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LUENCER] '병맛 좀 볼래?' 엽기적인 그녀가 뜬다
2014년 유튜브 시작해 차근차근 인기
'B급 병맛' 콘텐츠로 32만 마니아층
'LG 빡치게 하는 노래' 영상 큰 화제
"흔치 않고 재밌다" 참신하다는 평가
"아니 씨X, 일을 무슨 불토에 시키냐고. 나는 완전 돈만 주면 되는 줄 아나 본데, 맞아요, 맞습니다. 정확히 찾아오셨네요…(중략) 광고주 똥줄 더 태워야 해. 나는 '불토'(불타는 토요일)를 잃었으니까"
1분 30초가량의 애니메이션 영상 속에서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는 우스꽝스럽고 노래 가사는 직설적이다. 그림체는 조악하고 어설프기 그지없다. 뜬금없는 이야기 전개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넋을 놓고 1분 넘게 영상을 보고 있자니 마지막 20초를 남겨놓고 제품 소개가 나온다. 그제야 "아뿔싸, 광고 영상일 줄이야"라는 생각이 들지만, 영상을 끄기에는 이미 늦었다.
유튜브에서 무려 500만 회에 가까운 조회 수를 올리고 있는 이 인기 영상의 제목은 '본격 LG 빡치게 하는 노래(불토에 일시킨 댓가다)'. 페이스북에서 '반도의 흔한 애견샵 알바생'으로, 유튜브에서 '호짜2(HOZZAA2)'로 알려진 허지혜 씨가 제작한 영상이다. 허지혜 씨는 '진정한 B급 병맛' 콘텐츠로 페이스북 팔로워 66만 명, 유튜브 구독자 32만 명의 두꺼운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SNS 스타이자 광고 크리에이터다. 그녀는 2014년 페이스북에 이효리·김혜수·노홍철 등 인기 연예인을 패러디한 일명 '4컷 셀카'를 올려 일약 SNS 스타가 됐고, 2018년 '본격 LG 빡치게 하는 노래'를 세상에 내놓으며 영향력 있는 광고 크리에이터로도 인정받게 됐다.
K-Culture 플랫폼 보이스오브유가 제공하는 인플루언서 랭킹(IMR) 자료에 따르면, 허지혜 씨는 2014년 10월 유튜브 활동을 시작해 3년 만인 2017년 9월 구독자 10만 명을 돌파하고, 그로부터 1년 뒤인 2018년 9월 20만 명의 고지도 넘어섰다. 올해 3월에는 30만 명을 넘어서, 현재 구독자 32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누적 조회 수는 7700만 회, 영상당 평균 조회 수는 80만 회에 가까워 구독자 수 대비 조회 수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키워드 검색량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의 권기웅·나영균 대표는 "'반도의 흔한 애견샵 알바생' 혹은 '호짜'를 키워드로 하는 PC·모바일 검색량을 분석해보면, 남녀를 불문하고 2030 세대가 허지혜 씨에게 큰 관심과 호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라고 전했다.
B급 정서가 어느새 주류 대중문화로 자리 잡은 요즘, 병맛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수많은 이들 중에서도 허지혜 씨가 특히 큰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이영미 박사(현 보이스오브유 선임연구원)는 "B급 감성을 표방한 A급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뛰어난 창작력"을 그녀의 가장 큰 인기 비결로 꼽는다. 광고 크리에이터가 본업인 만큼 자신의 SNS에 주로 광고 영상을 게재하는 그녀는 항상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기상천외하고 엽기적이면서 발랄한 독창적 영상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본격 LG 빡치게 하는 노래' 뿐 아니라 '남친의 음란마귀 소환하는 법!', '주말에 부르는 노래', '일본 애니메이션이 실사가 되면 어떻게 될까?' 등 제목을 봐도 어떤 광고일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 이 영상들은 모두 참신하다는 호평을 받으며 큰 파급력을 냈다. 의식의 흐름대로 대충 만든 듯 보이지만 사실상 엄청난 독창성으로 무장한 이 영상들 아래에는 "흔치 않고 진짜 재미있다", "자꾸 생각나서 계속 보게 된다", "이런 미친 센스로 광고를 만들다니" 등 감탄의 댓글이 달린다.
SNS를 통해 선보이는 각종 사진과 영상 속에서 자연스레 드러나는 그녀의 다재다능한 끼와 매력도 인기 비결 중 하나다. 그녀는 음악부터 미술, 연기까지 여러 방면에서 넘치는 끼를 보유한 재주꾼이다. '샤워하다가 빡쳐서 만든 노래', '생리통 때문에 빡쳐서 만든 노래', '설거지하기 싫어서 만든 노래' 등 그녀가 선보이는 자전적 내용을 담은 곡들뿐 아니라 광고 영상에 삽입되는 음악 대부분은 본인이 직접 만들고 부른 자작곡이다.
원초적 B급 가사에 중독성 높은 후렴구, 귀에 감기는 멜로디, 뛰어난 노래 실력이 어우러진 그녀의 음악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끌어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바 있는 그녀는 독학으로 깨우친 그래픽과 애니메이션을 수준급으로 해내며, '약 빤' 연기력으로 남녀노소부터 공룡, 심지어 떡까지 일인다역을 연기해 낼 때는 그녀의 준수한 외모가 아까울 정도라는 평이 나온다.
'병맛 또라이', '병신 같은 천재' 등 자신의 이름 앞에 붙은 다소 과격한 수식어들을 한껏 즐기며 혼을 쏙 빼놓는 병맛을 선사하고 있는 허지혜 씨. 애견 숍 사장이 되는 것을 꿈꾸며 알바생으로 일하던 시절, 여유 시간에 사진과 영상을 만들어 올리기 시작해 이제는 독보적 SNS 스타이자 광고 크리에이터로 거듭난 그녀는, 똘끼 가득한 병맛으로 대한민국에 큰 한 획을 긋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 말한다. 그녀만의, 그녀의, 그녀밖에 할 수 없는 고유의 B급 감성으로 그녀가 앞으로 더욱 많은 이들에게 기분 좋은 엔도르핀을 선사하기를, 그래서 그녀의 바람대로 'B급 문화의 거장'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박성기기자 watne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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