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케어 이대로면 2030년엔 160조 쏟아부어야"

김정훈 기자 2021. 10. 1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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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정책처 건보지출 분석 "건보 적립금도 2024년쯤 고갈"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2030년에 건강보험 지출이 160조5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의 분석이 나왔다. 올해 건강보험공단의 보험 급여 지출이 79조5000억원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9년 만에 2배가 되는 셈이다. 건보 체계가 바뀌지 않는 이상 향후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보험료를 더 많이 내거나, 세금 지원이 늘어나지 않으면 지출 규모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경고다.

18일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실 의뢰로 국회 예정처가 추계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케어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경우 2030년까지 건보 지출이 연평균 8%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에 55조5000억원이었던 건보 지출은 지난 4년간 연평균 6조원씩 총 24조원 증가했다. 앞으로 2030년까지 9년 동안은 연간 9조원씩 늘어난다는 얘기다. 예정처는 문재인 케어에 따른 보장률 강화, 경제 규모가 커지며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의료비 수준, 의료비 증가를 수반하는 고령화 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향후 건보 지출 수준을 전망했다.

그래픽=송윤혜

MRI(자기공명영상장치) 촬영비와 대형 병원 2~3인실 입원비 등에 대한 건보 급여 지원을 확대하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가 2018년 7월 시작되면서 건강보험 재정수지(보험료 등 수입에서 보험급여 등 지출을 뺀 금액)는 그해 적자로 돌아섰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7년 연속 흑자였는데 8년 만인 2018년에 177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18년에 이어 2019년(-2조8243억원), 작년(-3531억원) 등 3년 연속 적자였다.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대비해 쌓아 놓았던 적립금도 바닥나고 있다. 2017년 20조7733억원이었던 적립금은 작년 말 17조4181억원으로 3조원 이상 증발했다. 예정처는 적립금이 2024년에 고갈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국민건강보험에서 시민들이 업무 처리를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장련성 기자

그동안 건강보험으로 보장해주지 않던 비급여 항목들을 급여 항목으로 전환해 보험 보장률을 강화하는 형태의 문재인 케어가 작동하려면 건강보험료를 올리거나, 건보 재정 지출의 15% 정도를 차지하는 정부의 국고 지원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직장 가입자 기준 2017년 6.12%였던 건강보험료율(월 소득 대비 보험료 납부액 비율)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올해 6.86%로 올랐다. 직장 가입자는 근로자와 회사가 절반씩 내고 자영업자는 본인이 모두 부담한다.

건강보험료 인상과 별도로 혈세가 매년 8조원 안팎 투입되고 있다. 2017년 7조2209억원이었던 건보 국고 지원액은 2018년 7조5229억원, 2019년 8조2323억원, 작년 9조7391억원으로 3년 연속 늘었다. 코로나 사태로 국민이 개인 위생에 신경 쓰고 병원 방문이 줄면서 의료비 지출이 감소해 올해 지원금(9조5480억원)은 작년보다 소폭 줄었다. 하지만 이 같은 ‘코로나 장막’이 걷히면 건보 재정이 다시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2022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건보 국고 지원금은 10조3992억원으로 10조원을 넘어선다.

문제는 이 같은 국고 지원이 한시적 규정이라는 점이다. 건강보험법은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은 2022년까지”라는 일몰 조항을 두고 있고, 월급이나 소득에 대한 보험료의 비율은 상한을 8%로 정해두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 보험료를 올리거나 세금 투입을 무한정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보장성 강화 정책을 재검토하고 재정 지출 효율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는 “보장성 확대가 나쁜 일은 아니지만 속도가 문제”라며 “과도한 보장성 강화를 제어하기 위해 건보 재정을 국회 통제를 받는 기금 형태로 개편하는 등 건보 재정 안정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의료보험 제도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는 “상대적으로 잘사는 사람들이나 의료 정보에 접근이 쉬운 사람들이 건강보험 혜택을 많이 받는 측면이 있다”며 “도덕적 해이를 줄이기 위해 진료비 총액을 못 박아 놓는 포괄수가제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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