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5535만명?..광역지자체, 계획인구 '뻥튀기' 여전

김기범 기자 입력 2021. 10. 1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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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현재 예측대로 도시정책 실행 땐 과잉 개발 부추겨 낭비 발생
인구 감소 추세 반영 안 해…“정부, 현실성 따져 예산 배분을”
양구·곡성 등 89곳 ‘인구감소지역’ 지정…지원 특별법 추진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들이 도시의 기본 골격을 짜는 도시기본계획을 세우면서 인구 감소 추세를 반영하기는커녕 오히려 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들은 도시기본계획에 근거해 도로·교통·주택 같은 각종 도시기반시설 등을 설계하기 때문에 행정이 과잉 개발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잉투자에 따른 막대한 사회적 낭비가 발생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18일 경향신문이 각 광역지자체의 도시기본계획과 종합계획상 계획인구를 확인해 합산한 결과, 지자체들 목표대로라면 한국 인구는 2030년 5535만명이고, 2040년에도 5195만명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10년, 20년 후에도 인구수가 현재(5166만9716명)보다 증가하는 셈이다. 이는 통계청이 2019년 내놓은 장기인구추계는 물론 감사원이 올해 7월 발표한 장기 지방인구추계와도 맞지 않는다. 감사원은 감사보고서에서 2047년 전국 인구가 4771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광역지자체 계획상 2040년 수치는 감사원의 2047년 예측치의 1.09배였다. 통계청이 예상한 2040년 인구수는 5086만명에 불과하다.

이번에 합산한 인구의 경우 2040년 도시기본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광역지자체에는 통계청 예측치를 적용했다. 향후 광역지자체들이 수립·확정할 2040년까지 도시기본계획과 종합계획상 계획인구를 합산한 수치는 현실과 더 동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인구 감소를 전제로 도시정책을 입안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지자체는 부산 1곳뿐이다.

광역지자체 가운데 2040년 도시기본계획과 종합계획을 확정한 지자체들의 계획인구를 보면, 충남은 현재보다 24만명 많은 236만명으로 확정했다. 충북은 9만명 증가한 174만명으로, 강원도는 3만명가량 많은 173만명으로 추산했다. 경남은 현재와 같은 334만명을 계획인구로 잡았다. 울산의 경우 2035년 계획인구가 현재보다 18만명 많은 133만명이나 된다.

올해 중 2040년 도시기본계획이 확정될 것으로 보이는 인천은 현재보다 35만명이 증가한 330만명으로 계획인구를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계획안 확정을 앞두고 있는 경북은 계획인구를 현재보다 6만명 감소한 260만명으로 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계획을 수립 중인 지자체 중 대부분은 감사원이나 통계청 예측보다 계획인구를 많이 잡을 가능성이 높다.

도시기본계획과 종합계획은 앞으로 도시를 어떤 식으로 만들어갈지에 대한 큰 그림이라 할 수 있다. 지자체 최상위 계획으로서 주택·교통·인프라 등 도시정책 전반의 근간을 이루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광역지자체 도시기본계획과 종합계획상 계획인구는 추후 도시 개발과 주택 공급, 기반시설 조성 등 지자체 행정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상황이 이런데도 광역지자체들이 미래 인구를 부풀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는 각 지자체들이 인구 감소에 대비해 도시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현재 지자체들이 설정한 계획인구대로 도시정책을 실행할 경우 심각한 사회적 자원 낭비가 우려된다”며 “불가능한 계획인구대로 정책이 실행되면 인프라를 조성할 때 예산뿐 아니라 유지·보수 비용도 낭비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계획인구 부풀리기’를 바로잡기 위해 중앙정부가 개발 관련 예산을 배분할 때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한 지자체를 우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예산을 배분하는 쪽에서 현실적인 계획을 세운 지자체에 더 많은 예산을 배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이날 강원 양구, 경북 성주, 전남 곡성 등 기초지자체 89곳을 ‘인구 감소지역’으로 지정·고시했다. 이번에 인구 감소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전체 기초지자체 229곳 중 38.8%에 달한다. 정부는 이들 지역에 지방소멸대응기금과 인구 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등을 통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추진할 방침이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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