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감동" 관행 깨는 아이유, 기특한 뚝심[뮤직와치]

황혜진 2021. 10. 1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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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담엔터테인먼트
아이유 신곡 뮤직비디오 캡처

[뉴스엔 황혜진 기자]

돈이나 성적보다 감동이다. 아이유가 가수로서 뚝심 있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아이유는 10월 19일 새 디지털 싱글 'strawberry moon'(스트로베리 문)을 공개했다. 지난 3월 발매한 정규 5집 앨범 'LILAC'(라일락) 이후 7개월 만에 선보인 신곡이다.

19일 0시 공개된 'strawberry moon'은 1시간 만인 오전 1시 기준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의 TOP 100(톱 100) 차트에 99위로 진입했다. 이어 오전 8시 기준 1위로 올라섰다. TOP 100이 24시간 동안의 음원 이용량을 집계해 산정하는 차트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아이유 신곡에 쏠린 음악 팬들의 폭발적 관심을 실감할 수 있다. 멜론뿐 아니라 지니 등 주요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 고지도 점령했다.

▲ 오후 6시 아닌 밤 12시, 아이유의 비범한 선택

주목할 만한 대목은 통상적 음원 발매 시간인 오후 6시가 아닌 밤 12시를 택했다는 점이다. 제목이 딸기를 뜻하는 영단어 스트로베리(strawberry), 달을 의미하는 문(moon)의 합성어인 만큼, 달이 떠 있는 자정에 신곡을 선보이고 싶다는 아이유의 의지에서 비롯된 선택이다.

공들여 완성한 신곡을 내는 가수, 그리고 소속사 입장에서 밤 12시 발매는 손해가 불가피한 선택지다. 멜론은 이른바 음원 사재기 현상을 막고자 최근 실시간 차트를 개편했다. 이에 따라 멜론은 오전 2시부터 오전 7시까지 실시간 차트를 업데이트하지 않고 있다. 밤 12시 발매되는 음원의 진입 순위는 오전 8시가 돼서야 공개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 오후 6시 발매가 업계 관행처럼 굳어졌다. TOP 100 차트 위주로 음악을 듣는 이용자들이 적지 않아 일단 TOP 100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가 됐고, 성공한다면 순위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유의 경우 이 같은 기회를 자발적으로 포기한 셈이다.

아이유가 비범한 도전을 감행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7년 9월 18일 두 번째 리메이크 음반 '꽃갈피 둘' 선공개곡 '가을 아침'은 오전 7시 발매했다. 당시에도 2017년 2월 이뤄진 차트 개편으로 인해 오후 7시부터 익일 오전 11시까지 공개되는 음원 성적은 실시간 차트에 반영되지 않았다. 아이유는 제목이 '가을 아침'인 만큼 자신의 노래를 아침에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오전 7시 발매를 택했고, 오후 1시 기준 7개 전 음원 사이트 1위를 석권했다.

이 같은 행보에서는 흥행보다 감동을 우선시하는 뮤지션으로서의 뚝심이 묻어난다. 아이유는 2018년 방송된 KBS 2TV '대화의 희열'에서 "순위 제도가 너무 치열해지다 보니까 발생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약간 속상하더라. '밤편지' 때 자정에 공개하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되는 상황이었다. 음악가가 내 음악을 이 시간에 첫 공개하고 싶은 자유도 있는데 그게 안 돼서 속상했던 기억이 있어 '가을 아침' 때 실행을 해봤다. 회사 입장에서는 너무 큰 손해라 걱정이 컸던 건데 내 입장에서는 단순하게 '가을 아침인데 아침에 들어야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1위도, 성적도, 매출도 너무 중요하지만 이것 역시 동등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음악을 음악으로 딱 듣는 것도 너무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해 아침에 냈다. 너무 감동적이었던 건 아침 출근길에 들어 좋았다는 분들이 많았던 것"이라며 "어떤 시간에 나와야 유리한지는 나도 잘 알지만 계속 그렇게 공략하다 보면 크게 봤을 때 모두에게 힘들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런 식으로 하면 동의하는 사람은 따라올 테고 그러다 보면 순위 제도라는 것도 지금만큼 과열된 상태는 지나지 않을까. 좀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 득을 나도 본다. 이게 희생이나 싸움이 아니라 서로 조금씩 편해질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

▲ 데뷔 14년 차에도 낯선 가수, 신곡에 녹인 음악적 도전

2008년 'Lost And Found'(로스트 앤 파운드)로 데뷔한 아이유는 13년 동안 대중의 응원과 사랑에 부응하고자 작사와 작곡, 프로듀싱, 창법, 콘셉트 등 다방면에서 변주를 꾀하며 자신만의 음악적 팔레트를 부단히 채우고 확장해왔다. 신곡 'strawberry moon'에 담긴 아이유의 가사와 목소리 역시 상투적이지 않다. 최근 아이유가 발매한 노래들 중 가장 슬프지 않고 대중적이며 신선하게 느껴진다는 호평이 중론.

가사는 아이유가 홀로 썼다. 작곡은 아이유, 데뷔 초부터 아이유와 좋은 합을 자랑해 온 작곡가 이종훈이 공동으로 맡았다. 스케치 당시 어쿠스틱 기타를 기반으로 한 이지 리스닝 트랙(쉽게 들을 수 있는 곡)이었던 'strawberry moon'은 이종훈의 청량한 피아노 테마, 시원한 D bridge(디 브릿지)가 더해져 피아노 선율을 토대로 한 팝 록 곡으로 변모했다.

아이유는 최근 발표한 'Love poem'(러브 포엠), '에잇', '라일락' 등에 비해 한결 힘을 빼고 작업했다. 들었을 때 그 누구도 생각이 많아지거나 조금이라도 슬퍼지지 않는, 마음 편히 흘려들을 수 있는 쉬운 노래를 완성하고자 했다. 사랑에 빠진 기분을 표현하고자 '무중력'뿐 아니라 하얀 달처럼 동그랗고 헬륨 풍선처럼 가볍게 날아갈 수 있는 홀씨를 지닌 '민들레'라는 소재를 메타포로 내세웠고,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우주를 연상케 하는 일렉트로닉한 요소까지 곳곳에 배치했다.

보컬적으로는 도입부에서 섬세한 소리를, 후렴과 백킹 코러스에서 내지르는 소리를 사용해 다이내믹함을 살리고자 했다. 고음역보다는 중음역대에서 파워풀한 소리를 냄으로써 모두가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자 작업 과정에서 보컬에 가장 중점을 뒀다는 후문이다.

아이유는 신곡 소개 글을 통해 "포토샵으로 만든 것 같은 6월 밤하늘의 딸기 색깔 달보다, 사랑에 빠졌을 때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더 믿기 힘든 판타지에 가깝다. 자주 오지 않더라도, 다시 오지 않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한 적 있을 그 신비한 순간을 이 곡을 들으면서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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