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국정감사] 반복되는 국감장 지적

서동준 기자,고재원 기자 2021. 10. 18.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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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8일 오전 KAIST 대강당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출연연구기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18일 대전 유성구 KAIST 대강당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25개 출연연구기관과 한국연구재단을 비롯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직할기관과 4대 과학기술원 등에 대한 전반적인 감사가 이뤄졌다. 이날 출연연의 연구사업 지연, 윤리의식 해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이날 감사에서는 여야 구분할 것 없이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사업 지연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중이온가속기 ‘라온’은 자연계에서 가장 무거운 원자핵을 가진 우라늄 입자를 무거운 이온 상태로 가속시켜 다른 표적에 충돌시키는 장치다. 이때 2차로 생성되는 입자를 이용해 주기율표 상에 존재하지 않는 원소를 찾아내 우주 탄생의 근원을 연구한다. 희귀 동위원소를 발굴해 암 치료 등 의료 분야에도 활용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중이온가속기는 기초과학 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불리기도 한다. 일본과 중국, 캐나다가 운영 중이며 한국과 미국, 유럽이 구축 중이다.

하지만 2011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구축사업의 일환으로 약 10년간 추진됐던 중이온가속기는 구축사업이 3차례 기본 계획 변경을 겪었다. 총 사업비 1조 5183억 원을 들인 이 사업은 최종 구축 완료 목표 시점이 올해 말이었으나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라온은 계획보다 6년 늦춰진 2027년까지 2단계에 걸쳐 완공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올해 안에는 저에너지 가속구간(SCL2)라는 1단계 건설과 시운전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5월 내놨다. 

라온 구축사업을 주관하는 기초과학연구원(IBS) 노도영 원장은 이날 국감에서 "올해 말까지 1단계 설치는 가능하지만, 핵입자의 빔 인출까지 끝내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새로 내놓은 1단계 사업의 지연을 인정한 것이다. 

국회 과기정통위 더불어민주당 소속 우상호 의원은 "라온 지연은 국정감사의 해묵은 주제인데, 지난 5월에는 완공할 수 있다고 해놓고 5개월 만에 국책사업을 끝내기 어렵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질타했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과다한 목표를 책정했든지, 타당성이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욕심낸 것 아니냐"며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감사원 감사도 받지 않았다는 것 또한 이해할 수 없다. 외부 감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 원장은 이에 "연구개발(R&D)에서 실패할 가능성에 대한 계획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시간과 비용 산정이 정확하지 못했다"며 "2단계까지 제안했던 목표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지라도 반드시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R&D가 늘어지는 원인으로 지목된 예비타당성조사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우 의원은 “예타의 취지는 꼼꼼하게 검토하자는 것이지만 국가적 R&D 예타를 하다보면 기간이 3년씩 걸릴 때도 있다”며 “과학기술은 시의가 중요한데 예타 기간이 길면 시의성을 놓칠 수 있으므로 특정 R&D는 예타를 면제하거나 패스트트랙을 도입하는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상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은 “2019년 4월 제도를 개선해 과학기술 예타는 가급적 6개월 안에 종료하고 있다”며 “소부장 등 주요 이슈는 부처가 결정해주면 예타를 면제하고 있다”고 답했다.

KAIST 등 4대 과학기술원 운영과 도적적 해이 대한 지적도 나왔다. KAIST 교수와 연구진이 부실 논란이 있는 학회에 2014년부터 6년간 참가해 총 2억 436만 원의 출장비를 사용했다는 점과 광주과학기술원(GIST) 소속 지원들이 교원 창업기업으로부터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불법 취득했다는 점 등이 도마에 올랐다. 

GIST를 포함해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연구비 잔액을 교수 개인의 회의비와 출장비로 지출할 수 있는 '비상금 통장'이 있어 연구비가 연구 활동에 쓰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승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잔고 계정은 사용 기한이나 용처 제한이 거의 없어, 연구책임자가 마음만 먹으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비상금 통장’이라 지적했다. 

출연연의 연구 윤리와 관련한 문제들도 도마에 올랐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표준연 창업기업 7개 중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며 “그중 한 회사의 대표는 회사 운영자금을 개인채무변제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해 지난해 업무상 횡령죄로 처벌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양 의원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창업기업 대표인 추 씨에 대한 업무상횡령죄 사건 판결문 내용을 공개하며 추 씨는 회사를 위한 지출 이외 용도로 2018년 한 해 동안 세 차례에 걸쳐 3억 9800여만 원을 가지급금 명목으로 인출했다고 밝혔다. 표준연 책임연구원인 추씨는 계면활성제 없이 물과 기름을 섞는 기술을 개발해 2015년 9월 설립 자본금 7000만 원으로 출연연 창업기업을 설립했다. 양 의원은 “출연연 창업기업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고강도 감사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즉각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 연구소 25곳의 직원 징계 건수는 2649건이며, 이중 중징계는 73건에 달한다”며 “연구장비 무단반출부터 외유성 출장, 향응 및 뇌물수수, 법인카드 부정사용, 횡령 등 내용도 각양각색”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마다 지적되는데 개선이 없다”라며 “과기정통부는 강한 제재와 감사의 구속력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일괄적으로 시행한 블라인드 채용이 적합한 인재 확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과기정통위원장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출연연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지적이 많은데 추진상황은 어떻나”라고 묻자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은 “연구현장에서는 선발 후보자의 개인 정보를 더 많이 알아서 우수한 인재를 뽑길 원한다”고 답했다. 이어 김 이사장은 “출신 학교, 지도교수 추천서, 연구했던 실험실 정도는 개발 계획서에 표현하게 해줘서 지원자의 역량을 좀 더 파악하게 해줬으면 한다”며 “과기정통부와 협의 중이며 국회에서도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동준 기자,고재원 기자 bios@donga.com,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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