의료인 마약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