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목(同想異目)]국감 '따뜻한 무관심'을 위하여

이진우 더벨 편집국장 2021. 10. 19.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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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죄송합니다. 논란을 일으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모든 논란의 책임은 저에게 있으며 대단히 죄송합니다. 국민들께 사랑받은 때로 돌아가겠습니다."

"존경하는 의원님"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기업 오너나 CEO(최고경영자)가 국감장에 증인으로 불려나가면 대관 담당자들로부터 철저한 사전 오리엔테이션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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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국장

"대단히 죄송합니다. 논란을 일으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모든 논란의 책임은 저에게 있으며 대단히 죄송합니다. 국민들께 사랑받은 때로 돌아가겠습니다."

골목상권 침해, 문어발 사업확장 등 논란에 휩싸여 여론의 뭇매를 맞은 카카오의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국정감사에서 연신 고개를 숙이며 "대단히 죄송하다"고 했다. 정무위원회와 산업자원위원회에 이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까지 사상 첫 세 번째 국감 증인출석 총수란 기록을 세우면서 '국감 동네북'이란 별칭도 얻었다.

"존경하는 의원님"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기업 오너나 CEO(최고경영자)가 국감장에 증인으로 불려나가면 대관 담당자들로부터 철저한 사전 오리엔테이션을 거친다. "예, 아니오"에서 "아니오"란 소리는 국회에 가는 순간 잊어야 한다. 의원님의 말도 안 되는 질문이나 고성에도 인상을 찡그리거나 섣불리 반박해서는 안 된다. 일단 "예" 하거나 "다시 말씀해달라"는 정도가 최선이다.

기업 대관담당자들에게 국정감사는 연중 가장 큰 대목이다. 평소 발이 닳도록 국회 문턱을 드나든 성과를 발휘해야 한다. 국감 증인명단을 미리 빼내거나 회장님, 사장님이 국회에 불려나가지 않게 해야 한다. 행여 불려가더라도 살살 다뤄주도록 해야 한다. 하루종일 대기하다 잠깐 불려나가거나 아예 한마디도 안 하고 돌아오면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린다.

정치적 대척점에 있는 이슈의 경우 여야 의원의 질문과 요구자료 등이 정반대다. 양쪽을 오가며 비위를 맞추고 읍소하다 보면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지 회의가 들기도 한다. 한 대기업 대관담당 임원은 "의원이고 보좌관이고 개별적으로 만나면 다 좋다. 분위기도 좋고 이해도 해주는 것도 같고. 그런데 같이 모여만 있으면 어떻게 그리 표정이 돌변하는지 어리둥절할 지경"이라고 했다.

올해 국감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고성과 고함은 여전했고 일단 증인으로 불러 앉혀놓고 자기 홍보에 필요한 말만 늘어놓는다. 재계는 국감 때마다 기업인을 부르는 것을 일종의 '군기잡기'로 보고 있다. 증인으로 부를 것처럼 압박한 뒤 슬며시 빼주며 생색을 내거나 '별건'의 요구를 하는 것도 새롭지 않다.

올해 국감장엔 대기업 총수들이 잘 안 보인다. 재계 10위권 총수 중에선 최정우 포스코 회장 정도가 증인명단에 보인다. '기업인 줄소환'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해서일까. 재계는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여야의 정쟁 영향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상생'이란 흥행요소가 있는 플랫폼기업들이 주요 타깃이다. 단기간에 급성장한 IT(정보기술)기업들이 대관능력을 아직 키우지 못한 탓도 있는 것일까.

"틀렸습니다." "말이나 됩니까." "실상은 이렇습니다." "해명할 시간 좀 주세요." 하늘 같은 의원님의 질문에 토를 달아선 안 되는데 그래도 언젠가 국감에 출석한 기업인의 입에서 이런 말이 자유롭게 나올 수는 있을까. 의원님의 억지에, 무지에 할 말을 하는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불행히도 기업인들에겐 무서운 의원님들의 '따뜻한 무관심'이 여전히 최고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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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더벨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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