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D사이언스] "누리호, 한국 우주개발 이정표.. 선진국 연구 쫓아가지만 않을것"

이준기 2021. 10. 18.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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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발사체 첫 도전, 좋은 결과 기대
우주태양광 등 선도형연구 중요성 역설
"우주개발 컨트롤타워 설립에 힘 모아야"

이준기의 D사이언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첫 도전'이라는 말은 누군가에겐 설레임으로, 또 다른 사람에겐 두려움으로 다가선다. 그에게 '첫 도전'은 설레임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감정이 아닌 '당연함'이 돼 버린 지 오래다. 국내 우주분야 1호 연구자로 첫 발을 내디딘지 35년 전부터 지금까지 그의 연구 인생은 '첫 도전'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는 21일 국내 첫 독자 우주발사체인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발사를 목전에 앞둔 지금 순간에도 첫 도전이란 단어는 그의 곁을 떠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국내 우주개발 역사에 있어 첫 도전이라는 타이틀을 무수히 많이 갖고 있는 연구자 중 한 명이다. 특히 위성개발의 경우, 1999년 국내 첫 실용급 지구관측위성 '아리랑1호'를 시작으로 2호, 3호, 3A호, 5호, 6호를 포함한 아리랑 위성 시리즈와 정지궤도복합위성(천리안 위성) 3기, 차세대 중형위성까지 국가가 발사한 모든 국내 위성이 그의 손을 거쳐 우주로 쏘아 올려졌다.

이 원장은 "외국에서 위성 기술을 배워 시작한 아리랑 1호부터 이를 기반으로 독자 개발을 추진한 아리랑 2호, 천리안 위성까지 첫 도전 임에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며 "누리호 역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연구자들의 노력에 더해져 좋은 발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이 원장은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우주 선진국의 기술을 쫓아가는 '추격형 연구개발'에서 벗어나 국가가 필요로 하지만 기업이 당장 하기 어려운 우주분야와 미래 혁신을 위한 '선도형 연구개발'에 조직의 역량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미래 우주개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대담=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누리호, 성공·실패 떠나 '비행시험' 과정"=이 원장은 오는 21일 예정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발사 준비로 여념이 없다. 그는 "지금까지 누리호 개발을 위해 지상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시험을 다 마친 상태"라며 "발사에 한 치의 실수나 오차가 없어야 하는 만큼 사전에 검토된 발사 절차에 따라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누리호 발사 성공 가능성에 대해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면서 그 결과를 기다릴 뿐 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성공 가능성을 숫자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그동안의 노력에 따른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성공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이 원장은 "누리호 발사 성공 또는 실패보다는 우리가 독자 개발한 우주발사체 시스템이 계획된 대로 분리되고, 목표 궤도에 위성을 정확히 진입시켜 정상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비행시험 과정으로 이해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누리호 1차 발사는 1.5톤의 위성모사체를 고도 700㎞ 궤도에 초속 7.5㎞로 진입시켜 정상 작동해야 성공 발사로 인정받게 된다.

◇'우주발사체 기술자립' 신호탄…세계 7번째 자력발사체 보유국=지금까지 우리가 개발한 모든 실용급 인공위성은 우리 발사체가 없어 해외 발사체에 의존해 발사해 왔다. 그러나 누리호는 대한민국 최초의 독자 발사체로, 우리의 발사장에서, 우리의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 첫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그런 만큼 우주개발 역사에 있어 커다란 한 획을 긋는 역사적인 우주 이벤트로, 전 국민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원장은 "누리호는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우주로 나갈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면서 "누리호 설계, 제작, 시험, 발사 운용 등 모든 과정을 국내 기술로 확보했고, 무게 1톤 이상의 실용급 위성을 자력 발사할 수 있는 우주발사체를 세계에서 7번째로 보유하는 나라에 올라서게 된다"고 누리호 발사 성공 이후 달라질 우리나라 위상에 대해 소개했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 발사체인 '나로호'가 국내 기술의 한계로 인해 러시아와 협력해 개발했던 것과 달리, 누리호 발사 성공은 진정한 의미의 'K-우주발사체 기술자립'을 선언한다는 측면에서 우주개발 역사에서 있어 커다란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추격형 탈피한 '선도형 연구'로 미래 우주 혁신에 주력=이 원장은 취임 이후 미래 우주기술을 선도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위해 '미래혁신연구센터'를 신설했다. '2050년을 넘어서(Beyond 2050)'를 타깃으로 연구 분야를 발굴·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선진국에서 아직 개발하지 않은 새로운 개념 연구, 선진국에서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완성하지 못한 분야의 선도 연구, 최근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따른 디지털설계개발(D3), 가상현실·증강현실을 접목한 혼합현실(XR),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설계 등이 항우연이 미래를 대비해 추진할 주요 연구 분야로 손꼽히고 있다.

항우연은 지금까지 국가가 필요로 하는 우주기술을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성공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역량과 인프라를 확보하는 데 기여해 왔다.

그는 "먼 미래를 위한 선제적인 연구개발이나 투자는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었다"면서 "우리나라가 우주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높이려면 우주태양광, 항성 간 통신, 원자력추진 로켓, 우주엘리베이터 등 이제껏 해 보지 않은 연구, 선진국이 이루지 못한 연구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체와 밀착 협력 속 차별화된 연구수행=항우연은 지난 30년 간 항공과 우주 분야에서 많은 국내 산업체와 협력을 통해 항공우주산업의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 특히 올해 발사한 차세대중형위성 1호는 항우연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공동 설계팀을 운영해 개발했다. 개발 과정에서 항우연이 확보한 시스템과 본체 개발 기술을 KAI에 이전했고, 현재 차세대중형위성 2호기는 KAI가 총괄, 개발하고 있다. 누리호 개발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AI 등 300여 개 기업이 참여해 힘을 보탰다.

이 원장은 "그동안 항우연은 국가가 수립한 우주개발계획에 따라 공공 수요 위성과 발사체 개발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면서 상당한 기술과 경험,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며 "이러한 기술을 신속하게 민간 산업체에 이전하고, 국가가 필요로 하지만 기업이 당장 하기 어려운 우주개발이나 미래 혁신기술 등 중장기 미래를 위한 핵심 항공우주기술을 개발하는 역할을 항우연이 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민간도 정부의 우주개발사업에 의존하기 보다는 자율적이고 중장기적인 우주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혁신적 우주기술을 확보하는 데 과감하게 뛰어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주배터리' 등 비(非)우주 분야 키워야"…'한국판 스페이스X' 탄생 가능성은= 그는 국내에서 미래 혁신 우주기업이이 나오려면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력산업을 대표하는 간판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발휘하듯, 우주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글로벌 혁신기업이 나오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 원장은 "외국 기업을 따라하는 전략으로는 발사체, 위성 분야에서 앞서갈 수 없다"면서 "효율화와 비우주 분야 등을 두 축으로 우리가 독보적으로 잘하는 것을 더욱 발전시켜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으로 혁신을 일궈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동차, 반도체, 조선, 배터리 등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분야에서 얻은 기술을 우주 분야에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면 짧은 기간에 혁신을 이뤄 글로벌 우주 산업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세계 톱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배터리 관련 기술을 스타트업 중심으로 다양한 우주산업 분야에 접목하면 '한국판 스페이스X'와 같은 글로벌 우주 기업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우주 거버넌스 논의 '우주역량 성장' 방증…"큰 꿈을 향해 도전해야"=이 원장은 우주분야 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꿈을 꾸지 않고, 목표도 없다면 아예 성취할 수 있는 기회 조차 없고, 어떤 일도 해 내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그는 안중근 의사의 '사람이 먼 곳을 향하는 생각이 없다면 큰 일을 이루기 어렵다'는 말씀을 어려울 때마다 곱씹으며 잊지 않으려 했다고 소개했다.

이 원장은 "지난 35년 동안 우주 연구자로 살아 오면서 남이 했던 연구를 뒤쫓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마음 한 구석이 늘 허전했다"면서 "이런 허전함을 후배 연구자들이 겪지 않도록 미래를 향해 꿈을 키워 우주 분야에서 선진국이 하지 못한 연구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우주분야의 선도형 연구를 위해 만든 미래혁신연구센터도 이 같은 이유로 설립했다.

그는 "우주 1호 연구자로 첫 출발선에 섰던 35년 전과 비교해 최근 우주산업이 각광을 받고, 국내에서우주청 신설 등 거버넌스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역량이 성장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 원장은 "우주 거버넌스는 특정 부처나 특정 기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에 범부처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관계부처와 기관 간 역할을 명확히 해 명실상부한 국가 우주개발의 컨트롤타워로 만들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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