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나오고 예능서 소개하면 '베셀'.. 출판계 점령한 미디어, 독일까 약일까

이호재 기자 2021. 10. 1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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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종영한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대본집 2권이 종합 베스트셀러 1, 2위를 차지했다.

온라인서점 예스24에 따르면 다음 달 8일 출간 예정인 '갯마을 차차차 2'(북로그컴퍼니)와 '갯마을 차차차 1'은 예약판매만으로 이달 둘째 주 기준(7∼13일) 종합 1, 2위에 각각 올랐다.

드라마 대본집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1, 2위까지 차지한 건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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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차' 대본집 베스트셀러 1, 2위.. 예능 '유퀴즈' 언급한 책도 인기
출판사서 방송작가에 부탁하기도.. 유튜버 인기 기댄 출간도 이어져
출판사 자체 기획 도서는 외면받아.. "출판사, 도전 꺼리고 홍보 뒤처져"
"독서 문화 확산에 기여" 반론도
지난달 방영된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10화에서 남자 주인공 홍두식(김선호·오른쪽)이 시집 ‘에코의 초상’을 여자 주인공 윤혜진(신민아)에게 읽어주고 있다. tvN 캡처
17일 종영한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대본집 2권이 종합 베스트셀러 1, 2위를 차지했다. 온라인서점 예스24에 따르면 다음 달 8일 출간 예정인 ‘갯마을 차차차 2’(북로그컴퍼니)와 ‘갯마을 차차차 1’은 예약판매만으로 이달 둘째 주 기준(7∼13일) 종합 1, 2위에 각각 올랐다. 드라마 대본집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1, 2위까지 차지한 건 이례적이다. 북로그컴퍼니 관계자는 “무삭제 대본이라 드라마 방송시간상 편집된 장면, 등장인물의 뒷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다”며 “미리 독자에게 궁금한 점을 전달받아 드라마 작가를 인터뷰한 내용을 넣고, 남자 주인공 홍두식(김선호)과 여자 주인공 윤혜진(신민아)의 미공개 연애편지를 수록한 게 인기를 끌었다”고 밝혔다.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에 소개된 책들이 베스트셀러를 휩쓰는 데 비해 출판사의 자체 기획 도서 판매량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달 둘째 주 기준 예스24 종합 10위 안에 든 출판사 자체 기획도서는 강사 설민석 씨가 운영하는 단꿈아이 출판사의 학습만화서 ‘설민석의 세계사 대모험 10’(8위)이 유일하다.

‘갯마을…’에 나온 책도 판매량이 급증했다. 홍두식이 읽었던 에세이 ‘월든’(은행나무)과 시집 ‘에코의 초상’(문학과지성사)은 각각 예스24 에세이 분야 11위, 시 분야 3위에 올랐다. 판매량은 각각 3.7배, 32.6배 늘었다. 이 책들은 간접광고(PPL)로 등장한 건 아니다. 하지만 인기 프로그램의 영향이 크다 보니 출판사가 드라마 PPL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대형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1년에 1, 2건 정도 출판사로부터 책 PPL 요청이 들어온다”고 했다.

올 초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시인 원태연(가운데). 방송 출연 직후 그의 시집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판매량이 평소에 비해 114배가량 급증했다. tvN 캡처
자금력이 부족한 일부 출판사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 작가에게 책을 소개해 달라고 읍소하기도 한다. 한 출판사 편집자는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작가에게 e메일을 보낸 데 이어 시청자 게시판에도 책 소개를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며 “오랫동안 팔리지 않던 책도 MC 유재석이 소개하면 서점가 순위 상위권을 휩쓰는 건 기본”이라고 말했다.

유튜버의 영상이나 카카오의 콘텐츠 구독 플랫폼 ‘브런치’에 연재된 글을 출판사가 받아 책으로 펴내는 사례가 늘면서 출판사가 책의 인쇄, 판매처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판계에서는 각 출판사들의 기획 능력이 떨어진 데 원인이 있다고 진단한다. 한 대형 출판사 편집자는 “출판사가 사회 현상을 분석해 저자를 섭외하고 책을 기획해 도전하는 일을 소홀히 하면서 미디어에 소개되지 않으면 책이 팔리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주요 78개 출판사 매출액이 4조8080억 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4.1% 감소하는 등 업황이 계속 위축되는 것도 출판사의 기획 여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출판사들이 자체 기획도서에 투자하고 기획력이 있는 젊은 편집자를 키우지 않으면 기획력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형 출판사 편집자는 “출판사들이 시도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홍보 효과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의 영향으로 책 판매량이 늘어나는 게 부정적인 현상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김태희 예스24 예술·에세이 MD는 “출간 당시에는 크게 조명받지 못했거나 잊혀졌던 작품이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며 화제가 되는 건 독서 문화 활성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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