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원전 늘리라"는데.. 한국은 2050년 6%까지 줄인다

선정민 기자 입력 2021. 10. 18. 22:21 수정 2021. 10. 1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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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8일 탈(脫)원전 및 태양광·풍력 발전의 급격한 증가를 핵심으로 하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와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했다. 최근 IEA(국제에너지기구)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각국에 “신재생과 함께 원전을 적극 확대하라”고 주문한 가운데, 원전 강국 한국은 유독 실패한 독일의 탈원전 모델을 좇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다목적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10.18. /뉴시스

이날 탄소중립위원회(공동위원장 윤순진)는 서울 노들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석탄발전 철폐 등이 담긴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작년 29%였던 원전 발전 비율이 2050년까지 6.1~7.2%로 줄고, 재생에너지는 6.6%에서 60.9~70.8%로 증가한다. 정부는 복수의 시나리오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을 5% 남겨둘지 철폐할지를 추후 결정키로 했다. 국제사회에 약속할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18년 대비 26.3%에서 대폭 상향된 40% 감축으로 확정됐다. 산업 부문 감축 목표는 기존 6.4%에서 14.5%로 2배 이상 올랐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직접 포집(DAC)을 통해 740만t을 저감하고, ‘국제메탄서약’ 가입을 통해 메탄 배출을 30%가량 감축한다는 계획도 담겼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탄중위 회의에 참석해 “우리의 여건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 의욕적인 감축 목표”, “국가의 명운이 걸린 일”이라며 “산업계와 노동계의 걱정이 많겠지만, 정부는 기업에만 부담을 넘기지 않고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정부는 오는 27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다음 달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NDC를 발표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각국의 탄소배출 책임을 따지는 누적 배출량(1850~2021년)을 기준으로 세계 20위에 해당한다. 제조업 비율은 26.1%로 일본(19.5%), 유럽연합(14.0%), 미국(10.6%) 등 국가보다 탄소 감축 부담이 훨씬 크다. 탄소중립위는 “우리나라는 기준 연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감축률이 4.17%로 일본(3.56%), 미국과 영국(2.81%), EU(1.98%)보다 높다”며 “결코 쉽지 않은 목표”라고 했다.

◇미국·유럽, 탄소중립 위해 원전 확대

지구 기온 상승을 1.5~2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은 각국이 ‘여건과 능력에 맞게’ 탄소 감축 비율과 수단을 스스로 결정하고 이행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과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적극적인 원전 확대에 나서고 있다. 반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탈원전을 이행한 독일의 경우 전기료가 우리나라의 3배에 이르는 등 후유증을 겪고 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최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전을 줄인 독일에서 대체 에너지 확보를 위해 석탄 사용이 오히려 늘었다”며 “그런데도 정부가 마이동풍으로 ‘탈원전 탄소중립’을 결정했다”고 했다. 좁은 국토와 연안 어업으로 인해 태양광과 풍력 자원이 더 부족한 한국이 신재생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는 지적도 있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최근 북해에서 풍속이 줄면서 풍력 발전이 줄고 영국과 유럽의 전기 가격이 상승했다”며 “지나치게 신재생에 의존하면 전력 수급이 불안해지고 에너지 안보에도 해를 끼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신재생 발전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LNG도 전량 수입한다.

◇전문가, “에너지 쇄국정책 안 돼”

최근 코로나 회복기와 겹쳐 LNG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세계 각국은 원전을 더 확대하는 기조다. IEA는 COP26을 앞두고 이달 발표한 가이드라인 보고서(World Energy Outlook 2021)에서 원자력을 “저탄소, 친환경(low carbon, clean) 에너지”라며 태양광·풍력·수력과 함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에너지원으로 꼽았다. 원전이 기저전원일 뿐 아니라 날씨와 발전 시간대에 영향을 받는 태양광과 풍력의 단점을 보완해 전력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IEA는 각국의 탄소중립 및 원전 확대 약속에 따라 세계 원전 발전량이 작년 기준 2692TWh(테라와트시)에서 2030년 3282TWh(22% 증가), 2050년 4449TWh(65% 증가)로 각각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과 신규 원전 건설 모두 늘어날 것”이라며 “2030년 이후에는 소형모듈원전(SMR) 등 신기술 원전의 활성화가 탄소중립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유럽연합 합동연구센터(JRC)에 따르면, 3세대 원전은 약 100년 가동 시 생산되는 전력량인 1조㎾h(킬로와트시)당 중대 사고로 나올 수 있는 사망자 수가 0.0008명으로 태양광(0.03명), 육상 풍력(0.2명), 해상 풍력(1명)보다 훨씬 적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탈원전 때문에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다면 허황한 것”이라며 “우리나라만 ‘에너지 쇄국정책’으로 역행해선 안 된다”고 했다. 탄소중립위는 민간위원 77명 가운데 시민단체·노동계·종교계 출신은 24명(31.2%)에 달하는 반면 원자력 등 에너지 분야 민간 전문가는 1명도 없다. 탄소중립위는 탄소중립 의견 수렴을 한다며 일반 시민 500여명을 대상으로 한 달여간 학습과 토론을 진행했지만 편향된 내용의 교재와 강의를 제공하는 등 졸속 논란이 제기됐다.

☞COP26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오는 10월 31일부터 11월 12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각국 정상들이 모여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 등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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