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발사]③우주 향하는 누리호, 미사일 무기와 어떻게 다를까

김승준 기자 입력 2021. 10. 1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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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원리는 같아..목적에 따라 세부적인 개발과 설계 방향 달라
누리호는 액체 연료 발사체..'비군사적' 목적에 적합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 인증모델이 신규 구축된 제2발사대의 인증시험을 위해 발사대에 기립하고 있다. 2020.6.1/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발사체 기술의 활용처는 크게 무기와 우주 개발로 나뉜다. 무기로서의 발사체와 우주 진출을 위한 발사체 기술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발사체는 '작용-반작용 법칙'을 바탕으로 추진제를 연소시켜 분출되는 기체로 추진력을 얻는다는 기본원리는 같지만, 그 목적에 따라 세부적인 개발과 설계에서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

무기는 신속성·기동성이 상대적으로 중요하다면, 21일 발사 예정인 누리호와 같은 우주 발사체는 효율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주 발사체의 주요 목표는 같은 양의 연료로 최대한 많은 무게를 실어 나르거나 멀리 나가는 데 필요한 추력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로켓 자체의 무게는 최대한 가벼워야 한다. 우주 발사체는 돌발 상황에 긴급하게 대응해야 하는 무기용에 비해 여유롭게 발사 시기를 정할 수 있다.

무기용 발사체는 어느 정도의 정확도와 탄도 및 무기 수송능력이 확보되면, 긴급 상황에서의 대응력이나 이동하면서 발사가 가능한 기동성이 중요해진다.

◇연료 충전 시간이 필요한 액체 연료 발사체…효율이 강점

통상적으로 액체 연료 발사체는 군사적 목적보다는 비군사적 목적에 적합하다고 여겨진다. 누리호는 액체 연료를 이용한다.

액체 연료 발사체는 고체 발사체에 비해 추진제 무게당 발생하는 추력(비추력)이 커 효율이 좋은 대신, 연료 충전 시간·설비가 필요해 기동성과 신속성이 떨어진다.

설인효 한국국방연구원 정책개발실 연구위원은 2020년 7월 국방일보 기고문에 "액체 연료의 경우 미리 주입해 둘 수 없고 발사 전 수십 분의 시간 동안 주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실시간 정찰 감시와 정밀 타격이 가능한 현대의 전장에서는 치명적인 취약성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액체 발사체에 연료 충전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연료 보관 문제 때문이다.

액체 발사체는 액체 상태의 연료와 산화제가 연소하며 발생하는 가스를 이용해 추진력을 얻는 구조다. 연소에는 타는 물질(연료)과 산소가 필요한데, 산화제는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때 효율적인 연소를 위해서는 연료와 산소 외의 불순물이 최소화되어야한다. 지구 대기에는 산소가 21% 포함됐다.

누리호의 경우에는 한정된 공간에 최대한의 산소를 주입하기 위해, 기체가 아닌 액체 상태의 산소를 사용한다. 문제는 대기압에서 산소를 액체로 만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영하 183도(℃) 이하로 냉각해야한다.

액체 산소는 단열을 잘해도 쉽게 기화되어 크게 팽창하므로 미리 로켓에 채워 놓고 보관하기가 힘들다. 만약 액체 산소를 보관하기 위한 장치를 발사체에 부착할 경우, 발사체의 무게가 늘어나 추진 효율이 떨어진다.

극저온 액체 보관 문제 외에도 추진제의 부식성으로 인한 탱크 손상, 연료의 폭발 및 화재 위험성 등의 문제가 있어 연료를 발사체와 별도 보관하고, 발사 전 충전하는 방식이 활용된다.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된 액체 발사체의 경우에는 발사체에 장기간 연료 보관이 용이하도록 추가 처리한 탱크나 연료를 사용하거나, 지하 발사 설비를 구축하는 추가적 개발이 들어간다.

반면에 고체 연료 발사체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체 상태의 연료를 활용하기 때문에 장기 보관이 용이하다. 연료 충전을 건너뛸 수 있기 때문에 유사시 단시간 발사 및 이동식 발사에 유리하다.

한화는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 서울 ADEX 2021' 전시회에서 누리호의 심장 ‘75톤 액체로켓 엔진’ 실물을 전시한다고 18일 전했다. 75톤 액체로켓 엔진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도로 지난 2010년부터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누리호의 핵심 장치다. 발사체가 중력을 극복하고 우주궤도에 도달하는 동안 고온, 고압, 극저온 등 극한 조건을 모두 견뎌 낼 수 있도록 제작한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사업 초기 단계부터 엔진, 터보펌프, 시험설비 구축 등에 참여했다. (한화 제공) 2021.10.18/뉴스1

◇섬세한 조절이 쉽게 가능한 액체 발사체 vs 저렴한 고체 발사체

액체 발사체는 산화제와 추진제를 밸브로 조절 가능한 구조로 만들어진다. 연료의 연소가 시작된 후에도 밸브만 잠그면, 연소를 멈추고 필요할 때 다시 추진할 수 있다. 또 연속적인 속도 조절도 가능해 발사체의 자세 제어나 궤도 제어를 섬세하게 할 수 있다.

고체 발사체는 추력을 연료의 모양과 배열로 조절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 시점에 연료가 많이 타도록 설계해 어느 정도 가속 조절이 가능하지만, 액체 발사체에 비해 섬세한 조작이 어렵다.

이러한 구조적 차이 때문에 액체 발사체에는 더 많은 부품이 들어가고, 조립도 정교하게 이뤄져야해서 개발 및 생산비용이 일반적으로 높다. 누리호의 경우에는 30만개 이상의 부품으로 구성됐다.

고체 발사체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개발이 쉬워, 군사 발사체로 활용되거나 액체 발사체의 보조수단(부스터, 킥모터 등)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또 스타트업이 민간 우주 산업에 뛰어드는 경우, 상대적으로 개발이 용이한 고체 발사체를 중심으로 서비스 연구·개발·서비스 기획을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비용 대비 효율성도 용도를 가르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누리호와 같은 발사체는 재래식 탄두를 실었을 때, (무기로 활용하기에는) 비용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며 "북한의 광명성 발사가 우주 개발이라고 주장했지만 문제가 된 것은 핵 개발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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