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뚫고 다시 내한 부흐빈더 "지난해 못한 공연까지 2년치 베토벤 프로그램 번갈아 선사"

박지현 2021. 10. 18.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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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18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연주를 하고 있다. 부흐빈더는 오는 19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대전 예술의전당, 대구 콘서트하우스 내한공연에서 베토벤 작품을 연주할 예정이다. 2021.10.18. pak7130@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75년 자신의 일생을 베토벤 연구에 바친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오스트리아의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2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부흐빈더는 오는 19일과 2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두 차례의 독주회를 통해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와 '디아벨리 프로젝트' 주요 레퍼토리를 관객들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부흐빈더는 당초 베토벤 탄생 250년이었던 지난해 9월 내한해 '디아밸리 프로젝트' 공연을 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올해로 미루게 됐다. 이에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디아벨리 프로젝트'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프로그램을 번갈아 연주한다. 서울 공연 외에 21일 대전예술의전당, 24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도 관객과 만난다.

공연을 앞둔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코스모스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부흐빈더는 "2년 반 만에 한국에 다시 오게 돼 반갑다"며 " 백신 접종을 3차까지 맞고 입국했다. 이제 전 세계가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면서 콘서트도 아무 문제 없이 진행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부흐빈더는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체코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작은 집에서 할머니, 어머니, 또 형과 살아 음악에 관심 갖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인생에 피아노 건반이 들어오면서 자석처럼 그의 삶은 음악으로 향했다. 부흐빈더는 "어렸을 적 삼촌이 작은 피아노를 들여와 저희 형제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주시기 시작했다. 집에 마침 베토벤의 악보가 있어 관심을 갖게 됐고 5살의 나이에 빈 국립음대에 입학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빈 국립음대 최연소 입학기록으로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천재적인 재능으로 그는 60여년 넘게 정상급 클래식 음악 연주자로 살아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피아노를 탐구했다. 그 시간 동안 베토벤 소나타 32곡 전곡 음반을 세 차례 녹음하기도 했다. 부흐빈더는 "한 평생 베토벤이라는 음악가를 탐구해왔지만 음악에 질리거나 지친 적이 없다"며 "제가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라고 이름이 붙어있지만 저는 바흐,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도 연주한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제가 11살 때 베토벤의 곡을 처음으로 연주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의미없이 연습을 시작했지만 기본기를 쌓으려 노력했다"며 "기본기가 쌓인 다음에야 변주를 연습하고 그 연습이 완성되기까지 30여년이 걸린 것 같다. 저는 어렸을 때 너무 편협했고 유연성도 없었으며 그저 학문만 추구했던 것 같다"고 되돌아 봤다. 부흐빈더는 "어렸을 때는 군인, 학자처럼 모든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했는데 30년 이상 연주를 해오던 어느날 평론가 카이저가 제게 "이제 자유로워질 준비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며 "이후 베토벤의 직계 제자이기도 한 카를 체르니의 책을 통해 좀 더 유연해질 수 있는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 공연에서 부흐빈더는 먼저 자신의 주특기인 베토벤을 내세운 피아노 소나타 다섯 곡을 연주한다. 한국의 관객에게 나름 익숙한 8번 '비창'과 14번 '월광', 21번 '발트슈타인' 등이 포함됐다.

둘째날에는 부흐빈더가 도이치 그라모폰(DG)과의 첫 프로젝트로 선택했던 디아벨리 프로젝트가 그대로 재현된다. 부흐빈더가 세계적인 음반사 DG와 전속계약하며 첫 선을 보인 '디아벨리 프로젝트'는 작년 베토벤 250주년을 맞아 그가 직접 선택한 현대 작곡가 11인이 참여한 대형 프로젝트다.

1부에서는 현존하는 모든 디아벨리 변주곡의 주제가 된 안톤 디아벨리의 왈츠 C장조로 시작된다. 이어 현재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곡가들의 손에서 다시 태어난 2020년의 디아벨리 변주곡이 두 번째로 연주되고 훔멜·리스트·슈베르트 등 베토벤과 동시대를 살아가던 당대 최고의 작곡가 군단이 변주한 1824년 버전의 디아벨리 변주곡이 이어진다. 2부에서는 베토벤이 작곡한 변주곡 중 최고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는 베토벤의 디아벨리 주제에 의한 33개의 변주곡을 선보인다.

부흐빈더는 "수많은 사람들이 베토벤의 곡 가운데서도 가장 영감을 많이 받는 작품이 무엇이지 묻는다"며 "하지만 나는 특별히 애정하는 곡을 따로 두지 않는다. 만약 한 곡을 선택한다면 다른 곡은 연주하고 싶어지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연주자는 특정한 작품을 좋아하기 보다 모든 작품을 사랑하는 것이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새로운 마음으로 연주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 베토벤 외에 다른 음악가들이 변주한 디아벨리 변주곡 중에서는 "리스트 버전이 잘못된 핑거링이 없고 가장 깔끔해 선호한다"고 말했다.

부흐빈더는 "지난 2년 전 한국 방문을 통해 긍정적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특히 문화적으로 발전한 나라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나라의 특별한 관객을 만나는 건 전세계적으로 어렵다. 한국 관객의 열정적이고 큰 호응, 한국 내의 좋은 시스템을 갖춘 콘서트홀에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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