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네트'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 [편파적인 씨네리뷰]
[스포츠경향]
■편파적인 한줄평 : 강렬한 엔딩 20분에, 지루한 120분이 날아가네
흑마술이라도 부린 걸까. 마지막 강렬한 20분에, 지루했던 이전 120분이 날아간 느낌이다. 도전적인 연출과 ‘나쁜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가 묘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 ‘아네트’(감독 레오스 까락스)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아네트’는 LA를 아우른 오페라 가수 ‘안’(마리옹 꼬띠아르)과 불안한 사랑이 깨진 뒤 딸 ‘아네트’에게만큼은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던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아담 드라이버)의 이야기다. 레오스 까락스 감독이 자신의 딸 ‘나타샤’에게 바치는 영화기도 하다.
면면이 독특하다. 레오스 까락스 감독과 나타샤가 직접 출연해 영화의 시작을 알린 이후 현실과 픽션을 오가며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한다. 얼핏 헨리와 안의 사랑이야기처럼 비치지만, 중간중간 ‘대중’이란 제3의 존재를 영화에 긴장감을 주는 소재로 활용되며 두 사람의 갈등을 증폭시킨다. 신선한 연출이다. 거의 모든 대사를 노래로 처리하는가 하면, 편집점까지 과감하다.
마리오네트 인형으로 대체한 ‘아네트’는 그 중 백미다. 초반엔 거부감을 주던 이 인형은 어느 새 부모에게 상처받은 아이 ‘아네트’로 인식되며 동정과 연민을 자극한다. 특히 클라이막스에선 인형을 이용한 가장 드라마틱한 연출로 충격과 안쓰러움 모두 선사한다. ‘아네트’의 입에서 “아버지는 이제 사랑할 게 없다”는 대사가 연거푸 나올 땐 씁쓸한 뒷맛이 한층 강해진다.
물론 호불호가 갈릴 지점도 많다. ‘안’과 ‘헨리’의 행복했던 시절부터 친절하게 설명하는 터라 지루한 감을 느낄 수도 있다. 아동 학대에 가까운 ‘헨리’의 선택에도 눈살이 찌푸려진다. 하지만 레오스 까락스 감독이 하고 싶은 진짜 메시지를 깨닫는 순간 잠이 확 달아난다. ‘아네트’만의 이상한 힘이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이후에도 ‘안’과 ‘헨리’의 러브송 ‘위 러브 이치 아더 소 머치(We Love Each Other So Much)’가 계속 입에 감도는 건 이 기묘한 중독성 때문 아닐까.
■고구마지수 : 1개
■수면제지수 : 2개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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