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학길 칼럼] 지대추구 난장판 만든 대장동 패거리

2021. 10. 18.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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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한국토지주택공사(LH)직원 부동산 투기 사태에 이어 대장동 게이트로 현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 관한 '편견과 오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LH가 정부 차원의 공기업이었다면 성남도시개발공사(GH)는 성남시의 공기업이었다는 점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감독기능은 크게 의심받고 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대장동 게이트는 그 영향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가고 있고 내년 3월 9일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 폭풍전야를 만들어내고 있다. 설사 비교적 단기간에 수사결과가 발표되더라도 그 결과를 일반 국민들이 수용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보이지 않는다.

이와 같이 우리 사회가 계속적인 부동산 투기와 공공·민관 개발의 부정부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다른 선진국들의 민주주의와는 달리 아직 성숙되지 못한 '유사 민주주의'(quasi-democracy)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 3월 대선의 과제는 어떻게 하면 이 나라를 유사 민주주의에서 선진 민주주의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지도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느냐에 달려있다.

경제주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비생산적 활동에 경쟁적으로 자원을 낭비하는 현상, 즉 로비, 약탈 등 경제력 낭비 현상을 일으키는 것을 경제학에서는 '지대 추구 (rent-seeking)' 행위라고 부른다. 공공경제학의 권위자였던 털록(Tullock)의 논문(1967년)은 특정 경제주체가 면허취득 등을 통해 독과점적 지위를 얻게 되면 별다른 노력없이 차액지대와 같은 초과소득을 얻을 수 있게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각 경제주체들은 이와 같은 지대를 얻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경쟁을 벌이는 지대 추구 행위에 몰입하게 된다.

대장동 게이트는 전형적인 지대 추구 행위의 난장판과 끝판을 보여주고 있다. 알려진 바대로라면 대장동 개발은 원래 민간개발의 형식을 따를 예정이었으나 경기도가 공공개발로 전환시켜 개발수익을 공공부문으로 환수시킨다는 명분하에 추진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장동 개발의 핵심은 공공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사실상 대부분의 개발이익은 소수의 민간개발업자에게 돌아가도록 '설계' 되었다는 데 있다.

말하자면 공공개발이라는 탈을 쓴 민간개발업자에 의한 '독점적 지대' 추구 행위가 벌어진 것이다. 만일 대장동 개발의 초기에 토지 수용과 인프라투자 등 토지개발만 SH가 담당하고 나머지 주택분양, 상가개발 등에 대해서는 민간부문에게 경매 입찰하도록 개발설계가 되었다면 이와 같은 대형게이트로까지 전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장동 게이트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된데는 물론 중앙정부와 성남시라는 지방정부의 무능과 부패에 그 원인이 있겠지만 우리사회 전체에 깔려있는 '지대 추구' 심리와 '지대 추구' 행위도 무시할 수 없는 배경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이 엄청난 게이트로 전개될 수 밖에 없는 배경에는 주택청약제도라는 '지대 추구'의 전형적인 주택분양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지난 4년 동안 계속하여 부동산정책의 실패를 거듭해온 데에는 주택청약제도라는 지대 추구 제도를 근본적으로 수술하거나 개혁하지 못하고 32차례에 걸쳐 부분 규제정책들을 남발해왔기 때문이다.

민간 주택분양제도는 대학입시제도와 비슷하다. 좋은 주택과 좋은 교육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일반국민의 소득과 사회선진화에 따라 증대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수요증대 현상을 무시하고 가격통제나 물량통제를 하려고 하면 주택시장과 교육시장에는 '지대 추구' 현상이 풍미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신혼부부,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분양은 공공주택의 분양과 공공 임대주택 개발로 해결해야 한다. 일반 민간분양의 경우, '선분양 후입주' 제도에서 '선시공 후분양' 제도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선시공 후분양'을 채택하는 민간주택사업자에게는 세금 감면등의 인센티브를 주고 분양후 입주자에게도 양도소득세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선시공 후분양'의 조건으로 시공원가 공개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분양가격은 시장가격을 반영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민간주택청약제도의 폐지를 통한 민간주택분양시장의 정상화만이 '지대 추구'에 의한 '제2의 대장동 게이트'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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