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47] 개미의 정당 정치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2021. 10. 19. 03: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우여곡절 끝에 경선을 마치고 대선 후보를 확정했다. 민주 정치는 모름지기 정당 정치라지만 이런 선거 제도가 과연 최선일까 묻고 싶다. 경선 과정 내내 같은 당 후보들끼리 다시는 안 볼 사람들처럼 으르렁거렸다. 야당인 국민의힘 경선도 별반 다르지 않다. 비록 여론조사에서는 1위를 달리지만 가족 비리, 고발 사주, 무속 논란 등 이런저런 의혹을 역시 같은 당 후보들이 끈질지게 물고 늘어진다. 유권자인 우리는 결국 만신창이가 된 후보들을 놓고 누가 덜 나쁜지 떨떠름한 선택을 하게 된다.

개미의 경선은 다르다. 땅속 깊은 곳에서 벌어져 확인하기 어렵지만 개미들의 정치판은 합종연횡이 기본이다. 어느 따뜻한 봄날 혼인 비행을 마친 여왕개미는 홀로 굴을 파고 이제 더 이상 소용 없는 날개를 부러뜨린 다음 피하지방과 날개 근육을 녹여 일개미를 양육한다. 하지만 천신만고 끝에 키워낸 일개미들이 굴 문을 뜯고 나가면 수많은 주변 신흥 국가와 필살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그래서 여왕개미들은 여럿이 서로 손잡고 수적으로 훨씬 막강한 일개미 군대를 만들어 춘추전국 천하를 평정하는 전략을 취한다.

진짜 여왕은 정권을 거머쥔 후에 정한다. 내가 연구한 아즈텍개미 사회에서는 승전보가 울리자마자 어제의 동지가 적으로 돌변한다. 서로 물고 뜯으며 가장 강한 여왕이 등극한다. 하지만 다른 많은 개미 국가에서는 일개미들이 여왕을 선출한다. 나라를 건설하려 함께 최선을 다한 여왕개미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알을 낳아줄 것으로 기대되는 한 여왕을 옹립하고 나머지는 죄다 숙청한다. 정권을 잡기도 전에 서로 치명적 흠집을 내는 우리 경선과 달리 상흔 없는 후보 중에서 가장 능력 있는 리더를 선택하는 개미의 지혜가 부럽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친모를 죽이는 모사에 기꺼이 가담하는 일부 일개미의 심정은 끝내 헤아리기 어렵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