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기사 한해원, 여성 최초로 남성 팀 진두지휘
여성이 감독을 맡아 남성 팀을 지휘한다. 바둑계에선 물론 처음 있는 일이고, 스포츠 쪽도 한참을 뒤져봤지만 전례를 찾아내지 못했다. 주인공은 한해원 3단. 39세 주부기사인 그는 내달 18일 개막하는 2021 한국바둑리그서 신생 팀 ‘유후(you who)’를 이끌게 된다.
“과거 여자리그 팀 감독 제안을 4, 5차례 받고도 매번 사양한 것은 시간적으로 전력투구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죠. 이제는 아이들(2남 1녀)도 웬만큼 커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배출된 여성 바둑 감독 15명 중 ‘남자 팀 1호’ 기록을 세운 한해원의 출사표다.
팀 운영 방향에 대해선 “베테랑 선수들과 신인 감독으로 구성된 팀 특성에 맞춰 모든 것을 상의해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굳이 남녀를 구분해야 할 역할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섬세한 배려를 통해 최대의 시너지를 이뤄낼 각오입니다.” 팀명 ‘유후’에 대해 그는 헬스케어 계열 코스닥 상장사인 EDGC의 제품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18일 2차 드래프트가 종료됨으로써 올 시즌을 함께할 소속 선수 8명이 모두 결정됐다. 특히 안성준 안국현 이창호 윤찬희 이태현 등 정규리거 5명 라인업에 대해 한 감독은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만큼 만족스러운 구성”이라며, “그간 존경해온 대선배 이창호(46) 9단과 호흡을 맞추게 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했다.
한 3단은 바둑동네에서 활동 영역이 다른 누구보다 넓은 프로기사로 꼽힌다. 특히 방송 쪽으론 공중파와 케이블을 넘나들며 5~6개 아침 토크예능 프로그램에 번갈아 출연해온 지 20년째다. 바둑TV 진행은 이와 별도다. 그는 “팀이 최우선이지만 일정을 요령껏 조정해 방송에도 충실할 생각”이라고 했다.
미모의 프로기사 겸 방송 진행자로 인기 높던 2008년 코미디언 김학도(51)와 결혼했다. 당시 각종 바둑사이트엔 팬들의 축하 반, 아쉬움 반의 댓글이 폭주하는 등 큰 화제가 됐었다. 조훈현 9단의 “우리 총각 기사들은 뭐 했나”는 탄식(?)은 바둑계 ‘어록’으로 남아 요즘도 회자된다.
한해원은 바둑가(街)에서 ‘재테크 귀재’로도 통한다. 언젠가 TV 출연 때 “남편 생일 선물로 아파트 한 채 사줬다”고 발언, 만천하 남성들의 가슴을 또 한 번 강타한 적이 있다. 예전처럼 공격적이지는 않지만 요즘도 투자를 계속하는 중이라고 했다. “재테크도 ‘큰 자리’와 ‘급한 자리’를 가려 수읽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바둑과 똑 닮았어요.”
스무 살 첫 대면했을 때만 해도 바둑 문외한이던 남편은 독학으로 일취월장, 인터넷 초단까지 올라왔다. “친정 아버님과 남편, 열 두 살 큰아들 등 3명의 기력이 비슷해요. 명절이면 피 터지는 라이벌전이 벌어지죠.” 이번에 감독을 맡게 된 데는 남편의 격려가 결정적인 힘이 됐다고 했다.
외국어대 1학년 때 국제 여자대회인 보해배 8강 진출 직후 방송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승부사의 길에서 일찍 멀어졌다. “돌아보면 10년에 한 번씩 큰 단락을 지으며 살아온 것 같아요. 10대 시절은 바둑, 20대 때 재테크, 30대엔 육아. 이제부터 10년간은 바둑 감독과 방송에 올인 할 생각입니다.”
올해 바둑리그는 9개 팀이 경합한다. 몇 위가 목표일까. “포스트 시즌까지 가면 좋겠지만 결과에 연연하지 않으려 해요. 선수와 감독 모두 훗날 좋은 추억으로 떠올릴 수 있는 시즌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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