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병이 열여덟, 열아홉" 티빙·넷플릭스, 음주방송 재미 붙였나

장근욱 기자 2021. 10. 18.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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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에서 주인공 3명이 마신 술병 개수를 식당 관계자가 헷갈려하자, 배우 한선화가 “이게 마지막이에요”라며 술병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티빙

“열여덟, 열아홉….” 식당 주인이 세 여성의 술자리 테이블 위에 놓인 술병을 센다. 오는 22일 첫 방송을 앞둔 CJ 계열 동영상 플랫폼 티빙의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 예고편 중 한 장면이다. 배우 한선화는 “이제 마지막이에요!”라며 소주병을 들고 좌우로 흔든다. 5분 남짓한 예고편 영상 대부분이 술 마시는 모습으로 채워졌다. 등장인물들은 일상에서 “알코올성 치매” “술 드셨죠?” “술 마시지 마”란 말을 들으면서도, 밤이 되면 ‘폭탄주’를 마시며 흥겨워한다.

지난 15일 제작 발표회에서 김정식 PD는 “(코로나 시국에) 방송으로나마 술 마시는 분위기를 즐기면서, 보는 사람들도 스트레스를 풀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선화는 “감독님이 괜찮다고 하셔서 자연스럽게 술을 먹으며 (드라마를) 찍었다”며 “술을 사랑한다. 술은 마법의 음료수”라고 거들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술독’에 빠졌다. 드라마부터 예능까지 ‘음주 방송’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티빙의 연애 예능 ‘환승연애’에서는 남녀 커플 4팀이 한 집에서 3주간 합숙하면서 저녁은 물론 점심에도 식사와 함께 술을 곁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전체 15회 방송 중 한 번도 술 마시는 장면이 빠진 적이 없어 “술 안 마시곤 방송 못 하냐”는 시청자들 불만까지 나왔다. 넷플릭스 예능 ‘백스피릿’은 아예 ‘음주 토크쇼’를 내세웠다. 진행자인 백종원이 술자리에서 술과 음식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형식이다.

술 마시는 방송은 진솔한 이야기를 쉽게 전할 수 있는 반면, ‘음주 조장’이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그동안 방송에서 음주 장면을 주인공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 정도로 조심스럽게 사용한 것도 이 때문. 방송 심의 규정에는 “음주 행위를 조장하거나 지나치게 미화하면 안 된다”(제28조)고 규정하고 있어, 심의를 통해 방송사가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OTT는 방송법상 ‘방송’에 포함되지 않아 당장 규제를 하기 힘든 상황이다. 방심위 측은 본지 문의에 “법적으로 OTT의 음주 장면을 심의 규제할 근거는 우리에게 없다”고 밝혀왔다. 방송계 관계자는 “신생 플랫폼인 OTT 입장에선 기존 지상파나 종편, 케이블과 차별화할 수 있는 더 자극적인 소재로서 ‘술’을 호출한 측면도 크다”고 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음주 방송에 대한 심의나 규제의 잣대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어느 선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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