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비트코인 인정 한달.. "독재자, 철회하라" 수천명 시위

남지현 기자 2021. 10. 1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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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 엘살바도르의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15일 비트코인의 법정통화 사용과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의 연임을 가능케 한 대법원의 결정을 비난하는 시위대가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최초로 가상 화폐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채택한 남미 소국 엘살바도르에서 17일(현지 시각) 수천 명이 참여하는 반대 시위가 열렸다.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지정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반발이 계속되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4000여 명이 참여한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9월 초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밀어붙인 데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온 것이다. 이날 시위대는 “비트코인 법 반대” “독재자 부켈레, 엘살바도르를 떠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중앙광장 인근을 행진했다. “독재자를 제거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부켈레 대통령을 닮은 인형을 불태우기도 했다.

“비트코인 통화 채택, 인정 못 한다”… 뛰쳐나온 수천 명의 엘살바도르 시민들 -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17일(현지 시각) 군복을 입고 얼굴을 가린 남성이 정부의 비트코인 법정 통화 채택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여해 확성기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산살바도르에서는 약 4000명의 시민이 시위에 참여했다. 지난 9월 엘살바도르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인정했지만, 인터넷 환경이 열악하고 시세 변동이 심하다는 등의 이유로 국민 10명 중 7명이 반대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엘살바도르에서는 비트코인이 법정 통화로 도입된 지난달 초부터 반대 시위가 계속됐다. 도입 첫날이던 지난달 7일에는 1000여 명이, 지난달 15일에는 4500여 명이 거리로 나왔다. 시위대는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는 ATM을 부수기도 했다. 이들은 비트코인이 법정 화폐가 될 경우 부자들과 외국 투자자들, 정부와 기업만 좋아질 것이라고 의심한다. 비트코인이 돈세탁에 악용될 것이라는 주장도 한다.

엘살바도르 중앙아메리카대가 지난 8월 12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68%가 비트코인 정책을 반대했다. 90%는 비트코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19년 6월 취임한 40세 대통령 부켈레가 “우리는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비트코인 법정 통화 채택을 밀어붙였다. 그는 “우리 국민들은 매년 4억달러(약 4748억원)를 송금 수수료로 갖다 바친다”며 현금 대신 비트코인을 이용하면 이 같은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부켈레는 지난 5월에는 야권 성향 대법관 5명을 해임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물로 갈아치우기도 했다. 최근 이렇게 구성된 대법원이 대통령 연임을 금지한 헌법에도 불구하고 그의 재선을 허용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미국이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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