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친환경 리사이클, 지금이 적기다
전기자동차의 시작은 내연기관차보다 앞선 19세기 중반이었다. 최초의 대량 생산 전기차는 1900년대초 미국에서 등장했다. 하지만 포드의 저렴한 조립라인 내연기관 자동차에 밀려 인기는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성능과 가격 등에서 앞선 내연기관차에 밀려 자취를 감췄지만, 100여년이 지난 뒤 전기차는 다시 부활했다.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이동수단의 필요성이 커져서다.
최근 부상한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라는 개념도 첫 시작은 1990년대였다. 필자 역시 2000년대 초반 가상행성에서 캐릭터가 채팅을 하는 유사한 서비스 기획 업무를 맡았던 적이 있었다. 불행하게도 결과적으로 회사는 사라졌다. 당시 반짝 등장했던 가상현실(VR) 채팅 사이트들도 없어졌다.
그런데 메타버스가 최근 다시 급부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나 지금이나 개념은 거의 차이가 없지만 시대적 여건이 수요를 만든 것이다.
이처럼 시대가 시장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전기차,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산업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주목해야 할 산업으로는 플라스틱 재활용을 꼽을 수 있다. 자원이 유한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제의 동맥경화가 자원위기의 심각성을 눈 뜨게 해줬다. 그 결과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순환경제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이제 말 뿐이 아닌 지속가능한 자원 재활용 생태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순환경제라는 개념 역시 1970년대에 등장해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대두됐지만, 우선 재활용 과정이 불편한데다 규제가 없으면 수익성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 등으로 인해 관련 시장의 발전 속도는 더뎠다.
예를 들어 옥수수 등 천연식물에서 추출한 PLA(폴리락틱애시드)와 같은 친환경 소재로 만든 '썩는 플라스틱'의 경우가 그렇다. 기술개발은 진작부터 돼 있는 상태였지만, 가격과 색상, 내구성 확보 등의 문제로 인해 시장 수요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코로나19 사태를 전후해 주요 국가들은 플라스틱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강력한 정책을 펴고 있어서다. 유럽연합(EU)은 올 1월부터 소위 플라스틱세를 걷기 시작했고, 영국은 내년 4월부터 재생원료가 30% 이하로 포함된 제품을 제조하거나 수입할 경우 1톤당 200파운드의 부과금을 내야 한다.
중국의 경우 올해부터 발포 플라스틱 음식용기와 플라스틱 면봉의 생산·판매를 금지했고, 미국 역시 음료 용기의 재활용 성분 함량을 오는 2025년까지 25%, 2030년까지 50%로 늘리기로 하는 등의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30년까지 플라스틱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줄이고 2050년까지 점차 100%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전환하는 목표를 세웠다.
기업들의 수요도 늘고 있다. GS리테일은 올 초부터 파우치 음료 구매 시 증정하는 빨대를 전량 PLA로 만든 친환경 빨대로 교체했고, CU는 비닐봉투를 친환경 봉투로 전면 교체한 데 이어 종이컵·종이접시 등 점포에서 판매 중인 일회용품도 모두 친환경 제품으로 교체하고 있다. SKC는 2019년부터 PLA 필름으로 만든 생분해 포장재를 스타벅스에 공급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친환경 플라스틱 사용이나 플라스틱 재활용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혜택 등 적극적인 산업 육성책을 편다면 관련 시장은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대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친환경 사업을 키우겠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직접적인 인센티브가 없으면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유미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한 보고서에서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이 '수익성 있는 시장'이 되도록 이에 필요한 규제와 지원정책을 구체화해야 한다"며 "가치사슬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노력의 결과에 따라 한국의 플라스틱 산업은 좌초 자산이 될 수도 있고 신성장산업이 될 수도 있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 분석은 당연히 맞는 말이다. 필자도 이에 동의 할수 밖에 없다.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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