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399] 돌아온 당신을 위한 환대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입력 2021. 10. 19. 03:06 수정 2024. 3. 2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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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릿 판 혼소스트, 발코니의 연주자들, 1622년경, 목판에 유채, 309.9×216.4㎝, 로스앤젤레스, 폴 J. 게티 박물관 소장.

눈으로 보는 데도 귀로 음악이 들리고 얼굴을 스치는 산뜻한 바람까지 느껴지는 그림이다. 틀림없이 집 안으로 들어왔는데, 다시 밖으로 나온 듯 머리 위에 맑은 하늘이 떠있고 이층 난간에 기대서서 나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다정하게 웃으며 나를 향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연주자들 무리에 자연스레 섞여 있는 개와 앵무새마저 상냥한 이 정도 환대를 받는다면 아무리 바깥일이 험했더라도 순식간에 명랑해질 것 같다. 이는 네덜란드 위트레히트에서 활동했던 화가 헤릿 판 혼소스트(Gerrit van Honthorst·1590~1656)가 자택 천장에 그려뒀던 그림이다. 원래는 난간이 그림을 완전히 둘러싸고 있는 더 긴 크기였지만 지금은 일부만 남았다.

혼소스트는 위트레흐트에서 화가로 교육을 받은 뒤 당시로써는 드물게 이탈리아 로마로 향했다. 중세로부터 지금의 네덜란드 지방과 이탈리아에서는 각각 예술과 문화가 발달했지만, 가운데에 알프스산맥을 둔 탓에 교류가 그리 활발하지는 않았다. 혼소스트는 이탈리아 최고 화가였던 카라바조의 사실적이면서도 극적인 명암의 대조 효과를 통해 화면에 긴장감을 더하는 바로크 양식을 착실히 배웠다. 여기에 치밀하게 세부를 묘사하면서 인물의 성정을 자연스레 포착하는 네덜란드의 전통적인 화법을 더한 혼소스트는 초상화가로 큰 성공을 거뒀다. 영국 왕 찰스 1세 일가를 비롯해 유럽 전역의 왕실과 귀족이 모두 고객이었다.

덕분에 작업실에 늘 조수를 겸한 제자들을 20명 이상 거느리고 있었다니, 경력만 읽어 보면 날마다 잔칫날 같았을 화가도 역시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누군가의 환대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우정아(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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