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흐빈더·요요마·빈 필 등 해외스타 '위드 코로나' 시작되자 이번엔 온다
18일 낮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 우리 시대 최고의 베토벤 전문가로 불리는 오스트리아의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75)가 간담회를 앞두고 피아노 앞에 앉았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비창’의 마지막 3악장과 디아벨리의 ‘왈츠’, 슈베르트의 변주곡까지. 그 자리에서 10여 분간 쉼 없이 연주하자 간담회장은 순식간에 미니 콘서트장으로 변했다. 조금 빠른 속도였지만 결코 달뜨거나 흐트러짐이 없는 반듯한 정석 같았다. “전 세계에서 50차례 이상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연주한 전무후무한 기록을 지닌 베토벤의 장인”(피아니스트 김주영)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2년 만의 내한 공연을 앞두고 이날 간담회에서 질문이 집중된 주제도 코로나와 베토벤이었다. 부흐빈더는 “얼마 전 세 번째 백신 접종을 완료했더니 걱정이 없다”면서 “독감처럼 코로나 백신을 맞는 건 당연하며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24일 서울·대전·대구에서 네 차례 독주회를 앞두고 있다. 그는 “한국은 훌륭한 교육 시스템 때문에 특히 젊은 관객들의 수준이 높고 열정적인 호응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부흐빈더는 여섯 살에 빈 음악원에 최연소 입학한 기록을 지니고 있다. 유년 시절 추억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는 갑자기 피아노로 올라가 즉석에서 간단한 멜로디를 연주했다. 부흐빈더는 “당시 악보도 보지 않고 처음으로 연주했던 곡”이라며 웃었다. 베토벤 악보의 판본에 대한 질문에도 그 자리에서 다양한 시연(試演)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거장의 답변에는 여유가 넘쳤다. 사랑하는 한 곡만 꼽아달라는 요청에는 “그럼 다른 곡은 연주할 수 없게 된다”며 고개를 저었고, 좋아하는 한국 음식에 대한 질문에는 “김치와 맥주”라고 답했다.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해외 클래식 스타들의 내한 공연도 속속 재개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해외 연주자들의 내한 공연은 취소와 연기를 거듭했다. 하지만 최근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입국자의 자가 격리(2주) 기준이 완화되면서 내한 공연에도 숨통이 트였다. 부흐빈더의 독주회는 그 신호탄인 셈이다.
연말까지 첼리스트 요요마 리사이틀(24일 예술의전당), 빈 필하모닉 내한 공연(11월 14~16일), 소프라노 조수미와 이탈리아의 이무지치 합주단 내한 공연(12월 11~26일) 등이 예정되어 있다. 특히 빈 필하모닉은 단원·스태프 등 120여 명이 단체 입국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빈 필 단원·스태프의 격리 면제 여부를 검토 중이다. 세종문화회관 김우경 공연기획팀 과장은 “내한이 성사되면 빈 필 단원들은 의료진을 대동하고 일본에서 전세기로 입국한 뒤 공연장과 호텔에만 머물며, 공연 당일 코로나 신속 검사를 모두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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