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세계 첫 父子타격왕 되렵니다"

김상윤 기자 2021. 10. 1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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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정후, 야구 역사상 전례없는 기록에 도전장

세계 야구사에서 ‘부자(父子) 타격왕’은 전례가 없다. 국내 프로야구나 일본 프로야구(NPB)는 물론이고 145년 역사 동안 선수 약 2만명이 뛰었던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수위 타자에 오른 사례는 전무하다.

이 진기록에 키움 외야수 이정후(23)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의 아버지인 이종범(51) LG 코치는 24세이던 1994년 해태 유니폼을 입고 유격수로 뛰며 4할 가까운 타율(0.393)로 압도적 1위에 올랐다. 아들 이정후는 18일 현재 타율 0.354로 2위 KT 강백호(0.349)에게 5리가량 앞서 있다.

타격왕 이대(二代) / 그래픽=김하경

◇9월 ‘몰아치기’로 선두 올라

2017년 휘문고를 졸업하고 프로 데뷔한 이정후는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했으나 ‘시즌 1위’와는 인연이 없었다. 신인왕(2017년)과 3연속 골든글러브(2018~2020년)를 투표로 수상했지만, 타격 기록에선 타율 3위(2018년), 최다안타 2위(2019년) 등이 전부였다. 아버지가 프로 첫해 양준혁(당시 삼성)에게 밀려 신인왕을 놓치고 2년 차에 타율·최다안타·도루·출루율·득점 1위를 휩쓸었던 것과 대비됐다.

이정후는 올해 무관(無冠)에 그칠 뻔했다. 4월 24경기에서 타율이 0.269에 그치며 불안하게 출발했고, 시즌 중반 들어 페이스를 되찾았으나 여전히 3할 중반에 머물렀다. 반면 그의 라이벌로 꼽히는 강백호는 8월 중순까지 4할 타율 도전을 이어갔다. 그 당시만 해도 강백호의 타격왕 수상이 확실시되는 듯했다.

도쿄올림픽이 끝난 뒤 반전이 일어났다. 옆구리 부상으로 빠졌다가 복귀한 이정후가 9월 한 달간 타율 0.433(67타수 29안타)으로 맹타를 휘두른 반면, 강백호는 0.250(84타수 21안타)으로 주춤한 것이다. 이정후는 지난달 21일 올 시즌 처음으로 타격 1위에 오른 뒤 한 달째 엎치락뒤치락하며 강백호와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타율 3위 전준우(롯데·0.347)도 이정후의 자리를 위협하는 복병이다.

남은 정규 시즌 경기 수는 키움 9경기, KT 10경기. 이정후와 강백호는 시즌 규정 타석(446타석)을 이미 채웠지만, 소속팀 키움과 KT가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어 선수 개인 기록 관리를 위해 출전을 제한하거나 하긴 어려운 만큼 ‘정면승부’가 예상된다. 최근 역대 최연소 5년 연속 150안타를 달성한 이정후는 “팀원 모두가 지금이 중요한 시기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저부터 노력하겠다”고 했다.

◇세계 최초 부자 타격왕 노린다

이종범 코치는 강백호란 걸출한 경쟁자가 있는 아들과 달리 1994년 타격왕에 올랐을 때 ‘자신과의 싸움’을 했다. 당시 타율 2위 김응국(롯데·0.323)과 큰 차이가 난 상태에서 막판까지 4할 타율에 도전하다 결국 0.393으로 아쉽게 시즌을 마감했다.

이정후는 KBO(한국야구위원회) 리그에 입성하며 아버지의 통산 기록을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아직 국내 기록은 아버지에 미치지 못하지만, 프리미어12와 올림픽 등 국제무대에서 눈도장을 찍었고 MLB 진출도 노리고 있다. 부상 등 변수가 없다면 2023시즌을 마치고 포스팅 자격을 얻을 전망이다.

미 ESPN에 따르면 그동안 MLB에서 함께 뛴 부자는 255쌍. 그중에 부자 타격왕은 없었지만 부자 홈런왕은 있다. 세실 필더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유니폼을 입고 1990~1991년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에 오른 데 이어 그의 아들 프린스 필더가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2007년 내셔널리그 홈런왕의 영예를 차지했다. 다만 프린스 필더는 아버지와 달리 양대리그 통합 1위는 아메리칸리그의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에게 내줬다. 그런가 하면 켄 그리피 시니어와 켄 그리피 주니어 부자는 1990년 한 경기에 함께 출전해 백투백(연속 타자) 홈런을 치며 ‘한 경기 부자 홈런’이란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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