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겹살·金추.. "위드 코로나 해도 외식 겁나"

이해인 기자 2021. 10. 19.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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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6개월째 2%대 고공행진, 밥상·외식 가격 다 올랐다

서울 성북구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이모(51)씨는 이달 들어 족발 가격을 1000원씩 일제히 올렸다. 개업 2년 반 만에 처음이다. 그는 “4월에는 족발 재료 가격이 1㎏당 4800원이었는데 지금은 6500원으로 올라 어쩔 수 없다”며 “보통 추석 지나면 야채, 돼지고기 가격이 정상화되는 게 보통인데 이번엔 돼지고기값이 영 내리지 않는다”고 했다.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농수산물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뉴시스

서울 광화문에서 35년째 백반집을 운영하는 정모(55)씨도 이달 말 삼겹살(1만6000원), 두부김치(2만원), 차돌박이(2만4000원) 등 각 메뉴의 가격을 전부 1000원씩 올릴 예정이다. 그는 “고기값은 작년보다 30% 올랐고, 18L짜리 업소용 식용유도 3개월 전엔 3만원이었는데 최근엔 4만5000원을 달라더라”며 “계속 안 올리려고 버티고 버텼는데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외식(外食)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작년부터 1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 영업제한 끝에 18일부터 8~10인 모임(접종 완료자 포함)이 간신히 허용됐지만, 자영업자들은 급등한 물가 때문에 가격표를 고쳐 달며 혹시라도 손님 놓칠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 정보에 따르면, 지난 1년 새 서울 기준 짜장면·김치찌개 등 주요 외식 품목 8종 가운데 7종의 가격이 올랐다. 9월 기준으로, 서울 시내에서 김치찌개를 먹으려면 보통 7000원 이상(7077원)을 줘야 하고 삼겹살(200g)도 1만7000원(1만7188원)이 넘는다. 올 3월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3~5%가량 일제히 올랐다. 최근 삼겹살을 먹으려 서울 광화문 일대 식당 세 곳을 돌았다는 서울시 공무원 김모(33)씨는 “처음 간 집은 1만8000원, 두 번째는 1만7000원이었고 겨우 찾은 허름한 집이 1만6000원이었다”며 “삼겹살이 아니라 금겹살이란 말을 체감했다”고 했다.

코로나와 물가 인상 사이에 낀 자영업자들은 온갖 자구책을 쥐어짜내고 있다. 경기도 이천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37)씨는 제육볶음 위에 올리던 상추를 김 가루로 바꿨다. 치킨을 시키면 콜라를 무료로 제공해오던 한 치킨집 점주는 “콜라를 돈 받고 팔 수는 없어 결국 치킨무를 선택으로 바꾸고 500원씩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외식뿐 아니라 서민들의 밥상 물가도 비상이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지난 4월부터 6개월째 2%대(작년 동월 대비 인상 폭) 고공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기준 계란(43.4%), 상추(35.3%), 돼지고기(16.4%), 소고기(7.7%) 등 주요 식재료의 가격이 작년 대비 일제히 올랐다. 서민들 사이에선 “내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나온다.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던 주부 이모(56)씨는 “늘 사 먹던 우유가 한 통에 5000원이 넘은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이젠 10만원 이하로 장을 보는 게 어려워졌다”고 했다. 채소 코너에서 만난 강모(74)씨는 “남편과 둘이 살며 외식을 거의 안 하는데 요샌 오이 3개가 3300원, 파프리카도 2개에 3000원씩이나 하니까, 할인하는 알뜰 상품만 골라 산다”고 했다. 맘카페 등 주부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일반 우유 대신 수입 멸균 우유가 저렴하다’ 등 각종 식비 절약 팁이 오가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동산에 휘발유 가격까지 오르는 상황에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소위 ‘밥상 물가’라 불리는 식품 물가까지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소득은 큰 변화가 없는데 사실상 고정비인 식료품 지출이 커지면서 서민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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