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게임' 전주(錢主)는 얼마를?

홍사훈 입력 2021. 10.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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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가 대장동에서 작업(?)을 시작하던 2015년, 당장 쓸 종잣돈이 급했습니다. 대장동 원주민들 땅을 매입하는 비용이 7,000억 원 예상됐는데 이 돈을 시중은행과 금융기관에서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로 끌어오려면 사전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당장 화천대유가 납입할 이행보증금 72억 원도 있어야 하고, 원주민들 대상으로 설명회라도 하려면 밥값도 들게 마련이잖아요. 시행사들이 PF 대출이 나오기 전까지 버티기 위한 초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살인적 이자를 주고 사채를 끌어오기도 하는데, 이잣돈을 갚지 못해 사업이 엎어지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때 화천대유에 종잣돈을 대겠다고 나선 곳이 '킨앤파트너스'(이하 '킨')라는 컨설팅 회사입니다. 351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나선 거죠. 그런데 사실 '킨'도 현금이 있는 회사는 아니었거든요. 알고 보니 '킨'이 화천대유에 투자하겠다는 종잣돈 351억 원은 SK 그룹 최태원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우람문화재단 이사장으로부터 400억 원을 빌려 만든 돈이었습니다. 최기원 이사장의 개인 돈 400억 원이 '킨'을 거쳐 화천대유에 들어간 거죠.

#1.화천대유 종잣돈 출처


여기서 상식적으로 대장동 게임에서 가장 많은 이득을 챙겨야 할 사람은 누굴까요? 당연히 화천대유에 절실했던 초기 종잣돈을 댄 전주(錢主)가 가장 많이 가져가는 게 상식이잖아요?

일단 천화동인 1호부터 7호 소유자들은 자기 돈 낸 건 3억 5,000만 원에 불과한데 4,000억 원 가까운 배당금을 터뜨렸습니다.

351억 원을 화천대유에 투자한 '킨'도 대장동 15개 아파트 블록 가운데 두 개(A1, A2) 블록의 분양수익금을 독차지했습니다. 정산이 다 끝나봐야 알겠지만 분양수익만 최소 1,000억 원이 넘을 것이란 예상입니다. 투자한 지 5년 만에 3배 가까이 이득을 남긴 거죠.

그럼 가장 공이 큰, 종잣돈 400억 원을 낸 최기원 이사장은 얼마를 이득 봤을까요? 최 이사장 측은 이자만 10% 받기로 한 대여금이었기에 1년에 40억씩 5년간 약 200억 정도 이득이 생겼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연 10%도 물론 높은 수익률입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에 비해 얻은 이익이 너무 적잖아요? 가장 공이 큰데 말이죠. SK측은 최기원 이사장이 돈을 빌려준 '킨'이 투자한다는 걸 몰랐기 때문에 그냥 대여금으로만 빌려준 건데, 지금 와서 보니 자신의 돈이 결국 대 박을 터뜨린 셈이라 오히려 '킨'에 속았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보통 투자라면 담보를 잡지 않습니다. 도 아니면 모니까 말이죠. 그런데 돈 빌려주는 대여라면 당연히 담보를 잡는 게 상식입니다. 더구나 400억 원이라는 거금이라면 400억 원 이상의 부동산 같은 걸 담보로 잡는 게 상식이잖아요? 다들 돈 빌려줄 때 그렇게 하잖아요? 그런데 별다른 담보가 없었습니다.

킨앤파트너스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빌린 돈 400억 원에 '천화동인 4호의 금전교부권을 담보로 설정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는 남욱 변호사입니다. 대장동 사업이 성공해서 남욱 변호사가 앞으로 큰 수익을 얻게 되면 그 수익금을 담보로 잡는다는 의미거든요. 미래에 발생할지 모를 수익금을 담보로 잡는 게 무슨 담보입니까? 그렇다고 무슨 사채처럼 20%, 30%씩 이자를 받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2. 킨앤파트너스 감사보고서


최 이사장 측은 '킨'이 자신에게 돈 빌려서 성남에서 아파트 개발 사업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취재팀은 당시 '킨'의 임원과 두 차례에 걸쳐 그때 상황에 대해 얘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당시 최기원 이사장에게 보고를 다 했다고 말했습니다. 누구에게, 얼마를 무슨 용도로 투자하는 건지, 심지어 예상수익은 어느 정도 된다는 것까지 보고했다고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종잣돈을 댄 전주(錢主)한테 설명도 하지 않고 투자를 집행할 수는 없었다는 겁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작년과 재작년 '킨'은 우란문화재단에 수십억 원의 기부금을 쾌척합니다. 우란문화재단은 최기원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기부금은 '킨' 명의로 9억 원, 그리고 당시 '킨'의 대표였던 '박OO' 씨가 개인 돈 30억 원을 쾌척했습니다.

#3. 기부금 내역


그런데 당시 '킨'의 경영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호텔사업에 뛰어든 자회사가 대규모 손실을 보면서 감사보고서엔 납입자본금이 완전잠식됐고, 회사가 계속 존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적시돼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와 상관도 없는 문화재단에 수십 억 원씩 기부금을 낸다는게 상식에 맞지 않습니다.

게다가 당시 '킨'의 박OO 대표 같은 경우 '킨'의 회사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대장동에 351억 원을 빌린 돈으로 투자해서 1,000억 이상의 분양수익을 올려 순수익만 650억 원. 그야말로 대박이 났잖아요? 이제 올해 안에 수익금이 현금으로 들어올 예정인데, 재작년 갑자기 회사 지분을 모두 팔아넘깁니다. 데리고 있던 재무딤당 직원에게 20억 원 정도를 받고 말이죠. 조만간 현찰 650억 원이 들어올 예정인데 20억 원 정도에 회사를 넘기는 게 상식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어렵게 당시 '킨'의 대표였던 박OO씨를 만나 얘기를 들었습니다.

#4. 박OO/킨앤파트너스 전 대표


먼저 별다른 담보도 없이 어떻게 400억 원이란 큰 돈을 빌릴 수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이게 참. 설명이 어려운데 (최기원)이사장님은 그때 그렇게 신경 쓰시던 상황이 아니었어요.
문) 다른 데도 그럼 담보 안 잡고 그냥 그렇게 돈 빌려주고 그럽니까?
답) 다른 데 그렇게 대여해 준다고 했으면 저희가 아마도 못 하게 했겠죠... 저희한테 그렇게 대여해준 것은 아마도 저희가 그 돈을 떼먹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하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기원 이사장에게 대장동 시행사업에 투자한다는 사실을 보고했는지 물었습니다.

"그거는 제가 말씀드리기가 좀 애매한데요. 왜냐하면 짐작은 하셨을 것 같아요. (최기원) 이사장님께 이거를 투자다, 아니면 빌려주는 거다라고 말씀을 드린 적이 없으니까... 그냥 부동산 개발 건인데 수익률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이게 제가 기억하는 키워드예요."

킨앤파트너스 회사가 어려운데 거액의 기부금은 왜 한 건지도 물었습니다.

"이사장님하고 저하고 뮤추얼리(상호) 공감대가 있었어요. (최기원)이사장님은 잘 안 믿으시겠지만,
별로 돈 쓰시는 데도 없고 그래서 재단 사업을 잘하시고 싶은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돈을 벌면 그러면 당연히 그건 기부해야지. 저도 이 정도까지 대박이 날 줄은 예상을 못했지만 그래도 킨앤파트너스에서 돈을 벌면 당연히 일정 부분 이상은 우란재단에 기부할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킨'에 곧 큰 돈이 들어오는데 회사 지분을 싼값에 넘기고 나온 이유도 물었습니다.

"제가 좀 특이한 사람이긴 한데, 저는 사실은 돈만 많이 버는 프로젝트는 그렇게 관심이 없거든요.
저는 숫자(돈)에 크게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고, 회사를 넘기고 나올 때 돈이 그렇게 큰 이슈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솔직히 믿지를 못하겠다,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혹시 거짓말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박 전 대표는 "보통 사람들의 시선에서 이해가 안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사실이다, 믿어달라"라고 했습니다.

2015년 400억 원이란 거액의 종잣돈이 흘러 들어가면서 대장동 게임은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종잣돈이 쓰여지고 부풀려진 과정은 일반 국민들의 상식으로는 여러 가지 면에서 납득이 안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대장동 종잣돈의 주인 최기원 이사장입니다. 국민들이 상식선에서 납득할 만한 본인의 설명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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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사훈 기자 (arist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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