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륜차 배달원을 순한 양처럼 달리게 하려면 필요한 것들

서울문화사 2021. 10. 1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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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 오토바이가 늘고 있다. 이륜차 배달원들의 위험한 질주도 잦아졌다. 운전자들의 불만은 거세고, 사고는 빈번히 일어난다. 하지만 이륜차 배달원은 더 빨리 가야만 한다. 또 더 많이 이동해야 하고. 문제는 시스템이다. 배달원과 고객, 플랫폼 모두가 종속된 시스템의 문제다.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공생할 방안이 필요하다.

도로 풍경이 바뀌었다. 배달 이륜차가 전과 비교할 수 없게 늘었다. 점심, 저녁 시간 교차로를 보면 여기가 베트남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교차로뿐이랴. 서울 시내 도로와 골목마다 배달 이륜차가 즐비하다. 코로나19가 바꾼 풍경 중 하나다. 배달 이륜차가 도로에 늘면서 풍경만 바뀌지 않았다. 이륜차 교통사고도 늘었다. 도로교통공단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이륜차 교통사고는 2018년에 비해 9.9% 증가했다. 1만7천6백11건에서 2만1천2백58건으로. 사상자 수는 2만2천1백58명에서 2만7천8백73명으로 12.3% 증가했다. 다른 이륜차도 포함한 수치긴 하다. 하지만 배달 이륜차의 증가가 변화의 핵심이라는 건 안 봐도 빤하다. 다른 수치도 이를 증명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작년 온라인 배달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17조4천억원이다. 1년 전보다 78.6% 증가했다. 폭증한 수요를 받아냈다는 건 배달 이륜차 역시 폭증했다는 뜻이다. 이륜차 배달원 40만 시대. 도로 풍경이 바뀔 만한 숫자다. 언제나 급하면 문제가 터지기 마련이다. 이륜차 배달원의 난폭 운전도, 자동차와 배달 이륜차 사이의 깊은 골도, 이륜차 배달원을 바라보는 시선도 급격한 변화가 만들어낸 그림자다. 휴대폰 몇 번 누르면 30분 만에 구운 삼겹살까지 배달되는 편리함이 만들어낸 그림자이기도 하다. 이륜차 배달원은 예전에도 있었다. 관련 문제 역시 예전에도 불거졌다. 하지만 전과 다르게 그림자는 농도가 짙어졌다. 그러려니 하기에는 너무 도드라졌다.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계점을 돌파했다. 문제는 단지 개인의 성향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 이면에 담긴 더 큰 문제를 풀어야 한다. 다각도로, 꼼꼼하게.

이륜차 배달원이 도로에서 순한 양처럼 달리게 할 방법은 뭘까? 우선 강력하게 적발하는 방법이 있다. 교통 법규를 위반하면 지금도 처벌한다. 범칙금 폭탄을 당해낼 재간이 없을 거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모든 도로를 감시하기 위해 인력을 배치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적발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있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할 부분이다. 말 안 해도 이미 하고 있는 부분이다. 더 근본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범칙금은 병의 응급처지일 수밖에 없다. 더 근본적인 치료법이 필요하다.

이륜차 배달원이 신호를 위반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며, 아슬아슬하게 주행하는 이유가 뭘까? 스릴을 즐기는 사람들이 배달업에 종사하기 때문은 아닐 테다. 이 문제는 복잡하다. 단지 이륜차 배달원이 한 건 더 배달해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욕망 하나만은 아니다. 시스템이 만들어낸 속도다. 배달은 ‘건 바이 건’으로 수익을 올린다. 일견 합당해 보이는 시스템이다. 많이 배달하면 많이 벌고 적게 배달하면 적게 벌고. 하지만 건당 배달료가 높지 않으면 용돈 벌이가 아닌 다음에는 손에 쥐는 돈이 적다. 전업 배달원으로 생활하려면 무리해서라도 빨리 달려야 한다. 게다가 배달 플랫폼이 ‘피크 시간’을 도입하며 특정 시간에 배달비를 높게 책정했다. 이 시간대에 하나라도 더 배달하고픈 욕망을 자극한다. 시간은 곧 돈이니 더욱 무리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배달 플랫폼의 압박도 무시할 수 없다. 늦으면 불이익을 받는다. 이것이 쌓이면 일을 지속하기 힘들다. 생활이 흔들리니 속도를 늦출 수 없다.

이륜차 배달원 조합인 ‘라이더유니온’에서 한 실험은 이 부분을 그대로 보여준다. 평소대로 배달할 때와 교통 법규를 지키며 배달할 때 차이를 비교했다. 배달 건수와 소득은 각각 29%와 20% 줄고, 평균 배달 시간은 6분 증가했다.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수익이 줄고 배달 시간이 늘어난 점은 이륜차 배달원 입장에선 이중고다. 수익 감소뿐 아니라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플랫폼과 음식점 양쪽에서 달가운 배달원은 아니니까. 배달 플랫폼이든, 음식점이든, 배달원이든 모두 빨리 달려야 돈을 버는 구조다. 그 안에서 속도는 최우선 조건이다. 이 시스템에서 가장 표면에 드러난 존재는 이륜차 배달원이다. 이들은 알게 모르게 법규보다 돈이 먼저 보이게 내몰린다. 그렇게 속도는, 법규 위반은 일상이 된다.

물론 교통 법규를 어기는 이륜차 배달원의 행동을 옹호할 마음은 없다. 하지만 그렇게 행동하는 원인을 아는 건 중요하다. 원인을 공유해야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긴다. 이륜차 배달원의 속도를 줄이려면 지금 이 구조로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시스템을 바꾸려면 다방면에서 부담을 나눠야 한다. 가장 이득을 많이 본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이륜차 배달원을 더 철저하게 관리할 책임을 지워야 한다. 배달원을 모집할 때 기준을 까다롭게 하고, 법규를 위반한 배달원에게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단지 서비스 중개업 이상의 의무 말이다. 정부가 법적으로 제도를 더 촘촘하게 만들어야 가능한 일이다. 중소 배달 대행업을 관리하는 부분도 정부의 역할이다. 현재 라이더 보호법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배달 사업자들의 기본 의무도 포함돼 있다. 제도를 정비해야 기본적인 변화가 시작된다.

속도를 늦춘 배달원의 줄어든 수입을 어느 정도 보존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위험에 노출되면서까지 달리지 않도록 하는 동기 부여다. 지금은 모두 경주마처럼 내몰린다. 배달원 자격을 유지하는 게 까다롭고 보상만 적절하다면 속도는 줄어들 수 있다. 그럴 때 이륜차 배달원들의 인식도 변할 수 있다. 중요한 부분이다. 현재 라이더유니온에서 자체적으로 이륜차 배달원에게 안전 교육을 진행한다. 하지만 인식이 변하려면 더 근본적인 돌파구가 필요하다.

당연히 배달비는 지금보다 오를 테다. 소비자 역시 더 높은 배달비를 내는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 역시 이 시스템의 어쩔 수 없는 일원이다. 앞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요구된다고 했다. 배달비 역시 그 인식의 일부다. 배달비가 높아지면 배달을 덜 시키는 흐름이 생길 수 있다. 지금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이례적으로 폭증한 결과다. 한번 편리함을 맛본 만큼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진 않을 거다. 하지만 폭증한 만큼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될지 모른다. 그와 더불어 늘어난 이륜차 배달원의 수도 줄어들 수 있다. 그 흐름이 인상된 배달비를 받아들일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변해야 할 게 많다. 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각자의 욕망이 얽혀 있기에 쉽지 않다. 그럼에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공통체가 인식을 공유할 때 변화는 일어난다. 그렇게 사회는 좋은 쪽으로 변해갔다. 이번에도 그러길 바랄 뿐이다. 아니, 그렇게 변해가야만 한다.

EDITOR : 조진혁 | WORDS : 김종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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