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 휴대폰 1톤은 금광석 1톤보다 금 많다..전자제품 재활용 절실

곽노필 2021. 10. 1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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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전기폐기물 포럼, 올해 전자제품 등 5740만톤 폐기 전망
제품 주기 짧아져 5년새 20% 폐기 증가..수거 재활용해야
한 해 버려지는 전기전자제품 폐기물은 만리장성을 쌓고도 남을 정도로 방대하다. WEEE포럼 제공

한 해 버려지는 전기전자제품 폐기물의 양이 만리장성을 쌓고도 남는다는 분석 보고서가 나왔다.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국제비영리단체 ‘전자전기폐기물(WEEE)포럼’은 2021년 전 세계적으로 발생할 전기전자제품 폐기물을 예상한 결과, 5740만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고 최근 발표했다.

포럼은 “이는 지구에서 가장 무거운 인공물인 중국 만리장성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 벽돌 무게를 기준으로 과학자들이 추정한 벽돌 수를 합한 만리장성의 무게는 약 5300만톤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세계 전자폐기물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전자폐기물은 2019년 현재 5360만톤으로 5년 새 21% 증가했다. 한 해 200만톤씩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보고서는 이 추세대로라면 2030년엔 폐기물이 75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 1인당 9㎏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자제품 7개 중 1개는 집 안 서랍 속에

가장 큰 이유는 소비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포럼은 현재 연간 증가율을 3%로 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대외활동이 위축되면서 소비자 전자제품 수요가 크게 늘었다. 예컨대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북미를 제외한 세계 텔레비전 시장은 2021년 상반기에 33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나 증가했다.

반면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전자제품 수명 주기는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제품을 고치거나 업그레이드를 해서 다시 쓰는 비율도 줄어들고 있다. 포럼에 따르면 유럽의 경우 평균적으로 일반 가정에 있는 전자제품 72개 중 11개는 더는 사용하지 않거나 고장난 상태다. 쓰지도 않는데 집에 방치해 놓고 있는 전자제품이 1인당 매년 4~5㎏에 이른다.

프랑스의 한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 각 가정의 서랍 등에 처박혀 있는 휴대폰이 5400만~1억1300만대로 추정된다. 무게로 따지면 10~20톤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의 경우 한 해 1억5100만대, 하루 평균 41만6천대의 휴대폰이 버려져, 결국 소각되거나 쓰레기장에 매립된다. 미국 쓰레기 매립지에서 배출되는 중금속의 40%가 전자제품 폐기물에서 나온다고 포럼은 밝혔다.

유럽의 경우 전자제품 7개 중 1개는 쓰지도 않은 채 집 안에 방치돼 있다. WEEE포럼 제공

전자제품 1톤 재활용하면 탄소 2톤 배출 막아

전자제품에는 재활용할 수 있는 금속 자원이 많다. 따라서 다 쓴 제품을 잘 수거하면 환경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포럼의 파스칼 르로이 사무총장은 “시민들이 중고 또는 고장난 제품을 반납하거나 되팔거나 기부하지 않으면 새로운 자원을 계속 캐내야 한다”며 “1톤의 전자제품을 재활용하면 2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포럼이 국제전자폐기물의 날(10월14일)을 맞아 공개한 시민 인터뷰 영상을 보면, 일반 시민들은 전자폐기물의 재활용률을 40~50%로 추정했다. 포럼은 그러나 실제 재활용률은 그 절반도 안 되는 17.4%(2019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특히 휴대폰과 태블릿, 컴퓨터를 비롯한 소형 아이티 기기들의 경우 데이터 보안에 대한 우려가 특히 수거 및 재활용을 막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분석됐다.

휴대폰 1톤에는 금광석 1톤보다 더 많은 금이 들어 있다. 언스플래시

휴대폰 1톤 속의 금, 금광석 1톤보다 많아

유엔대학의 지속가능사이클(SCYCLE) 프로그램 총괄책임자인 루디거 케르(Ruediger Kuehr)는 “폐기된 휴대폰 1톤에는 금광석 1톤보다 더 많은 금이 있다”며 재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휴대폰 100만대에는 금 24㎏, 구리 1만6000㎏, 은 350㎏, 팔라듐 14㎏이 포함돼 있다. 그는 “제품을 수거하면 이런 금속 광물을 얼마든지 회수해 다시 제품 생산에 투입할 수 있다”며 “이를 활용하지 못하면 새로운 자연 자원을 캐내야 하고 이는 곧 환경에 큰 해를 끼치게 된다”고 말했다. 폐기물에서 금속을 회수하면 순수하게 자연에서 채굴할 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는 2019년 한 해에만 적게 잡아도 570억달러(약 68조원) 가치에 해당하는 금속 자원이 수거되지 않고 버려지거나 소각된 것으로 추정했다.

포럼의 국제전자폐기물의 날 담당자인 막달레나 차리타노비치는 보도자료에서 “소비자들은 올바른 일을 하고 싶어하지만, 이를 위해선 충분한 정보가 필요할 뿐 아니라 전자폐기물을 올바르게 처분하는 것이 지역사회의 규범이 될 수 있도록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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