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 재분배 암초,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해 넘기나

정진호 입력 2021. 10. 19. 00:04 수정 2021. 10. 19.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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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경쟁 당국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뉴스1]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한 경쟁 당국의 심사 결론이 해를 넘길 전망이다.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뿐 아니라 미국·유럽연합 등 해외 경쟁 당국도 경쟁 제한성을 줄이기 위한 ‘조건부 승인’으로 방향을 잡고 있어서다.

18일 공정위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 조건으로 해외 노선을 일부 분배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와의 합의가 필요한 만큼 이 과정에서 해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와 국토부는 아직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견이 오가긴 했지만, 공식적인 회의를 열거나 결합 조건을 놓고 이야기한 적은 없다고 한다.

대한항공은 지난 1월 공정위와 미국, EU 등 필수신고가 필요한 9개국의 경쟁 당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는데 이 중 터키와 대만, 태국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는 통과했다. 아직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국가 중 항공편이 많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두 회사의 국제선 중복노선에 경쟁제한 소지가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뿐 아니라 이들 국가의 경쟁 당국까지 승인해야만 기업결합이 이뤄진다. 예컨대 국내 공정위가 결합을 승인한다고 해도 미국에서 승인하지 않으면 미국 노선 운항이 불가능하다. 국내외 경쟁 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국내 업계 1·2위인 만큼 조건 없는 결합은 독점으로 인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외 경쟁 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항공 노선을 재분배하는 조건으로 인수를 승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인 ‘운수권’과 ‘슬롯’을 조정하는 식이다.

재분배 노선은 외국 항공사로 갈 가능성이 크다. 국내 저가항공사 대다수가 대한항공·아시아나와 지분관계로 얽혀 있어서다. 해외 경쟁 당국도 어느 국가의 항공 노선을 분배토록 할 것인지와 실현 가능성 등 승인 조건을 국토부를 통해 따져볼 예정이다.

하지만 김용석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15일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 “운수권과 슬롯은 국가 자원”이라며 이를 일방적으로 회수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또 다른 국토부 관계자는 “운수권과 슬롯이 외항사로 넘어가면 해당 국가 노선을 다시 복구하거나 경쟁력을 다시 키우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일각에선 국내 산업 특성을 고려해 공정위가 빠르게 승인 결론을 내리고 해외 경쟁 당국까지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위드 코로나’로 해외여행 활성화가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이를 주도할 통합항공사 탄생도 미뤄지고 있어서다. 앞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항공산업은 국내 경쟁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 간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공정위가 앞장서면 좋겠다”고 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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