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잊어선 안될 여순사건의 아픔 [씨네뷰]

김종은 기자 2021. 10. 1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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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 4·3 사건, 여기에 우리가 잊어선 안될 또 다른 역사가 있다.

여순사건이 품고 있던 가슴 아픈 진실을 처음으로 세상에 꺼내 보인 '동백'이다.

'동백'은 1948년 10월 19일 실제로 일어난 여순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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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 4·3 사건, 여기에 우리가 잊어선 안될 또 다른 역사가 있다. 여순사건이 품고 있던 가슴 아픈 진실을 처음으로 세상에 꺼내 보인 '동백'이다.

21일 개봉하는 영화 '동백'(감독 신준영·제작 해오름엔터테인먼트)은 과거의 아픔을 안은 채 식당을 운영 중인 노인 순철(박근형)이 어느 날 뜻밖의 손님을 마주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동백'은 1948년 10월 19일 실제로 일어난 여순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여순사건이란 전라남도 여수에 주둔하고 있던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의 일부 군인들이 제주 4·3 사건 진압을 거부하며 일으킨 사건으로, 제주 4·3사건과 함께 해방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좌익과 우익의 대립으로 빚어진 민족사의 비극적 역사다.

제주 4·3 사건과 마찬가지로 여순사건 역시 세상에 널리 알려진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심지어 두 사건 모두 과거엔 '무장폭동' 및 '반란 사건'이라는 오명으로 불렸을 뿐만 아니라, 관계자의 친족들은 '빨갱이'라고 칭해지며 차별을 받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다행히 세월이 지날수록 이런 잊힌 역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증가하고 있다. 뒤늦게나마 사건의 피해자들을 찾아 마땅한 보상을 건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없었다. 이에 배우 박근형과 신준영 감독은 옳은 역사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고증이라 할 수 있다. 역사 고증이 잘 된 영화일수록 더 몰입감 있게, 더 효율적으로 메시지를 전할 수 있고 제대로 담아내야만 피해자들을 향한 2차 가해를 막을 수 있기 때문. 이런 면에서 '동백'은 담백하게 여순사건의 진실을 담아냈다. 마치 순철이 운영하는 동백식당의 국밥처럼 말이다.

간혹 몇몇 영화에서는 메시지를 더 임팩트 있게 전달하기 위해 슬로 모션 등의 화려한 효과를 사용하거나 슬픔을 극대화한 스토리를 가미하곤 한다. 반면 '동백'은 피해자의 시선에서 그날의 비극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처음엔 삼삼하게 느껴졌던 국밥의 맛이 자신도 몰랐던 미각을 일깨우듯, '동백'의 지닌 메시지는 천천히 관객의 마음을 물들이며 동족 간의 비극에 절로 울컥하게 만든다. 특히나 순철이 과거를 회상하는 신은 흑백으로 촬영돼 더 집중해 화면을 지켜보게 만든다.

이 가운데 박근형의 연기는 '동백'의 메시지에 힘을 싣는다. 박근형은 잔잔하다가도 요동치는 순철의 입체적인 면을 섬세하게 표현해 내 몰입도를 높인다.

제작 도중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할 정도로 빠듯한 상황 속에서 완성된 '동백'이기에 OST와 CG 등에서 아쉬움을 남기지만, 메시지만큼은 선명하다. 여순사건에 대해 지금껏 몰랐다면 '동백'을 관람하길 추천한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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