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 상금에 밝혀진 스페인 여성 작가의 정체는 '중년 남성 3명'
스페인에서 약 14억원의 상금을 주는 현지 최고 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정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여성으로 알려진 이 작가가 알고 보니 3명의 중년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16일(현지시각) 더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올해 스페인 최고 문학상인 ‘플라네타’(Planeta)로 선정된 소설은 작가 ‘카르멘 몰라’(Carmen Mola)가 쓴 역사 스릴러 ‘야수’다. 카르멘 몰라는 이번 수상으로 100만유로(약 13억8000만원)의 상금도 받게 됐다.
논란은 카르멘 몰라가 시상식에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시상식 당일 작가의 이름을 부르자 3명의 중년 남성이 단상 위로 올라섰다. 이들은 호르헤 디아즈(Jorge Diaz), 어거스틴 마르티네즈(Agustin Martinez), 안토니오 메르세로(Antonio Mercero)로 40~50대 남성이다. 여성 작가로 알려진 카르멘 몰라의 정체는 사실 3명의 남성 작가였던 것이다.
시상식 이후 여성 가명에 관해 논란이 불거지자 메르세로는 스페인 매체 엘파이스에 “우리는 여성 뒤에 숨은 것이 아니라 이름 뒤에 숨은 것”이라며 “여성 가명이 책 판매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나의 가명을 쓴 이유에 대해서는 문학계에서 공동 작업을 미술이나 음악처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성별을 마케팅에 이용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수상한 남성 작가 3명이 ‘카르멘 몰라’를 가명만으로 이용하지 않고, 여성 작가라는 정체성을 매체 인터뷰로 수차례 밝혔기 때문이다. 그들은 카르멘 몰라를 40대 후반의 여성 교수라고 하면서 “문학 이외 안정된 삶은 보호 받고 싶다”라며 익명으로 활동했다. 작가 홈페이지에도 ‘카르멘 몰라’라는 이름과 한 중년 여성의 뒷모습이 함께 게재됐다.
이에 여성 인권 운동가 베아트리스 히메노(59)는 “단순한 가명이 아니다”라며 “그들은 여성인 척 행동했다”라고 지적했다. 스페인 매체 엘문도도 “여성 대학 교수이자 세 자녀를 둔 어머니가 오전에는 ‘대수학’(Algebra)을 강의하고 오후에 자유 시간마다 소설을 쓴다는 게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들 중 누구도 알지 못한다”라고 비꼬았다.
한편 이들은 플라네타 상금을 3분의 1로 나눠 갖는다고 전했다. 플라네타 상금 규모는 스페인 최고 수준이며 노벨문학상 상금인 1000만 크로나(약 13억8000만원)와 거의 비슷하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설] “법으로 전 국민 25만원” 마치 정권 잡은 듯한 巨野
- [사설] 민정수석 부활, ‘검찰 통제’ 의구심 불식해야
- [사설] 이상한 尹·李 회담 풍경
- [한국 과학의 선구자들] 다섯 시간의 행군… 그는 횃불과 줄 하나를 들고 동굴로 들어갔다
- [朝鮮칼럼] 21개월 만의 대통령 기자회견 성공하려면
- [기고] ‘위기 임산부 보호출산 지원법’ 7월 시행… 맞춤형 지원 필요하다
- [기자의 시각] 왜 정치를 하십니까
- [정희원의 늙기의 기술] 73세가 분수령… 건강 기능 식품 말고 돈 안 드는 ‘근력 운동’ 늘려라
- [김필영의 저랑 같이 신문 읽으실래요] [8] 세상에 다양한 목소리가 있음을 알아차리려면
- [태평로] ‘외유’ 취소 잘했지만 연금 개혁 협상은 계속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