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맞아요? 30 아니고?" 싱가포르 기자도 깜짝 놀란 한국 신용도

세종=유선일 기자 입력 2021. 10. 19. 11:00 수정 2021. 10. 1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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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이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 10월 외평채 발행'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21.10.7/뉴스1

지난 10월 6일 밤 9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싱가포르 한 언론사의 기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기자는 이날 우리 정부가 발행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이하 외평채)의 가산금리를 물었다. 가산금리는 지표금리에 더해 발행자 신용도에 따라 추가 지급하는 금리로 발행자의 신용도가 높을수록 낮아진다.

기재부 실무자가 유로화 외평채 발행 가산금리가 "thirteen(13) bp"라고 답하자 기자는 "thirty(30) bp 아니냐"고 되물었다. 1bp는 0.01%포인트를 말한다. "13bp가 맞다"는 대답에도 기자는 재차 수치를 확인한 뒤 "unbelievable(믿을 수 없다)"이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우리 정부가 최근 약 13억달러(달러화 5억달러, 유로화 7억유로) 규모 외평채를 역대 최저 가산금리로 발행한 것에 대한 해외의 반응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역대 최고의 흥행 사례로 기록될 이번 외평채 발행의 이면에는 일부러 어려운 길을 택한 정부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다.
'어려운 길' 선택...그린본드로 흥행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달러를 살펴보고 있다. 2021.10.6/뉴스1
기재부는 당초 외평채 발행 시기를 9월 초로 계획했었다. 투자자들이 대개 여름휴가 이후 투자 재개에 나선다는 점에서 이 시기가 외평채 발행의 적기라는 판단이었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9월에 외평채를 발행했다.

그러나 내부에서 발행 시점을 10월로 늦추자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오히려 정부가 앞장서 분위기 반전을 선도하는 것이 외평채의 역할이라는 논리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계획을 가시화할 것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10월엔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9월 FOMC 이후 중국 헝다사태, 미국의 부채한도 상향 문제 등이 겹치면서 시장 변동성이 예상보다 더 확대돼 사실 10월 외평채 발행은 다소 모험이었다"며 "그러나 '쉬운 길은 가지 않겠다'는 선택 덕분에 결과적으로 이번 외평채 발행이 더욱 빛을 발했다"고 자평했다.

기재부는 10월 6일 오전 10시쯤부터 외평채 입찰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아시아 시장에서 달러화 외평채 입찰을 시작했는데, 중국 국경절 휴무 영향으로 입찰이 저조해 기재부 실무자가 크게 긴장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오후 4시쯤 유럽 시장에서 달러화·유로화 외평채 입찰을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유로화 외평채 주문이 발행물량 대비 최대 7배까지 증가했고, 그때까지 부진하던 달러화 외평채 주문도 동반 호조를 보여 최대 6배까지 증가했다.

흥행의 비결은 그린본드였다. 기재부는 7억 유로 규모의 유로화 외평채를 전액 그린본드로 발행했다. 그린본드는 발행 자금이 신재생에너지 등 녹색 프로젝트에 투자되는 채권으로, 이번 유로화 그린본드 발행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 최초 사례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시아 정부 최초의 유로화 그린본드 발행이라는 희소성이 투자자들에게 크게 어필한 것 같다"며 "그린뉴딜, 넷제로(net zero) 등 한국 정부의 정책도 그린본드의 매력을 높일 수 있었던 원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치열했던 경쟁...발행규모 증액
(서울=뉴스1) =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이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 10월 외평채 발행'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21.10.7/뉴스1
당초 기재부가 계획했던 외평채 발행 규모는 달러화 5억달러, 유로화 5억유로 등 총 11억달러 규모였다. 이처럼 외평채 발행 물량이 시장 예상만큼 많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주간사 간에 물량 확보 경쟁이 벌어졌고, 주간사에 대한 투자자들 압박도 이어졌다. 결국 기재부는 유로화 외평채 발행규모를 7억유로로 증액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량 투자자가 많았기 때문에 발행 막판에 자신감을 갖고 가산금리를 축소해 역대 최저치를 달성했다"며 "그럼에도 다수가 주문을 유지하면서 최종 유효주문이 발행액 대비 달러화는 4배, 유로화는 6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최종 유효주문은 기재부가 최종 가산금리로 달러화 25bp, 유로화 13bp를 제시한 이후에도 잔류한 주문을 의미한다.

기재부는 과거에는 외평채 투자자 구성이 아시아 지역, 신흥국 투자펀드 중심이었다면 올해에는 유럽 지역, 중앙은행 등 우량 투자자 중심으로 변화했다고 밝혔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달러화 외평채 투자자 비중은 아시아 38%, 유럽·중동 44%, 미국 18%였는데 올해는 아시아 32%, 유럽·중동 60%, 미국 8%로 나타났다. 투자자 유형별로 보면 지난해에는 유로화 외평채에 투자한 중앙은행·국부펀드 등의 비중이 19%였는데 올해 37%로 크게 늘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안전성, 장기보유 위주 투자자의 비중이 증가했다는 것은 외평채가 안전자산으로 인정받고 있고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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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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