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워싱턴 타격코치의 '아메리칸 주입식 교육'
[스포츠경향]
주입식 교육은 나쁘다고 배웠다. 대한민국 교육의 폐해는 주입식에 있다는 문제제기도 일반화돼 있다.
그러나 때로는 주입식 교육도 필요하다. 갈팡질팡 목표점이 불확실한 대상에는 분명한 방항점 하나를 찍어주는 차원에서 일정 수준의 주입식 교육이 효과적일 수 있다.
조니 워싱턴 한화 타격코치(37)는 ‘정통 아메리칸 스타일’ 지도다. 26세에 불과하던 2009년 마이너리그 코치 생활을 시작으로 지도자 이력을 쌓은 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타격코치와 1루 코치를 역임했다.
미국야구 마이너리그 바닥부터 빅리그까지 차곡차곡 지도자 이력을 쌓은 만큼 타자들을 지도하는 방법도 다채롭다. 한화 현장 관계자는 “선수들을 지도하는 드릴(drill)이 엄청 다채롭다. 저런 방법이 있나, 싶은 걸 많이 배운다”고 전했다.
‘드릴’은 주로 골프에서 각종 장비를 이용해 교습할 때 쓰이는 용어인데, 워싱턴 코치가 한화 타자들을 지도하며 소개한 몇가지 ‘드릴’에 “역시 아메리칸 스타일”라고 감탄을 뿜어낸 관계자들도 몇몇 있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워싱턴 코치가 한화 타자들에게 한 시즌 내내 강조한 것은 조금 결이 다르다.
한화 대전구장 라커룸에서 가끔 보였던 워싱턴 코치의 모습 하나. 머리 띠를 두르고 한복판에 ‘가운데’라는 크게 써놓고는 야수들을 일일이 보고 다니며 ‘가운데 보고 치라’는 주문이 끊이지 않았다,
한복판 볼을 치듯 자신있게 자기 스윙을 하라는 암시와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는 놓치지 말고 돌리라는 주문이었다.
워싱턴 코치는 또 타자들에게 ‘네 자신을 알라’는 취지도 암기도 많이 시켰다. 이른바 자신의 ‘핫앤콜드존’부터 정확히 인지하고 타석에 들어가 싸우라는 주문이었다.
각 타자들의 강점과 약점이 누적돼 쌓여있는 ‘핫앤콜드존’은 보통 투수들의 참고서다. 그러나 투수와 싸우기 위해서는 타자부터 자기의 존부터 이해해야한다는 게 워싱턴 코치의 1단계 교육법이다. 워싱턴 코치는 “무엇보다 자신이 어느 존이 강한지는 알고 쳐야하는데 그것도 모르고 다 때리려고 덤벼들면 방법이 없다. 모든 존을 다 잘 치는 타자는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매번 본인의 ‘핫존’으로 볼을 유도할 수 없지만, 그 확률을 높여가려는 게 한화 타격의 방향성이다. 상대적으로 어린 타자들이 많기에 스스로 자기 것을 확장해가기 이전에 필요한 기본기가 될 수도 있다.
지난 7일 대전 SSG전 9회 1사 만루에서 상대 마무리 김택형을 상대로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친 노시환의 타격은 모범 사례 중 하나였다. 노시환은 스트라이크존 사각형에 한복판과 함께 4군데의 모서리 스트라이크 존을 타격해서는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했지만 한복판 높은 존과 몸쪽 가운데 안쪽 존 타율은 2할 초중반대에 그쳤다. 노시환은 약한 존으로 흘러나가는 볼을 버리고 본인의 ‘핫존’ 부근의 볼을 대응하면서 10구 승부까지 한 끝에 좌익수 쪽 깊은 플라이를 만들어냈다. 10구째 볼은 한복판에서 살짝 몸쪽 낮은 곳으로 몰리는 패스트볼이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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