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큰손’ 미국 부자 대학들

강경희 논설위원 2021. 10. 19.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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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호황 덕에 미국 하버드대 기부 적립금이 34% 투자 수익률을 올리면서 13조원(113억달러) 불어나 63조원(532억달러)이 됐다. 예일대 역시 40% 수익률을 올리면서 기부 적립금 규모가 50조원(423억달러)으로 커졌다.

만물상 삽입 일러스트: 미국 대학 기부금 투자

▶돈 많기로는 하버드가 1위이지만 투자업계에서는 예일대의 자산 운용을 첫손가락에 꼽는다. ‘예일 모델’까지 있다. 1985년부터 35년 넘게 예일대 최고투자책임자로 일해온 데이비드 스웬슨이 기부금 운용 방식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대학들은 안전한 예금이나 채권에 묻어두거나 주식에 일부 투자하는 정도였다. 스웬슨은 헤지펀드, 벤처캐피털, 부동산 같은 대체 자산을 발굴해 장기 분산 투자하고, 외부 전문가들에게 운용을 맡기는 전략을 폈다. 미국 각 대학이 ‘예일 모델’을 본떠 투자했고, 스웬슨 밑에서 기금 운용 전략을 배운 속칭 ‘스웬슨 사단’이 미국 각 대학에 투자책임자로 영입됐다.

▶2000년대 중반 스웬슨의 별명이 ‘80억달러 사나이’였다. 20년간 예일대가 받은 기부금보다 스웬슨의 투자 수익이 더 많아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예일대 박사 출신의 스웬슨은 월가에서 일하다 31세이던 1985년 예일대 기부금 운용을 제의받고 연봉이 80% 깎이는데도 수락했다. 1985년 10억달러이던 기부금을 2020년 310억달러로 키웠다. 교수 월급, 연구비, 장학금 등 예일대 운영비의 3분의 1이 이 기부금 투자 수익에서 나온다. 올 5월 스웬슨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지인은 “위대한 화가는 피카소처럼 다른 화가들의 그림 그리는 방식까지 바꿔놓는데 투자업계에서는 스웬슨이 그런 사람”이라고 애도했다.

▶하버드는 HMC라는 별도 회사를 세우고 직접 기부금을 굴려왔다. 1990년부터 2005년까지 HMC를 이끈 잭 마이어가 하버드대 기부금 48억달러를 4배 넘게 키워 유명해졌다. 그 이후로 하버드 투자가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천연 자원에 투자했다 큰 손실을 봤다. 최근 10여 년간 투자 수익률이 미국 증시 S&P500의 상승률을 밑돌고 다른 대학들보다 낮았다. 2017년에는 HMC 직장 문화가 느리고 게으르다는 컨설팅 결과가 나와 직원 230명을 절반으로 줄였다. 그러다 증시 호황 덕에 돈벼락을 맞았다.

▶미국 부자 대학들이 기부금 운용 수익을 학생 장학금과 교직원 보너스로 펑펑 풀고 있다. 반값 등록금으로 학교 재정은 쪼그라들고 학생 수 급감으로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한국 대학들로서는 상상도 못 할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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