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고 등 고용 변화 맞춰 단체교섭하는 '사용자 개념' 넓혀야"
[경향신문]
‘단체교섭’ 공동학술대회
“CJ대한통운·택배노조 간
단체교섭 판정은 긍정적”
특수고용·플랫폼 노동 등 고용형태가 다양해지는 사회변화에 맞춰 단체교섭 의무를 갖는 사용자의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택배사인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와 단체교섭을 해야 한다는 지난 6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을 긍정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서울대 법학연구소·서울대 노동법연구회·한국노동법학회는 지난 16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2021년, 단체교섭’ 공동학술대회를 열었다. 앞서 중노위는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에 대해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가 맞고, 따라서 CJ대한통운의 단체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다. 이 판정 이후 경영계는 다른 산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해왔다. 일각에선 중노위 판정이 기존 대법원 판례와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윤애림 서울대 법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중노위 판정이 기존 대법원 판례와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윤 연구원은 기존 대법원의 사용자 개념이 새롭게 나타나는 고용형태를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연구원은 “사용자 개념에 ‘자신의 사업장에서 자신의 사업을 위해 노동력을 이용하고 있는 경우’를 포함시켜야 한다”며 “사업의 측면에서 지배력이 어떻게 관철되는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그러면서 미국·유럽에서 법적 다툼 중인 우버 사례를 들었다.
우버가 자신들이 운송업이라고 주장하지 않고,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사람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정보기술(IT) 사업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사용자성 인정의 핵심은 ‘우버의 사업이 무엇이냐’라고 했다. 윤 연구원은 “유럽에서는 공통적으로 우버는 IT 사업이 아니라 운수회사라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며 “운수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우버를 위한 사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원청의) 지배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게 프랑스 판결이고, 우리도 이런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체교섭이 근로계약을 반드시 전제로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노동조합법 제29조1항은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즉 교섭의 상대방에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사용자뿐만 아니라,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사용자단체’를 포함하고 있다.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노조가 2개 이상인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노동조합법 제29조의2도 마찬가지다. 근로계약 체결 여부에 따라 교섭창구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같은 의견들이 여전히 사용자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히고, 기준이 추상적이라 실무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임상민 부산고법 부장판사는 “계약 관계를 떠나 지배결정권에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추면 근로기준법을 정하는 국회도 단체교섭을 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생긴다”며 “자신의 사업을 위해 노동력을 이용하는 경우까지 (사용자에) 포함시키면 (근로자가) 모든 자신의 상층을 향해 교섭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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