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세진 탄소 제로..산업계 벌써 비명

정종훈 2021. 10. 1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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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탄소중립 최종 청사진이 나왔다.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넷제로(Net-zero: 탄소 배출량이 흡수량과 같거나 적어 순배출이 0인 상태)’로 만들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총배출량 대비 40% 줄인다. 전문가는 정부가 탄소중립을 위해 “가장 세고 빠른” 길을 택했다며, 에너지와 산업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18일 탄소중립위원회(이하 탄중위)는 제2차 전체회의를 열고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 안을 최종 의결했다. 이 안은 다음 주 27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한다. NDC 수정안은 11월 초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발표 후 국가연합(UN)에도 제출한다.

미·일보다 센 탄소 감축 목표

이날 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40% 감축 목표는 탄소중립을 향한 한국의 강력한 의지와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NDC 안은 국제기구에 제출하기 때문에 일부 구속력을 가진다”며 “탄소중립 시나리오도 강제성은 없지만 앞으로 이행계획을 법제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큰 틀에서 탄중위가 지난 8월 발표했던 3가지 시나리오 중 가장 강력한 3안으로 정해졌다. 다만 석탄과 LNG(액화천연가스) 발전 모두 중단하는 A안과 LNG 발전은 일부 남기는 B안 2가지로 선택지만 나눴다. 정부는 ‘탄소 포집 활용 저장(CCUS)’ 기술을 확보할 경우 B안, 확보하지 못하면 A안으로 간다는 방침이다. 탄소중립 중간 계획이라고 할 수 있는 NDC는 기존 26.3% 감축(2018년 대비)에서 40% 감축으로 ‘속도’를 대폭 높였다. NDC 수정안 대로면 2030년까지 한국 연평균 온실가스 감축률은 4.17%다. 주요국인 일본(3.56%)·미국과 영국(2.81%)·유럽연합(1.98%)보다도 높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에너지 업계다. 탄중위 안대로면 지난해 전체 설비용량의 60.4%를 차지하는 석탄과 LNG 발전 대부분을 신재생에너지로 채워야 한다.

탄소 줄이기 전제조건인 감축기술 78%가 성과 ‘0’

이종호 전 한국수력원자력 기술본부장은 탈원전 정책을 유지하면서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 2050년까지 설비 투자비만 약 1394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비용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탄중위도 “장기적으로 탄소 비용(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피해 비용)을 발전 원가에 100% 반영하고, 연료비와 함께 전기요금에도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먼저 한 유럽도 최근 발전량 부족으로 인해 화석연료 확보에 나서는데, 우리는 전부 퇴출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급격한 변화가 기업의 생산설비 신·증설 중단, 해외 이전, 고용 감소 등 국가 경제의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탄소중립을 실현할 ‘방법’ 확보도 난관이다. 탄중위는 수소환원제철·CCUS와 같은 기술 확보를 탄소 감축 방법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기술은 2050년까지 상용화가 가능할지 미지수라는 게 업계 평가다. 실제 탄소중립을 위해 필요한 기술로 평가받는 CCUS는 국내에서는 아직 기초 연구 단계에 머물고 있다. CCUS는 석유화학·철강·시멘트 공정 과정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을 막고, 이를 모아 따로 저장하거나 다른 물질로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철강업계가 2040년 확보를 목표로 개발 중인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아직 상용화한 나라가 없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연구기관의 탄소중립 연구개발(R&D)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과제 2488건 중 77.8%(1934건)가 경제적 성과를 거두는 데 실패했다. 만약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막대한 비용을 들여 탄소배출권을 구매하거나 아예 사업 자체를 이어 가지 못할 수도 있다.

세종=김남준 기자, 정종훈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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