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이책만은꼭] 자연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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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타던 늦여름 매미 소리가 잦아든 듯하더니, 창을 열 때마다 어느새 벌레 소리가 요란하다.
소리가 아름다운 시절이다.
진동, 즉 소리를 이용하는 소통도 흔하다.
고함원숭이는 몇 킬로미터 밖에서도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지르고, 오이나 벼는 50Hz 음을 들으면 더 잘 발아하며, 곤충은 다리와 날개를 이용해 소리를 만들고, 청어는 방귀 소리를 내서 무리가 흩어지지 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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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소통할수록 인생은 더 풍요로워져
독일의 청년 생물학자 마들렌 치게의 ‘숲은 고요하지 않다’(흐름출판)에는 자연의 신호들이 가득하다. 이 책은 바이오 커뮤니케이션, 즉 자연이 주고받는 신호들을 읽는 법을 가르쳐 준다. 인간만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소통하지 않는다. 동물, 식물, 버섯은 물론이고 박테리아나 아메바 같은 단세포 생물도 생존하고 번식하기 위해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다채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대부분 동종의 생물과 소통하지만, 필요하면 이종의 생물과도 정보 나누기를 서슴지 않는다.
색깔, 형태, 몸짓 등 빛을 이용한 시각정보를 이용하는 것은 일반적이다. 큰가시고기 수컷은 지그재그 춤을 추면서 구애하고, 백수련은 공기주머니를 이용해 빛을 반사함으로써 ‘블링블링’ 효과를 내며, 어둠 속에서 사는 발광 벌레는 스스로 빛을 뿜어 동굴 천장을 별처럼 반짝이게 한다. 자기 홍보에 능할수록 번식에 더 유리하다.
진동, 즉 소리를 이용하는 소통도 흔하다. 고함원숭이는 몇 킬로미터 밖에서도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지르고, 오이나 벼는 50Hz 음을 들으면 더 잘 발아하며, 곤충은 다리와 날개를 이용해 소리를 만들고, 청어는 방귀 소리를 내서 무리가 흩어지지 않게 한다. 소리 풍경이 변하면 동물 행동도 변한다. 도시로 이주한 지빠귀는 더 크게, 더 고음으로 지저귀면서 도시의 소음을 이기고, 수컷 울새는 더 일찍 일어나, 해 뜨기 전에 노래함으로써 인간의 소리를 피한다.
자연에서 가장 오래된 소통 형식은 냄새, 즉 화학 정보다. 난초는 향기를 내뿜어 수분을 도울 곤충을 유인하고, 누에나방 암컷은 페로몬을 내뿜어 몇 킬로미터 바깥의 수컷을 부른다. 콩 뿌리는 화학신호를 보내 질소를 공급하는 뿌리혹박테리아를 찾아낸다. 한편, 야생 토끼나 오소리는 배설물을 이용해 나이, 성별, 짝짓기 준비 정도 등을 상대에게 알린다. 이들의 공동 화장실은 인간의 소셜미디어나 마찬가지이다.
압력, 즉 촉각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버섯과 식물은 뿌리가 서로 닿으면 상대방 뿌리 표면에 압력을 만든다. 그러면 뿌리 세포 수용체가 이 압력에 반응해 뿌리가 자라는 방향을 즉시 바꾸어 서로 엉키지 않도록 한다. 이처럼 모든 생명체는 각자의 적절한 언어를 구사해 주변의 생명체들과 소통하면서 조화를 이루어 살아가려고 애쓴다. 소통에 실패하면 생존 역시 위태롭다.
아메리카너구리들은 토론토시에 살면서 쓰레기통을 뒤지면 먹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음을 알았다. 주변이 더러워지자 시 당국은 손잡이를 돌려야 쓰레기통 뚜껑이 열리게 바꾸었다. 소용없었다. 한 마리가 뚜껑을 돌리는 데 성공하자 동료들은 이를 따라 했고, 심지어 아기들에게 가르치기도 했다. 저자는 말한다. “소통은 무지를 줄인다. 우리는 소통을 통해 새로운 정보, 즉 유용한 지식을 얻어 일상에 닥친 결정에 활용할 수 있다.” 소통은 지혜의 출발점이다. 인간뿐 아니라 자연 전체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오감을 단련할수록 인생은 더욱 풍요로워진다. 실내를 벗어나 촉수를 세우고 자주 바깥으로 나갔으면 좋겠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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