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강사도 "이 종목 사시오" 인도증시 과열 주의보

최형석 기자 2021. 10. 1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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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간 5% 넘게 급등 '사상 최고'
中 기업규제에 인도로 돈 몰려

수백만 팬을 보유한 인도의 인기 요가 강사 스와미 람데브씨는 지난달 힌두 전통 의상을 입고 TV에 출연해 자신이 비상임 이사로 재직 중인 인도 식품 기업 투자를 추천했다. 그는 “내가 백만장자가 될 수 있는 ‘만트라(기도문)’를 알려주겠다”며 “이 주식을 사면 누구도 여러분이 백만장자가 되는 것을 막지 못할 것임을 내가 보장한다”고 말했다. 인도 금융 당국은 람데브에게 “허가 없이 투자 추천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비전문가인 요가 강사까지 나서 주식 매수를 권하다 당국의 제지를 받은 이런 촌극은 최근 인도 증시가 후끈 달아오르면서 생긴 현상이다. 글로벌 증시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우려로 출렁이는 데도 아랑곳없이 인도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인도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펀드와 ETF 수익률도 고공 행진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인도 증시 시가총액이 3년 안에 5조달러(약 5920조원) 규모로 커져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증시 중 나 홀로 호황인 연도, 자료=마켓워치 /사상 최고치 경신 중인 인도 센섹스 지수

◇글로벌 약세 속 나홀로 강세

인도 센섹스지수는 지난 7일부터 6일 연속 상승하며 매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최근 1개월간 5.4% 올라 주요국 중 상승세가 가장 가파르다. 미국 다우평균(0.1%)과 중국 상하이종합(-4.2%), 한국 코스피(-4.5%), 일본 닛케이평균(-6.2%) 등은 제자리거나 뒷걸음질했다. 연초 이후로도 센섹스는 28.4% 올라 다우평균(14.1%)보다 상승 폭이 두 배 컸다.

인도 증시의 강세는 ‘차이나 리스크(위험)’의 반사이익 기대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플랫폼 기업 규제와 부동산 재벌 헝다(恒大) 파산 우려가 커지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인도 증시로 발길을 돌린다는 분석이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지난 6월 16억달러였던 인도 스타트업(초기 창업 기업) 투자가 7월 80억달러(약 9조4700억원)로 5배가 됐다. 반면 중국 스타트업에 유입된 투자액은 같은 기간 173억달러에서 48억달러로 3분의 1 토막이 됐다. 인도의 월간 스타트업 투자액이 중국을 넘어선 것은 2013년 이후 8년 만이다. 일본 최대 투자 업체 소프트뱅크는 중국 투자 중단을 선언하고 인도에 4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알리바바 산하 핀테크 기업인 앤트그룹도 인도 음식 배달 플랫폼인 조마토에 투자했다.

인도의 높은 경제성장률도 증시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12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0%에서 5.9%로 내린 반면, 인도는 9.0%로 유지했다.

증시 호황에 힘입어 관련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고공 행진 중이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인도 주식형 펀드 25개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16.57%로 국가별 펀드 중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0.58%)을 크게 웃돌았다.

인도 증시에 투자하는 ETF로는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OSEF 인도Nifty50′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인도니프티50레버리지’가 있다. 인도 증시 시가총액 상위 50종목으로 구성된 인도니프티50지수에 연동되도록 설계됐는데, 최근 3개월 수익률은 각각 18.87%, 38.32%였다.

◇주가 고평가돼 있다는 지적

글로벌 증시와 동떨어진 인도 증시의 나홀로 강세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도 꾸준히 나온다. 센섹스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약 31배 수준이다. 이 수치가 높으면 그만큼 주가 대비 기업 가치가 고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2월 36배로 정점을 찍은 후 다소 내려온 상태지만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센섹스지수 종목의 PER가 30배를 꾸준히 넘었던 시기로 돌아가려면 1990년대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며 “현재 밸류에이션이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포린폴리시는 “고평가받는 인도 스타트업 대부분이 전자 상거래, 배달 앱 등 디지털 산업이지만 인도에 관련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며 “정부 규제 우려도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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