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기업 제쳐두고 탈석탄 밀어붙인 정부

은진 2021. 10. 18.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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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석탄발전 전면 폐쇄
재생에너지 비중 70%로 높여
탄소저감 기술 연구 수준인데
일방적 목표상향 기업에 악재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18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다목적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한정애 환경부장관이 2050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상 전원별 발전량 및 온실가스 배출량 표. <자료:탄소중립위원회>

정부가 2050년 석탄발전량을 0%로 하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했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2018년 대비 40%로 상향하고, 2050년 국내 온실가스 순배출량(배출량-흡수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205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60~70%까지 높아진다.

탄소저감 기술이 기초 연구단계 수준인데도 이처럼 정부가 일방적으로 탄소감축 목표치를 높임으로써 기업은 물론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18일 제2차 전체회의를 열고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과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 상향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날 의결된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은 지난 8월 위원회가 제안했던 3개의 초안을 수정·보완해 2개로 압축한 A안과 B안으로 제시됐다.

우선 A안과 B안은 모두 2050년에는 석탄발전을 전면 중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A안은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을 포함한 화력발전을 전면 중단해 2050년 전환(에너지)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어야 한다는 시나리오다. B안은 LNG발전을 유연성 전원으로 일부 사용하지만, 탄소포집·저장(CCUS) 기술을 활용해 최대한 배출량을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50년 발전원별 비중은 두 시나리오 모두 재생에너지 비중이 60~70%로 가장 높고, 원자력 비중은 6~7%로 낮다.

위원회는 지난 8월 제시한 초안에선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각각 1540만톤(1안), 3120만톤(2안), 0톤(3안)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번 두 가지 최종안에 모두 국내 순배출량을 0톤으로 줄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해외에서 사들인 배출권을 감축 실적으로 인정하는 국외 감축분도 포함하지 않는다. 초안이 탄소중립 달성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받자 감축 목표를 더욱 올려 잡은 것이다.

산업 부문의 배출 목표는 A안과 B안 모두 5110만톤으로 동일하다. 철강 공정 내 100% 수소환원제철 방식을 도입하고, 석유화학·시멘트 업계 등의 재생 연·원료 전환 같은 방법론을 제시했다. 산업 부문 배출량은 초안보다 200만톤가량 낮춘 것이다. 승용차·철도·해운 등 수송 부문에선 전기·수소 비중을 대폭 높이도록 했다. A안은 도로 부문의 전기·수소차 비중을 97% 이상 보급하도록 했고, 내연기관차를 일부 인정하는 B안의 경우에도 대체연료(e-fuel 등) 사용을 가정해 2050년 배출량을 2018년 대비 90% 이상 감축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30년 NDC는 지난 8일 공개한 초안과 동일한 40%다. 이를 위해 산업 부문에선 2018년보다 배출량을 14.5% 줄여야 한다. 발전 분야 배출량은 44.4% 줄여야 한다. 2030년 석탄발전 비중은 현재 41.9%에서 21.8%로 줄고, 신재생에너지는 6.2%에서 30.2%로 전체 발전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경제계에선 과도한 NDC 상향 및 실현 여부가 불투명한 탄소중립 시나리오로 인해 국가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의 생산설비 신·증설 중단, 감산, 해외 이전으로 인한 연계 산업 위축, 고용감소 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산업계 의견을 전면 검토해 NDC 목표치와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합리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번 NDC 최종안에 대해 "산업 부문의 감축목표가 기존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며 "최종안에 대해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NDC 상향안은 국제사회에 우리의 탄소중립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산업계와 노동계의 걱정이 많겠지만, 정부는 기업에만 부담을 넘기지 않고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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