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성장왜곡 부르는 이윤의 사회화

손선희 입력 2021. 10. 1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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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출신의 금융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최근 블룸버그에 '헝다의 몰락은 시진핑이 어떻게 중국의 위기를 일으키는지 보여준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그는 부채가 많은 기업들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가 2008년 리먼 사태를 재연하거나 정부가 통제하는 금융시스템을 망가뜨려 금융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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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출신의 금융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최근 블룸버그에 ‘헝다의 몰락은 시진핑이 어떻게 중국의 위기를 일으키는지 보여준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그는 부채가 많은 기업들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가 2008년 리먼 사태를 재연하거나 정부가 통제하는 금융시스템을 망가뜨려 금융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보다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성장, 고용, 신용, 지방정부 재정 등의 경제활동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부동산경기 거품이 꺼질 때 실물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우려했다. 현재 중국은 심각한 과잉 주택공급과 기업부채에 당면하고 있다.

퍼거슨은 헝다 사태뿐 아니라 알리바바 등 거대 기술기업과 영리 교육기업에 대한 제재조치는 허울이 아닌 진정한 성장과 공동번영에 대한 시진핑의 확신에 배경이 있다고 봤다. 나아가 이 확신은 개혁, 개방을 외치다 소련을 붕괴시킨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리먼을 파산케 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킨 미국 금융당국의 실수로부터 터득한 교훈에서 나왔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는 ‘과거의 실수로부터 새로운 실수를 만든다’는 영국의 역사학자 앨런 테일러의 말을 빌려 시진핑은 남의 위기로부터 자신의 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냉소했다.

팬데믹 위기 후 조만간 중국경제가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자주 제기된다. 연초 노무라연구소는 GDP 기준으로 2028년 중국이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에 따르면 구매력 기준으로 중국 GDP는 이미 2014년 미국을 제쳤다. 그러나 퍼거슨은 생전에 위대한 경제학자로 존경받았던 폴 사무엘슨과 존 갤브레이스가 소련이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잘못된 예측을 했던 것처럼 결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확신했다.

중국에 대한 비관론은 경제학자 애쓰모글루가 공저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2012)에서도 나타난다. 중국의 현 정치경제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엘리트들이 자신의 이해에 상충되는 절대다수를 위한 혁신은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며 소수 지배 엘리트 집단의 지대추구 행태가 멈추지 않는 한 중국의 성장은 지속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대만 출신의 컴퓨터공학자이자 벤처사업가인 리카이푸는 자신의 저서 ‘AI 슈퍼파워’(2018)에서 21세기 디지털기술혁명시대에 중국은 초강대국이 될 것으로 자신했다. 디지털기술혁명은 보다 많은 데이터를 축적한 기업이 보다 양질의 데이터를 채굴할 수 있고, 보다 우수한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해 보다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고, 다시 보다 많은 양질의 데이터에 투자를 할 수 있는 선순환을 일어나게 한다. 그러므로 국가경쟁력은 시장 규율 대신 데이터의 접근성에 의존한다. 시장 규율을 위한 정보의 공유나 제도의 투명성은 21세기에 더 이상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결국 글로벌경제는 규모와 범위의 경제의 이점을 누릴 수 있는 거대시장을 보유한 중국과 미국으로 양분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중국정부는 거대기술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국유화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데이터를 기업이 아닌 국가의 자산으로 보기 때문이며 궁극적으로 국가가 기업보다 더 우수한 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과연 데이터를 국유화한 정부가 디지털기술혁명을 번영의 기회로 활용할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국유화될 데이터를 기업이 굳이 돈을 들여 투자할 이유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손실의 사유화, 이윤의 사회화가 성장에 어떤 왜곡을 가져왔는지 시장경제의 역사는 잘 보여준다. 이 역사의 교훈이 21세기라고 해서 달라질 이유는 없다.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

세종=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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