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곧 끝나는 정권이 경제 뒤흔들 '탄소중립안' 대못 박아, 이래도 되나

조선일보 2021. 10. 19.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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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열린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김부겸 국무총리, 오른쪽은 윤순진 탄소중립 민간위원장. 위원회는 이날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 2030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확정 지었다. / 연합뉴스

탄소중립위원회가 2050 탄소 중립과 2030 온실가스 40% 감축 계획을 확정했다. 2030 감축 목표는 다음 달 초 영국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 제출한다. 파리협약에 따라 한번 제출한 2030 목표는 추후 더 강화할 수는 있어도 후퇴는 불가능하다.

2030, 2050 계획을 그대로 이행하면 경제에 엄청난 부담이 불가피하다. 태양광·풍력 전력 비율을 2050년까지 기존 6% 선에서 61~71%까지 늘리려면 전력 저장 설비(ESS)에만 최대 1200조원 든다는 것은 위원회 내부 분석 결과였다. 게다가 전력 저장 설비는 10~20년에 한 번씩 교체해야 한다. 지난해 태양광·풍력 보조금이 2조6000억원이었다. 그 비율을 10배 늘려놓으면 보조금도 어마어마해질 텐데 그걸 누가 부담할 건가. 보조금은 국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금이다. 그러나 현재 태양광 보조금은 주로 중국으로, 풍력 보조금은 유럽·미국 기업들로 가고 있다.

제철 분야에서 탄소 중립을 이루려면 용광로 자체를 바꿔야 한다. 포스코의 경우 50조원 들 것이라고 한다. 포스코의 자체 생산 수소는 현재 연 7000톤이다. 수소 제철을 완성하려면 2050년엔 수소 370만톤이 필요하다. 국가 전체로 봐도 연 2800만톤의 수소가 필요하다. 이 수소를 어디서 구한다는 건가. 탄소중립위원회는 80% 이상 해외 수입으로 충당하겠다고 한다. 수소를 영하 250도 이하 액체로 들여오는 데 비용이 얼마나 들지 누가 따져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전력이 부족해지면 중국·러시아에서 공급받겠다는데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발전소 배출 이산화탄소를 액화해 깊은 바다 밑에 저장한다거나, 엄청난 전력을 써서 만들어낸 수소나 암모니아를 갖고 다시 전력을 생산하겠다는 등 공상 소설이 따로 없다.

이제 곧 끝나는 정권이 경제를 뒤흔들 대못을 박으면서 그나마 충격을 완화해줄 수 있는 원자력 기술은 배제했다.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 것이냐고 물으면, “꼭 가야 할 길이라 비용은 따져보지 않았다”고 한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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