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주민등록도 없이..혈혈단신에 '온정' 잇따라
[앵커]
70년 넘게 주민등록도 없이 홀로 살아온 노인이 있습니다.
일용직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오다가 남의 농작물에 손을 대 붙잡혔는데요.
전화위복이라고 할까요?
노인의 딱한 사정이 알려지면서 주위의 온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도에 진희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농가 주택을 서성이던 할머니.
처마 밑으로 다가가 고무 대야를 밟고 올라서더니 마늘 꾸러미를 훔쳐 사라집니다.
경찰에 붙잡힌 75살의 이 할머니는 10대 때 유일한 혈육인 언니가 돈 벌러 집을 나간 뒤 소식이 끊겼고 그때부터 홀로 고달픈 삶을 살았습니다.
최근엔 산나물을 캐 팔거나 공사장에서 막일하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왔습니다.
더욱이 75년이란 긴 세월, 주민등록도 없이 살아왔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할머니의 딱한 사정이 알려지자 새로운 거처를 마련해주는 등 주위의 온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영탁/바르게살기운동 충주시청년회장 : "할머니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저희가 이삿짐부터 물품, 생필품 필요 하실거 같아서 준비해 가지고 오게 됐습니다."]
경찰과 행정기관도 우선 임시 주민등록증을 발급해 건강 검진과 같은 긴급복지서비스를 받도록 했습니다.
[김영만/충주경찰서 경무계장 : "처벌과 별개로 할머니에게 먼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신분을 만들어주고 당연히 누려야 되는 기본 생계, 복지 등 다양한 혜택을 받게 해드리자고..."]
농산물을 잃어버렸던 이웃도 선처를 바라면서 경찰도 검찰에 사건을 넘기며 할머니를 불기소해달라는 의견을 냈습니다.
[김 모 씨/75살 : "(부끄러움을) 이루 말할 수 없고, 모든 분들에게 정말 고맙고. 사는 동안은 열심히 사는 게 그 분들한테 보답하는 거예요. 그거밖에 없어요."]
75년 불우하고 고단하게 살아왔던 할머니의 깊은 애환.
주위의 따뜻한 관심과 도움으로 조금씩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진희정입니다.
촬영기자: 최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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