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文대통령 수사하나 묻자 "법에 따라 해야죠"

입력 2021. 10. 1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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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노무현·김대중 정부 수사 도마에..홍준표 "수소가 H2O 아니냐" 빈축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집권 후 현 정부를 수사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법에 따라 하겠다"고 부인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윤 전 총장은 18일 국민의힘 부산·울산·경남 권역 토론회에서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윤 전 총장을 쫓아낸 검찰 간부들과 586 인사들이 (정권교체 후) 임기가 보장돼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묻자 "임기가 보장돼 있는 사람을 어떻게 하겠느냐. 법에 따라 해야죠"라고 답했다. '임기를 보장해 줄 것이냐'라는 재질문에 윤 전 총장은 "안 그러면 환경부 장관 사건처럼 형사 범죄가 된다"고 했다.

원 전 지사가 다시 "대통령은?"이라고 묻자 윤 전 총장은 "대통령이라면 문재인 대통령 말이냐"고 되묻고는 "뭐든지 법에 따라 해야죠"라고 말했다.

원 전 지사가 "법에 따라 하는 것과 보복수사의 차이가 뭐냐"고 하자 윤 전 총장은 "실무적으로 말씀드리면 '조국 사건'이나 '이재명 아수라 게이트'처럼 저절로 드러난 것은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누구를 찍어놓고 그 사람 주변을 일 년 열두 달 뒤져서 찾으면 그것은 정치보복"이라고 답했다.

윤 전 총장은 "그러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는 저절로 드러난 것이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잠시 머뭇거리고는 "두 분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것을 이잡듯이 막 뒤져서 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는 정치보복이냐'는 물음에는 "제가 알고 있기로는 2008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와 그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는 과정에서 그런(노 전 대통령 관련) 진술이 바로 나와버린 것으로 안다"며 "저는 당시 수사에 관여를 안 했지만, 전직 대통령을 그런 방식으로(억지로, 정치 보복으로) 하는 것은 정권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 어리석은 대통령이나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도 지난 정권 수사 문제를 언급했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에게 "2003년 대북송금 사건 때 박지원 전 장관을 구속했는데 DJ는 수사하지 않았다. 대통령 통치행위였기 때문"이라며 "통치행위가 수사 대상이 되느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총선 공천에 개입한 것은 통치행위냐 실정법 위반이냐"고 따져 물으며 친박 표심을 겨냥했다.

윤 전 총장은 이에 대해 "공천 관여는 대통령의 선거 중립 의무 때문에 법 위반이 되는 게, 저희(당시 수사팀)는 공천 관여보다도 국정원 자금을 공천 여론조사 비용으로 쓴 것을 기소했다"고 했다.

홍 의원이 이에 "국정원 예산이 청와대 뇌물로 둔갑했다. 국정원 예산에 청와대 예산이 숨어있는 것을 몰랐느냐"고 하자 윤 전 총장은 "과거에 정치적으로 그렇게 말을 했지만 (국정원) 예산 항목은 대북특수공작비"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에서 공개하기 어려운 예산을 국정원 사업비로 편성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홍 의원이 한 발 더 나가자, 윤 전 총장은 "그것은 권위주의 통치 시절에나 있던 이야기이지 법치국가에서…(있을 수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윤 전 총장은 "수사 지휘한다고 해서 검사장이 경찰서장에게 특활비·판공비를 상납받으면 되겠느냐"며 "정치적으로 어떻게 해석하는지는 별개 문제일지라도 법적으로 따지는 건 정확히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계개편하나' 묻자 尹 "초법적 과거"…洪은 '수소 굴욕'

윤 전 총장은 원 전 지사가 "민주당은 윤 전 총장에 대한 배신감, 적대감이 있는데 집권 후 여소야대를 어떻게 돌파할 것이냐"고 묻자 "민주당에도 훌륭한 정치인이 많이 있다"며 "민주당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리 당과 소통되고 대화가 되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원 전 지사가 "나는 안 보이는데 누구를 말하느냐"고 하자 윤 전 총장은 "탈당했지만 금태섭 전 의원 같은 분이 있지 않느냐. 그런 분이 남아있을 수 없게 공격했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친문이니 뭐니 너무 한 라인이 당을 독재적으로 운영한다"며 "행정권이 바뀌면 대화가 가능하다. (지금은) 행정권을 민주당이 갖고 있기 때문에 드라이브를 걸고 무도한 짓을 하는데, 야당을 하면서 저럴 수는 없다"고 했다.

이에 원 전 지사가 "대통령 권력으로 정계개편을 할 생각이냐"고 하자 윤 전 총장은 "정계개편을 대통령 마음대로 한다는 발상 자체가 초법적인 과거(의 생각)"이라며 부인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지난주 제주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을 문제삼으며 "윤 후보 자신은 2년 털어도 나온 게 없는데 다른 후보는 터는 데 1주일도 안 걸린다? 정치 21년 하면서 이런 모욕은 처음"이라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이에 "다른 분도 후보가 되면 1주일도 안 돼서 턴다는 게, '1주일도 안 돼서 다 턴다'는 게 아니라 '1주일도 안 돼서 털기 시작할 것'이라는 얘기였다"고 해명했다.

한편 홍 의원은 이날 원 전 지사와 수소경제 관련 토론을 하다가 "수소경제 하곘다고 했는데 수소를 뭘로 만들 것이냐? 수소를 만들어야 수소 경제를 할 것 아니냐"라는 원 전 지사의 질문에 "수소, H2O인가 그거 아니에요?"라고 되물어 빈축을 샀다.

원 전 지사는 "H2O는 물이고"라며 "물 만드실 거냐?"고 즉각 반격에 나섰다. 홍 의원은 "수소 만드는 비용이 비싸다고 하더라"라고 다른 이야기로 피해 가려 했지만 원 전 지사는 "수소를 뭘로 만드실 거냐"고 집요하게 물었고, 결국 홍 의원은 "그것까지 물어보면 어떡하느냐"고 사실상 두 손을 들었다.

홍 의원은 결국 이날 토론 마무리 발언에서 "다음 토론 때는 수소를 어떻게 만드는지 그것부터 알아보고 나오겠다"고 했고, 다른 후보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 이날 토론 중 '오늘 가장 토론을 잘 한 후보가 누구냐'는 사회자 공통 질문이 나왔는데 홍 의원은 "원 후보가 제일 잘한 것 같다. 제가 골탕을 먹었거든요"라고 했고, 원 전 지사는 "수소도 모르고 나와서도 분위기 좋게 넘어가는 홍 후보의 저 적응력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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